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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양 실종 36일' 경찰 "오래 가지 않아 단서 나올 듯"

등록 2017.12.23 16: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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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양 실종 36일' 경찰 "오래 가지 않아 단서 나올 듯"

뒤늦은 실종신고와 준희양 행적에 대한 의문
복잡한 가족관계 속 경찰 강제수사 나서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발달장애가 있는 고준희(5)양은 지난달 18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에서 사라졌다.

준희양의 실종은 23일로 36일째다.

준희양의 실종 사실은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발생 21일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골든타임을 놓친 가운데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에도 다섯 살배기 여자아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찰이 뒤늦게 가족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와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복잡한 준희양의 가족관계 속에 경찰은 석연치 않은 상황을 주목하고 있지만 가족들의 비협조로 수사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태다.

◇뒤늦은 실종신고…'의문 투성이'

준희양의 실종 신고는 지난 8일 접수됐다.

계모 이모(35·여)씨와 이씨의 모친 김모(61·여)씨는 준희양이 사라진 지 21일이 지나서야 실종신고를 했다.

실종 당일 준희양의 친부 고모(36)씨와 다퉈 고씨가 준희양을 데려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이들의 진술이다.

당시 김씨는 자신이 돌보던 준희양을 혼자 집에 두고 나가 4시간20분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딸과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가 없었지만 준희양을 찾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 경찰이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준희양의 행적을 찾기 위해 수백대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지만 준희양의 모습은 나오지 않고 있다.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5살짜리 여자아이가 주택 밀집 지역을 돌아다니며 CCTV가 없는 곳으로만 다닌 셈이다.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18일 전북 전주에서 고준희(5)양이 실종된지 31일째인 가운데 경찰과 소방인력으로 구성된 수색대가 아중호수를 수색하고 있다. 2017.12.18  kir1231@newsis.com 

경찰과 소방당국이 고준희양을 찾기 위해 수중 수색을 벌이는 모습. (뉴시스DB)

◇복잡한 가족관계와 방임

준희양은 친부모와 함께 살았다. 위로 오빠 2명이 있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 절차에 들어가며 친부와 떨어져 살다가 지난 1월 혼자 친부에게 보내졌다.

이미 이씨와 함께 살고 있던 친부는 준희양을 지난 4월 이씨의 모친인 김씨에게 맡겼다.

이씨의 친아들(6)과 싸움이 잦았기 때문이다.

친부모와 떨어진 준희양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김씨의 손에 맡겨졌다.

김씨는 실종 당일 준희양을 혼자 두고 외출한 이유를 묻는 경찰에게 "준희는 원래 집에 혼자 잘 있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신소라 전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이를 돌 볼 책임이 있는 어른이 아이를 혼자 집에 뒀다는 것은 방임으로 봐야 한다. 아이에 대한 보호를 철회하는 것도 방임이다"면서 "다른 범죄 가능성은 배제하더라도 방임을 했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면검사와 거짓말탐지기 조사 거부

준희양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가족에게만 있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중론이다.

수사의 바탕이 되는 사실관계가 모두 가족들의 진술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준희양이 지난달 18일 사라졌다는 것은 이씨와 김씨의 진술이다. 지난달 16일 준희가 집에 있었다는 것도 친부의 진술이다.

아이를 찾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서인 실종 시점이 모두 가족 진술에 근거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이들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최면검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법최면검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16일 전북 전주에서 사라진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경찰이 우아동 인근 야산을 수색하고 있다. 2017.12.16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경찰이 고준희양을 찾기 위해 전주시 우아동 인근 야산을 수색하는 모습. (뉴시스DB)

친부와 이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1차례 받았지만 2번째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거부하고 있다.

김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처음부터 거부했다.

또 준희양을 찾는데 결정적인 제보를 한 시민에게 주는 보상금 500만원도 가족이 아닌 경찰이 내걸었다.

가족이 준희양을 찾는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안팎에서는 실종 아동을 찾는 '크리티컬 아워(납치 혹은 실종 사건에서 통계학적으로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시간)'가 72시간이라는 점을 들어 실종 21일이 지나 신고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대적인 수사에도 단서 없어

경찰은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난 8일부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매일 200여명에 달하는 경찰과 소방인력을 투입하고 헬기와 수중카메라 같은 장비를 동원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실종 경보를 발령하고 역과 터미널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준희양 사진과 인적사항을 담은 전단을 배포했다.

하지만 행적에 대한 단서나 제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사건 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가족에게 있다고 보고 지난 22일 가족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한 물품은 휴대전화, 컴퓨터, 옷 등이다.

친부와 이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컴퓨터 인터넷 검색내용 등을 확인하면 단서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특히 친부의 아파트 복도에서 혈흔이 발견돼 준희양 것인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준희양이 살아있기 바라지만 범죄 연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으니 오래 가지 않아 단서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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