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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출판계 결산]정치·페미니즘·미디어셀러 역주행 돌풍

등록 2017.12.26 09: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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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출판계 결산]정치·페미니즘·미디어셀러 역주행 돌풍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올 한 해 출판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역주행'이다.

출간 후 뒤늦게 인기를 얻은 이른바 '역주행 도서'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석권했다. 페미니즘 도서가 인기를 끌었으며, 정치·사회 분야의 신장이 두드러졌다.

26일 인터파크도서는 문학 분야에서 이른바 '역주행 돌풍'이 휩쓸었다고 분석했다.

이기주의 에세이 '언어의 온도',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등은 모두 올해 출간된 책은 아니다. 지난해 출간 당시만 해도 그다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뒤늦게 탄력을 받아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올 한 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성 문제에 대한 의식을 새삼 촉발했다. 데이트폭력, 성희롱, 여성혐오 등 페미니즘 관련 이슈가 더욱 거세지면서 페미니즘 도서뿐만 아니라 문학 분야에도 영향을 줬다.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여성 작가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도서 출간도 봇물을 이뤘다. 강화길의 장편 '다른 사람',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 등 여성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룬 도서들이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2017 출판계 결산]정치·페미니즘·미디어셀러 역주행 돌풍

또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영하 작가 등 대형 작가의 귀환으로 문학 시장에 활기를 더했다.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었다면 더욱 기다렸던 장편소설이다.

이번 '기사단장 죽이기'는 작가생활 초기에 그가 주로 썼던 1인칭 화자가 등장한다는 점, 현실과 관념의 경계를 넘나들며 성장을 한다는 점 등 '이것이 하루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담겼다.

무라카미 하루키 초기 작품을 답습해 하루키 팬들이 읽고 싶었던 부분을 짚어주는 점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예약판매 시작 직후부터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랐으며, 인터파크도서 연간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2·3위를 기록했다.

구환회 인터넷교보문고 소설 담당 MD는 "소설 분야는 무라카미 하루키, 김영하,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신간이 올 하반기에 쏟아져 나오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소설 분야는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1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현실감 있는 이야기와 여성 중심 소재가 주목 받았다"며 "기존에 인지도 높았던 작가들의 작품보다 최은영·임현·손원평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한 해였다"고 전했다.
[2017 출판계 결산]정치·페미니즘·미디어셀러 역주행 돌풍

올해는 조기 대선과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였다. 정부 부처, 정치인이 활발하게 SNS로 대중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돋보였다. 대통령의 SNS를 통해 여름 휴가철 읽은 책으로 추천된 '명견만리'는 단숨에 인기를 얻었고, 현직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이 주간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권주자들과 정치인들의 자서전 출간이 줄을 이었고, 정치인의 회고록 출간 때마다 과거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도서들이 관심을 끌었다.

'미디어셀러' 강세도 돋보였던 한 해였다.

인터파크도서에서 시·에세이 분야 2위를 차지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재조명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또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속 화제의 책 정희재의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등도 인터파크도서 시·에세이 분야 5위를 차지했다.
[2017 출판계 결산]정치·페미니즘·미디어셀러 역주행 돌풍

이 밖에 '살인자의 기억법', '남한산성' 등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며 원작이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했다. 소설과 드라마, 방송, 영화, 뮤지컬 간 콘텐츠 경계가 확장되는 추세가 문화 전반을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위로나 자존감 키워드의 에세이 도서들도 주목을 받은 한해였다.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인터파크도서 시·에세이 분야 3위를 차지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일러스트와 함께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답게 살아가는 법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시·에세이 분야 5위를 차지한 김신회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외 조유미 작가의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도대체 작가의 그림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송현주 인터파크도서 소설·시·에세이 MD는 "자유로운 삶을 다룬 책이나 냉혹한 세상에서 스스로 다독이고, '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조언이 담긴 책들이 인기"라며 "이는 사회생활과 가족관계에서 좀 더 자신의 행복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2017 출판계 결산]정치·페미니즘·미디어셀러 역주행 돌풍

허영실 인터넷교보문고 시·에세이 MD는 "올해 에세이 분야는 종합 1위를 차지한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를 비롯해 독자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며 위로하는 에세이가 인기를 얻었다"며 "자신의 삶과 생각을 나누며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에세이가 눈길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를 통해 생산된 콘텐츠가 출판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으며,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전승환의 '나에게 고맙다' 등 SNS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저자들의 애독자도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SNS의 사회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출판계에서도 SNS의 위력을 실감하는 한 해였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수가 높은 작품들이 대거 베스트셀러에 포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 일명 '북튜버'도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서점 커넥츠북(구 리브로)에서 북커넥터로 활동 중인 책읽찌라(북튜버)는 "책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면서 책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한층 깊이 들어온 한 해였다"며 "올해는 책과 맥주를 즐기는 '책맥'이나 책을 주제로 1인 방송을 하는 '북튜버', 책을 읽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등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서점에서 책 속의 콘텐츠를 활용해 재미있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러한 트렌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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