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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활력 되찾아가는 군산…'주민주도' 도시재생에서 답얻다

등록 2017.12.28 22: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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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전북 군산 공예협동조합 '소풍'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2017.12.28. dazzling@newsis.com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전북 군산 공예협동조합 '소풍'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2017.12.28. [email protected]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 "서울에서 왔다구요? 우리 잘 살게 만들어주려고? 대통령 보고 잘 살게 만들어달라고 해요."

27일 전북 군산시 영화동에 위치한 '영화시장'의 한 상인은 십수 명의 사람들이 시장 안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랐다.

국토교통부 기자단은 도시재생 현장 안내를 맡은 이길영 활동가를 따라 한산한 분위기의 시장 내부를 둘러봤다. 33개 점포 중에 겨우 18곳만 영업 중이다.

이길영 활동가는 "이 곳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청년들이 건물주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며 "건물을 싸게 임대하고, 청년은 여기서 장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여 청년을 모집했는데 38명이 왔다. 1~2차 심사해서 최종 8명이 선발됐다"며 "공사는 내년부터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군산시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추진되기 이전부터 도시재생을 통해 월명·해신·중앙동 일원 등 구도심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 일대는 1990년대 후반 시청을 비롯해 법원·검찰청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공동화가 진행됐다. 여객선·화물선 등이 외항으로 옮겨가자 째보선창으로 불리는 내항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군산 월명동 '도란도란 우체통 거리'에 설치된 폐우체통. 가게마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그려넣은 우체통이 세워져 있다. 2017.12.28. dazzling@newsis.com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군산 월명동 '도란도란 우체통 거리'에 설치된 폐우체통. 가게마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그려넣은 우체통이 세워져 있다. 2017.12.28. [email protected]

그러나 2014년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 현재까지 총 46만6000㎡에 사업비 200억원을 투입했다. 2015년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테마가로 조성사업에 착공한 데 이어 2016년 내항 해양공원 조성 및 아트월 조성을 완료했다. 올해 4월부터 리모델링 보조사업 18건과 주민공모 및 주민제안사업 17건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 주도형' 재생 추진

현장을 둘러보다가 아기자기해 보이는 공예품점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니 캐릭터 인형, 꽃차, 머그컵 등이 진열돼 있었다. 이 곳은 '소풍'이라는 공예협동조합으로, 조합원 10명이 운영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소풍은 주민 스스로 구성한 자생조직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 및 건물주와 협약을 체결해 저렴한 임대료로 시민문화체험공간을 조성했다"며 "38평 임대료는 220만원(보증금 200만원, 월세 20만원)이다. 입주자는 리모델링을 하고, 센터는 문화 행사를 한다"고 말했다.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전북 군산 신흥동에 있는 일본식 가옥(리모델링 예정). 2017.12.28. dazzling@newsis.com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전북 군산 신흥동에 있는 일본식 가옥(리모델링 예정). 2017.12.28. [email protected]

이어 "사업이 끝나고 어떻게 할 것이냐, 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를 고민해 주민협의체와 공예인들이 조합을 결정했다"며 "내년 도시재생사업이 다 마무리 되면, 주민협의체를 운영하고, 주민 주도형으로 재생사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체국 문화거리 역시 지역 주민들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도란도란 우체통 거리'로 불리는 이곳에는 가게마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그려넣은 우체통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민들이 폐 우체통 20여개를 우체국에서 기증받아 만화 캐릭터 등을 직접 그려 상가 거리에 설치한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이길영 활동가는 "여기 골목 상인 43명이 모두 경관 협정에 참여했다"며 "이 거리는 주민 주도로 이뤄지는데 9000만원 예산 사용에 대한 결정권을 주민들이 갖고 있다. 주민들에게 전문성을 보완해주기 위해 군산대 링크사업단 등 6개 단체가 사업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도시재생으로 '근대 문화도시' 꿈꿔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군산 월명동 거리에서 본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을 그린 벽화 2017.12.28. dazzling@newsis.com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군산 월명동 거리에서 본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을 그린 벽화 2017.12.28. [email protected]

거리를 걷다 보니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을 그린 벽화가 보였다. 인근에는 일본식 가옥들도 즐비해 있어 군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냈다.

이길영 활동가는 "이런 (일본식)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도시재생 사업을 하고 있다"며 "건축물을 언제 지었나? 건축물 소유주는 자식을 몇 명 낳고,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조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보를 가지고 군산시만의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근대 건축물 리모델링 사업이자 예비 구축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근대건축물 보전·정비지원 사업은 군산시 도시재생의 핵심 사업이다. 시는 1930~1940년대 근대 건축자산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으며, 169건 중 51건을 완료했다. 리모델링은 18개를 마쳤다.

2009년 시작된 근대역사 경관사업 일환으로 조성된 '고우당'은 근대건축물을 복원한 일본식 숙박시설이다. 약 22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연계해 숙박체험 공간 및 역사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창고가 '맥주페스티벌' 장소로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 군산내항 '째보선창' 일대.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건물 벽에는 '붕괴 위험' '주차금지'라고 적혀 있다. 2017.12.28. dazzling@newsis.com

【군산=뉴시스】최희정 기자 = 군산내항 '째보선창' 일대.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건물 벽에는 '붕괴 위험' '주차금지'라고 적혀 있다. 2017.12.28. [email protected]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돌고 나서 도시재생 뉴딜 대상지역인 중앙동 째보선창 일대로 향했다. 지난 14일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에 군산시 중앙동 일대와 장전·해이지구 등 2개 사업지가 선정됐다.

진포해양테마공원부터 한국선급, 수협창고가 있는 째보선창 블록과 폐선로를 타고 신영시장까지 이르는 14만4621㎡가 신규 사업지다.

째보선창 수변가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어선들이 여기저기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몇몇 선박은 오랫동안 사용을 안한 듯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 창고시설도 방치되고 있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건물 벽에는 '붕괴 위험' '주차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군산시는 도시재생 뉴딜을 통해 폐선철로에 선형 보행로와 공원, 도시숲을 조성하고 방치된 창고시설은 리모델링을 거쳐 지역특화상품 창업이나 청년창업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정비되지 않은 위험한 수변 산책로를 안전 난간 및 야간조명 설치를 통해 친수 공간과 산책로로 정비할 계획이다.

김경근 군산시 건설교통국장은 "폐철도에 신영시장까지 보행로를 만들어놓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창고는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 캐나다 밴쿠버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맥주 페스티벌 등 젊은층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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