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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가상화폐의 '악화·양화', 정부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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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1-08 05:00:00  |  수정 2018-01-12 16: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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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곽경호 경제부장 =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투자(Investment)와 투기(speculation)는 극과극의 차이다. 투자는 자본시장을 서큘래이션하고, 투기는 자본시장을 병들게 한다. 투자 실패는 회복이 가능하나 투기 실패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외신에 비친 국내 가상화폐 시장도 이와 엇비슷하다.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비아냥 거릴 정도다. 거의 두달 전부터 정부 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바로잡겠다며 엄포를 놨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이를 호재로 악용, 가상화폐 거래소에는 신규 유입자들만 급증하는 추세다. 개인의 투기로 방치하기에는 반 시장적 위험성이 예사롭지 않다.

가상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6일 부터 1 비트 당 2500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20~30배 이상 폭등했다. 가상화폐 광풍에 대한 경고가 높아지면서 가격 폭등의 실체도 드러나고 있다. 일부 큰손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장세를 좌지우지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를 떡 주무르듯 하고 있다. 사정당국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시장에 전문 투자세력이나 해외 투자자집단이 참여, 투기를 조장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를 모르는 개미들은 연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변동성이 주식의 수십배에 달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개미들이 수익을 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도 개미들의 시장 유입은 갈수록 늘고 있다. 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300만~400만명 정도가 여기에 빠져 있다. 실패한 개미가 시장을 빠져 나가면 다시 새로운 개미들이 채워지는 형국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런 판에서는 '하우스'만 실속을 차리기 마련이다. 경찰의 상습 도박판 수사에서 보면 돈을 딴 도박꾼은 없고 실제 돈을 딴 사람은 하우스(도박장)들이다. 하우스에서는 판이 돌때마다 꽁지를 뜯는다. 판이 돌고 돌다보면 결국에는 돈을 딴 사람은 없고 하우스만 돈을 따게 되는 것이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가상화폐로만 100억~300억원 씩 보유한 자산가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들도 "보유한 가상화폐는 계속 시장에 묻어두고 돌려야 한다"며 "가상화폐를 팔아 실제 만져본 현금은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백하기도 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투기 광풍속에 엄청난 실속을 차리고 있다.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하루 평균 35억원, 빗썸은 26억원씩 수수료 수익을 올린다. 양사의 일평균 수수료수익을 단순 연환산 시에는 각각 1조2900억원, 9461억원에 달한다. 왠만한 중견 증권사의 연 매출과 맞먹거나 오히려 큰 수준이다. 양사의 일 거래액 규모는 더욱 놀랍다. 업비트 7조원, 빗썸이 2조5000억원이나 된다. 하루 7조5000억원의 거래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제도권 자본시장으로 순 유입된다면 어떨까.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면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상화폐 시장 존치의 당위성만을 부각시킨 주장이다 . 4차 산업의 핵심으로 기대받는 블록체인을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분산 원장’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각이다. 핀테크뿐 아니라 공공 부문, 토지대장, 헬스케어, 제조업, 유통, 사물 인터넷 등 여러 분야에서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는 곧 '가상화폐=불록체인'의 잘못된 등식을 깨는 중요한 요소다.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 세법 개정 이전에라도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7일 밝혔다. 우선은 사업소득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관련 법 부재로 현재 인터넷쇼핑몰처럼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된다. 가상화폐를 온라인상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본 것이지만 실체와는 거리가 멀다. 가상화폐 판매로 마진을 얻는 것이 아니라 매도 매수자 사이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 대한 소득세와 거래세 부과도 곧 가시화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더 늦기전에 과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시장 광풍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음을 엿보인다. 거래소 폐쇄나 투기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현 제도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럴 바엔 강력한 과세로 투기의 광풍을 무력화 시켜려는 의도는 상당한 설득력을 주고 있다. 투기가 잡히면 가상화폐도 자본시장의 제도권 편입도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가상화폐의 악화(惡貨) 양화(良貨)를 가늠할 중대 기로가 정부의 후속조치에 달려 있다. 실기(失機)하면 안된다.   

 kyou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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