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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로 버무린 죄와 벌의 쾌감...'카라마조프'

등록 2018.01.08 18: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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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카라마조프'. 2018.01.08. (사진 = 아츠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카라마조프'. 2018.01.08. (사진 = 아츠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카라마조프'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왜 뮤지컬로 만들었는지를 몸소 증명한다.

도스토옙스키가 1880년에 발표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영혼이 고통을 어떻게 견디는가에 대한 해부도(解剖刀)다.

아들의 여자를 탐내는 패륜적인 아버지인 표도르 카라마조프를 죽이고 싶어한 맏아들 드미트리의 수난이 중심축을 이룬다. 국내에는 3권짜리 1600여쪽 책으로 번역 출간됐다. 지난해 3월 국내에서 7시간짜리 연극으로 선보일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다.

젊은 창작자인 정은비 작가와 이유정 작곡가가 재작년 학교 졸업 작품으로 먼저 선보인 '카라마조프'는 이를 두시간 남짓한 뮤지컬 문법으로 잘 옮겨냈다. 특히 법정 추리물이라는 장르적 요소를 적극 도입한 각색이 일품이다.

드미트리뿐만 아니라 그를 변호하는 둘째 아들 이반, 표도르의 사생아이자 그가 종처럼 부리는 스메르자코프, 이들을 모두 감싸 안는 수도사를 꿈꾸는 막내 동생 알료샤뿐만 아니라 표도르가 탐내는 드미트리의 연인 그루샤도 혐의를 안고 있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의 반전의 쾌감도 안는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형제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압축한 추리 구조는 원작의 본질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만든다. 도스토옙스키 소설들의 화두인 죄와 벌 그리고 참회와 성장 등의 화두도 칼날처럼 벼려져 있는 마법을 부린다.

암전이 없고 극 중 안에서 이뤄내는 전환은 속도감이 넘치며, 사망한 뒤 영혼으로 존재하는 표도르가 극 중 현실에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조명 사용까지 탁월하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카라마조프'. 2018.01.08. (사진 = 아츠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카라마조프'. 2018.01.08. (사진 = 아츠온 제공) [email protected]

여기에 장르와 속성을 투영한 넘버들도 일품이다. 특히 표도르와 아들들의 화음과 앙상블의 화음 등이 잘 맞물린 넘버들은 극 중 갈등을 세련되게 표출시킨다. 선술집과 남녀의 밀당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에는 러시아 민속 풍의 선율이 차용됐다.

대학로 흥행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박소영 연출이 큰 밑그림을 그리고, '안녕! 유에프오'를 공동연출한 허연정 연출이 세밀한 부분을 다듬는 형태로 진행한 협업도 탄탄하다.
 
JTBC '팬텀싱어2'로 주목 받은 이정수가 연기하는 표도르는 그의 덩치만큼 묵직한 존재감을 표출한다. 이반 역의 이해준은 극의 중심축을 붙잡고 그루샤 역의 김히어라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극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기 전 지난해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공모전에 뽑혀 리딩공연으로 선보인바 있다. 작품성은 이미 입증됐고 이번 무대는 그 증명의 시간이다. 오는 1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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