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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본만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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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1-11 08:31:32  |  수정 2018-01-11 0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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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내놓은 10억엔은 얼마나 큰 돈일까.

 2018년 1월 기준으로 한화로 95억3860만원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한푼도 안쓰고 월급을 모은다 하더라도 꿈꿀 수 없는 거액이기는 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NHK '일요토론' 에 출연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징물인 '소녀상'에 대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며 "일본은 의무를 실행해 10억엔을 이미 냈다. 한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말한 '일본의 의무' 10억엔은 그렇게 큰 돈일까.

 10억엔은 이대호가 과거 일본 프로야구 소트프뱅크 호크스로부터 잔류를 대가로 제안받은 연봉 2년치와 일치한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복구를 위한 기부금으로 10억엔을 냈다. 한일강제병합조약 체결에 참가했던 궁내부 대신 이재면은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10억엔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10억엔의 처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똑 부러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비록 과거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위안부 합의가 엄연히 국가간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가부가 지난해 5월 내놓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위안부 합의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적 이해관계와도 무관치 않다.

 합의 파기와 재협상으로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다.  

 현재 10억엔을 기반으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에 현재 남은 잔고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61억원.

 47명의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중 11명이 수령을 거부하거나 받을 수 없는 처지임에도 이미 절반 가까이 써버렸다. 운영비로도 4억2000만원을 썼다고 한다. 정부가 이미 쓴 돈은 국고에서 벌충한다고 하나 일본쪽에서 보면 어쨌든 자기들이 낸 돈의 상당부분은 소진됐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일부 답이 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일본 출연 10억엔의 사용에 대해선 좀 더 시간을 갖고 일본과도 협의해 나가고 또 위안부 할머니들 비롯한 관련단체들과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만 빼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고통받은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26년째 매주 수요일마다 할머니들의 곁을 지킨 시민단체에게 한푼도 남김없이 맡기자. 할머니들이 그 돈을 불태우든, 아베 총리에게 다시 갖다주든, 이제는 피해 당사자에게 모든 것을 위임할 때다. 그것이 잘못된 합의를 바로잡는 첫번째 걸음이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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