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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CES에서 절감한 '차이나 스피드'

등록 2018.01.11 15:32:44수정 2018.01.11 18: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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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CES에서 절감한 '차이나 스피드'


【라스베이거스(미국)=뉴시스】최현 기자 = "이번에 한번 보세요. CES에 가장 많이 참가한 나라는 중국인데, 선전 도시 하나만 해도 다른 나라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반도체 많이 팔았다고 좋아할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이통 3사 수장 중 유일하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 참가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말이다. 그는 수차례 중국에 대해 언급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 뿐이 아니다. CES에서 만난 우리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중국이 놀랍다. 매년 다른데, 올해는 특히 더한 것 같다. 인공지능(AI)부터 자율주행차까지 너무 빨리 성장해 위협적이다"라고 말했다. 
 
 51년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는 올해 중국 기업들이 대거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가 기업 수만 따져도 자국 기업을 모아 따로 박람회를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CES에 참가한 전체 기업 수는 3900여곳. 이 중 중국 기업은 1379개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 수는 210개에 불과하다.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드론존에선 149개 업체 중 중국 기업이 43곳이었다.

 각종 산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CES가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무대가 된 셈이다. CES는 전통적으로 TV나 냉장고 등을 볼 수 있는 '가전쇼'였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자동차 통신 드론 업체까지 참여하는 '복합쇼'로 변모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각 산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융합·창출되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AI, IoT(사물인터넷), 5G 네트워크,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새로운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 경쟁은 더없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한국, 일본 기업에서 나온 제품을 카피하면서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호와 규모의 경제가 이같은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일부는 오히려 기술력을 넘어섰다.

 이른바 '중국의 구글'로 일컬어지는 바이두((百度)를 보자. “중국은 AI산업이 꽃필 수 있는 기술 자본 시장 정책 등 네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두가 AI 시대를 이끌 것입니다.”

 치 루 바이두 부회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CES 2018 개막 하루 전인 8일 “아폴로(바이두의 자율주행 기술 플랫폼)가 중국의 속도(China speed)로 자율주행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장담했다. 한마디로 AI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미국 기업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두와 함께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알리바바 역시 자사 AI 플랫폼인 '이티 브레인(ET BRAIN)'을 내놓으며 자체 글로벌 생태계 조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CES 전시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세계 1위 드론 업체인 중국의 DJI는 이미 글로벌 상용 드론 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한 절대 강자다. 2006년 선전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 업체가 이처럼 급성장의 배경에는 신산업 규체 철폐 등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이 한 몫했다는 평가다.

 물론 여전히 짝퉁 의혹을 살만한 중국 기업들의 행태도 여전했다. 이번 CES에서 중국 TCL은 '프레임 TV'를 전시했다. 삼성전자가 작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더 프레임 TV'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 중국 유비테크는 LG전자의 안내로봇과 유사한 서비스 로봇을 내놓기도 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사업 환경에서 자국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의 잔재로 인해 기업들이 역량을 마음껏 펴지 못하고 있다.

 박정호 사장 역시 "왜 중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생각해 봐라. 중국은 규제가 적다. 미국이 생각한 것을 중국이 실현하고 중국이라는 국가가 보호해준다. 예전에는 IT하면 인도였는데 이제는 중국이 더 앞서간다"고 지적했다.

 CES에서 만난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정말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견제해야 할 대상이 중국뿐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중국은 로켓 속도로 비상하는데, 우리는 규제에 발목이 묶여 꿈쩍도 못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정책 등이 필요하지만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는 우리 기업인의 절박한 외침을 정부는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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