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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렁쇠 소년' 감동후 30년..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어떻게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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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1-22 09:45:00  |  수정 2018-01-22 09: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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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앞에서 2018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19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하고 있다. 2018.01.1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018 평창 동계 올림픽'(2월 9~25일)은 1988년 '제24회 하계 올림픽' 이후 한국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다. 올림픽은 선수들의 뜨거운 경기력 이외에도 화려하거나 감동을 안기는 개·폐회식으로도 기억된다.

이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도 관심사다. 정부가 이번 올림픽에서 표방하는 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과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평창만의 겨울동화'. 오는 2월9일 '행동하는 평화'라는 주제로 열리는 개회식, 같은 달 25일 '새로운 물결'을 표방하는 폐회식은 이런 메시지를 압축할 것으로 보인다.

◇개·폐회식 프로그램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은 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PMC프러덕션 예술감독), 양정웅 개회식 연출(극단 여행자 예술감독), 장유정 폐막식 연출이 책임진다.

이들은 2시간 가량의 행사를 위해 무려 2년반을 달려왔다. 사실 올림픽 개·폐회식의 감독 또는 연출 자리는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된다. 이미 명성이 있는 세 사람에는 그렇다. 잘 해도 한쪽에서는 뾰로통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으니 '잘 해야 본전'이라는 속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이들인 만큼 기대를 받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계약상 개·폐회식에 대한 내용은 직전까지 자세히 공개할 수 없다. 그러나 공연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뭉친 만큼 이벤트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있다.

송승환 총감독 역시 앞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올림픽 개·폐회식과 비교하면 이벤트보다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만났던 양정웅 연출 역시 "트릭이나 쇼의 놀라움과 기발함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주는 감동이 중요하다"면서 "이야기라는 건 개회식에 등장하는 오브제에 잘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연출은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연결성의 개회식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너와 나 우리가 모여서 치르는 개회식이다. 여기에 한국만의 특히 평창만의 독특한 올림픽 문화 행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열악한 환경이지만 분명 우리만의 것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려함으로 유명했던 '2008 베이징올림픽'의 개·폐회식 예산은 무려 6000억원이었다. 다른 나라의 개·폐회식 역시 2000억원 안팎을 투입한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은 2000억원의 약 30% 수준인 600억 안팎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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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08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막식 행사. 2018.01.22.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그래서 이번 창작진들이 개·폐회식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효율성. 장유정 연출은 "500억원이상은 물론 굉장히 큰돈이다. 하지만 평창에 인프라가 없다 보니 운영비가 많이 든다'면서도 "순수하게 공연만을 위해 투입되는 돈은 많지 않다. 근데 좋게 생각해보면 올림픽 어젠다가 지나치게 비용을 많이 써서 치르기보다는 콤팩트하게 진행하자는 거다. 그 안에서 최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 연출은 '와우 포인트'(Wow point·감탄사가 나오는 볼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이 장면이 다음 장면과 연관성이 있는지 계속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2018 평창올림픽' 폐회식의 주제는 '넥스트 웨이브(The Next Wave)'. 장 연출은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려는 도전이 올림픽 정신과 연결된다"면서 "동시에 폐회식에는 모두 기분이 좋다. '4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위트 있는 발상을 넣고자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개·폐회식 스태프들은 이번이 한국에 동계 스포츠가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모았다.

장 연출은 "쇼트트랙이나 김연아 씨로 인한 피겨 피겨스케이팅 정도로만 관심이 국한돼 있다. 다양한 종목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이번에 많이 느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좀 더 많은 분이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면 한다"고 전했다.

◇기억에 남는 올림픽 개폐회식
 
1988년 서울올림픽의 굴렁쇠는 여전히 회자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아이디어를 낸 굴렁쇠소년은 흰 모자에 흰 티셔츠와 흰 반바지를 입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굴렁쇠를 굴렸다. 텅 빈 여백의 공간에서 백의의 민족을 상징하는, 미니멀하면서도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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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개막식 행사. 2018.01.22.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개막식은 미학적인 연출로 유명하다. 거대한 나팔에서 무용수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기괴한 의상을 입은 퍼포머들이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국기를 휘날렸다. 53m 철제 기둥 사이에서는 새의 움직임을 연상케 하는 공중 발레가 펼쳐졌다. 이 동화 같은 쇼는 개막식 사상 가장 아름다운 연출로 회자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은 감동의 드라마로 기억된다. 켄타로우스, 에로스, 페가수스 등 각종 그리스 신화의 신(神)으로부터 시작해 그리스 역사를 압축한 이 드라마는 한편의 서사시였다. 1000명 이상의 대규모 출연진이 등장했지만 시적이었다.

스위스 출신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연출한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식 무대는 올림픽 개폐막식을 이야기할 때마다 회자되고 있다.

시적인 연출이 돋보인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폐막식은 서커스의 대축제라는 주제로 카니발 형식의 화려함이 돋보였다.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은 수많은 러시아의 예술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현지 정신, 문화, 전통을 표현해냈다. 거대한 오브제를 사용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이 부각됐다.

이와 함께 '2014 소치 겨울장애인올림픽' 폐회식에서 장애인 선수들이 러시아인이 개발한 컴퓨터 게임 '테트리스' 포맷을 차용, 불가능하다는 뜻의 영어 '임파서블(Impossible)'의 알파벳을 변형해 '나는 가능하다'를 뜻하는 '아임 파서블(I'm possible)'을 만들었던 순간 역시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밖에 중국의 질서와 체계의 '끝판왕'을 보여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중문화 강국인 영국의 위세를 체감한 2012년 런던올림픽도 기억된다.

2016년 브라질의 리우올림픽은 앞선 올림픽 개막식보다 적은 예산으로도 카니발적인 연출로 자국의 미와 흥을 뽐냈다. 리우올림픽은 개·폐막식 예산은 우리와 비슷한 620여억원이다.

◇역대 올림픽 연출가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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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6 리우 올림픽 개막식 행사. 2018.01.22.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까지 약 20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역대 올림픽 연출가들의 조언은 마음을 다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올림픽 연출자들이 각자의 대표공연을 들고 잇따라 내한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한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는 지난해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 참가 차 첫 내한한 자리에서 "올림픽 개폐막식 같은 큰 행사는 특정한 문화의 창문을 여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에게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문화의 창이었다.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소년이 종이배를 타고 호수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초반 장면은 88서울올림픽 개막식 '굴렁쇠 소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파파이오아누는 "해당 나라의 전체적인 윤곽과 내용을 진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니까 올림픽 개폐막식 같은 행사는 문화의 독특하고 특징적인 면을 보여야 한다. 나라의 역사에 대한 철학을 보여줘야죠"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TV를 주요 매개체로 하는 쇼 같은 형태를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개막식 연출가인 프랑스 안무가 겸 연출가 필립 드쿠플레는 융복합 공연의 선두주자로 통한다. 그는 "'스포츠의 순수함'에 집중을 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젊은 아티스트에게 표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대표 아트 서커스 '라 베리타'를 들고 6년 만에 내한했던 파스카는 "예산과 기간의 실제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정확하게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정된 기간을 잘 분배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23일 '2018평창올림픽 개폐회식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이번 개폐회식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전한다.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이 결정된 만큼 개막식 행사에서 변수, 개·폐회식장에 천장이 없는데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만큼 방한(防寒)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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