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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는 무조건 투기?…"미래가치 장기투자도"

등록 2018.01.30 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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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가상화폐 가격이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사이트 시세표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2018.01.19.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가상화폐 가격이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사이트 시세표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기술과 잠재력 믿고 '인생역전' 아닌 '생활 투자' 2030
"탈중앙화 신기술 지지…화폐 패러다임 바꿀 시스템"
"종류만 1500여종, 좋은 기술 기반 '착한 가상화폐'도"
"결국 옥석 가려 투자해야…주식과 별반 다를 것 없어"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직장인 김모(28)씨는 지난해 연말 기대하지 않았던 '보너스'를 받았다. 금액은 무려 2200만원. 지난해 연초 학생 때 잠시 일했던 스타트업 회사에서 월급 대신 받은 1비트코인의 가격이 훌쩍 뛴 것이다. 당시 70만원 상당이었던 가격이 2200만원으로 폭등했다.

 김씨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쳤다는 '간증'글이 넘친다. '가즈아'(가상화폐 가격 상승을 기원하는 말), '존버'(손해를 본 투자자가 원금 회복까지 버틴다는 의미) 같은 말도 유행했다. 한탕주의의 단면이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모든 청년이 한방만을 노리고 무작정 가상화폐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의 '투자처'

 가상화폐 거래의 대부분은 20~30대로 분석된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이 지난해 11월 투자자 416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상화폐 투자자 중 2030세대는 전체 6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가상화폐 거래에서 큰손인 이유로 온라인에 대한 높은 접근성과 신뢰성을 꼽는다.

 김종현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계좌를 트고 화폐를 구입하는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온라인 기반"이라며 "아무래도 40대 이상은 가상화폐 거래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중장년층은 가상화폐가 부동산이나 주식과 달리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기반 기술과 구입 과정 전반에 대해 신뢰를 갖고 산다는 것 또한 젊은이들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 속에서 투기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가상화폐라도 국내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해외보다 30~40% 높게 책정된다. 투자 광풍 속에서 거래 가격이 치솟은 결과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정보 제공 사이트 미국 코인마켓캡은 수집 정보에서 국내 시세를 제외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전광판 인근 조형물이 마치 가상화폐를 노리는 해커들의 모습처럼 보이고 있다. 2018.01.05.(사진=다중노출)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전광판 인근 조형물이 마치 가상화폐를 노리는 해커들의 모습처럼 보이고 있다. 2018.01.05.(사진=다중노출) [email protected]


 ◇2030, 미래 기술에 대한 믿음에 투자

 그러나 2030세대 중에는 자신을 '투기꾼'이 아닌 '투자자'로 인식하는 이들도 많다.

 공중보건의로 근무 중인 강모(29)씨는 가상화폐에 1500만원을 넣어 현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돈을 뺄 생각은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어차피 이율이 낮은 통장에 돈을 묵혀두기보다는 위험과 보상이 가장 크기도 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게 낫다"라며 "가치에 대한 변동 부분만 안정된다면 새로운 화폐 패러다임을 가져올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논술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전모(25)씨도 장기적으로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전씨는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참신한 형태의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그 방향성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는 전씨는 "대체로 투자자들과 소통이 잘 되는 코인을 선택하고 개발자들의 개발 내용 업데이트와 파트너십 등의 실적 체크로 잠재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금·집값 마련 위해...알바·월급으론 모자라

 가상화폐 투자자 중에는 '인생역전'을 노리는 게 아니라 '생활 투자'를 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간은 없고 돈은 필요한 현실 속 가상화폐가 가장 효과적인 투자 방법이라는 것이다.

 창업교육회사를 운영 중인 대학생 진우현(25)씨는 가상화폐 스텔라루멘·시빅에 총 100만원을 넣었다. 그는 "돈도 벌고 개인적 관심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진씨의 한 학기 등록금은 450만원이다. 월세와 각종 공과금, 식비 등을 합하면 생활비로만 한달에 80만~90만원이 필요하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해 12달로 나누면 한 달에 최소한 15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진씨는 "그정도 돈을 벌려면 시간당 8~9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데 학생 신분으로 매일 같이 일하기도 어렵다"며 "시간 대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상화폐 투자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정적 수입이 있는 직장인도 사정은 비슷하다. 직장인 이모(32)씨는 목돈 마련을 위해 비트코인 중 가상현실 산업과 연계된 알트코인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서울 소재 한 회사에서 일하는 5년 차 대리인 이씨는 회사 월급만으로는 집 마련 등이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연봉 인상을 기다리려면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노력이 투자돼야 하는데 그동안 물가나 집값은 너무 빨리 오른다"며 "일부는 대출을 받고 가상화폐 수익을 보태 서울에 집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가상화폐 열풍에 관련 도서들도 인기가 높다.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가상화폐 관련 서적들이 진열돼 있다. 2018.01.2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가상화폐 열풍에 관련 도서들도 인기가 높다.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가상화폐 관련 서적들이 진열돼 있다. 2018.01.28.  [email protected]


 ◇전문가들 "기술 가치 있어…일자리 안정책 마련"

 2030세대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투기'세력으로 몰아가는 데는 불만을 드러냈다.

 강씨는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된 상황임은 자명하고 어느 정도의 국가차원 규제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유명해지고 입소문이 난 지금에 와서 이를 투기나 도박, 범죄로 취급하는 점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씨도 "주식을 해본 입장에서 제도권 안에 있다는 점 등을 제외하면 가상화폐 거래와 주식 투자는 비슷하다고 본다"며 "주식 투자와 같이 가치투자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상당수도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

 김 교수는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혼란이 있을 뿐 가상화폐 거래를 완전히 투기라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가상화폐 종류만 1500여 종인데 이중 투기를 부추기는 '나쁜 가상화폐'도 있지만 좋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착한 가상화폐'도 있다"며 "결국 옥석을 가려서 투자해야 하는 것이고 이는 주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왜 가상화폐 거래에 왜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당장 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만큼의 보수를 줄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나 안정적인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와중에 단시간 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너도나도 위험도가 높은 가상화폐 거래에 빠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자리 안정화 정책과 함께 적절한 청년 보장 정책 등 투기 열풍에 뛰어들지 않도록 하는 기본적 제도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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