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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뮤지컬 '레드북' 작가 한정석· 이선영 작곡가

등록 2018.02.05 09: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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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뮤지컬 '레드북'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오른쪽) 작곡가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2.05.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뮤지컬 '레드북'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오른쪽) 작곡가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창작뮤지컬 '레드북'은 지난해 최고 화제작이었다. 시범공연이었음에도 흥행에 성공했고, 최근 열린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총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신사의 나라 영국, 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빅토리아 시대를 살아가는 '안나'라는 기념비적인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여성을 남성의 부속품처럼 취급 받던 그 때에 안나는 야한 소설, 즉 레드북을 쓰는 엉뚱한 소설가다. 악영향만 끼칠 듯하던 레드북은 보수적인 사람들과 마음을 조금씩 변화시키며 긍정적인 영향을 드러낸다.

뮤지컬 '레드북'은 2015년 우란문화재단에서 개발을 시작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6 공연예술 창작 산실 우수 신작' 선정됐다.

 오는 6일부터 3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시어터에 오르는 본공연에는 굵직한 연예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에프엔씨애드컬쳐가 제작에 나선다. 안나 역에 아이비가 새로 합류했고 기존 안나 역의 유리아도 이번에 함께 한다.
 
대학로의 스테디셀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의 두 번째 창작뮤지컬이다. 연타석 홈런에도 들뜨기 보다는 차분하게 작품과 창작 환경에 대해 더욱 톺아보고 있는 83년생 절친한 동갑내기인 두 사람을 최근 정동에서 만났다.

'오클라호마', '캐러셀', '남태평양'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을 협업한 로저스 & 해머스타인을 시작으로 뮤지컬계는 수많은 콤비가 존재했는데, 두 사람으로 인해 한국 뮤지컬 앞날이 청명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뮤지컬 '레드북'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오른쪽) 작곡가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2.05.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뮤지컬 '레드북'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오른쪽) 작곡가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Q. 안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게 됐나?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안나를 사랑한 뒤 그녀 모습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더라. 기존에 익숙한 여장 남자가 아닌 로렐라이를 비롯한 조연급 캐릭터들도 탄탄했다.

A : "처음에는 여성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이선영 작곡가가 곁에 있으니, 여성 예술가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더라. 솔직하고 대범하고 엉뚱한 이아기를 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 빤하지 않게 풀고 싶었던 이야기는 점차 발전시켜 나갔다. 야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를 떠올렸고, 사회적 인식에 부딪힐 거 같아 그런 설정이 나왔으며 가장 보수적인 사회를 찾다가 빅토리아 시대가 나온 거다. 보수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갖게 되는 제약이나 편견이 많더라. 그러다보니 다르다고 배척당하는 목소리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항으로 싸워 이기는 것보다,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안나가 사실은 대범해보이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지, 누구인지, 이해를 해줄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한다. 결국 그런 나를 인정하면 사회에서 인정 받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한정석)

Q. 사회에서 '여성혐오'(여혐)가 난무하는 시점에서 공연한 작품이라 더욱 도드라졌다. 뮤지컬 판 역시 작품 속 주인공이 대부분 남자이고, 여성 혐오 성격이 짙은 작품들이 많은 것이 실제 흐름이었다.
 
A. "처음 우리가 작품을 개발해나갈 때는 페미니즘이 엄청난 이슈가 아니었다. 우리가 부당하다고 생각돼 다룬 것들이 '여혐'으로 불려지는 문제들이었다. 여혐으로 명명되지 않더라도 불편하거나 문제라고 생각해서 포함시켰던 것들이었다. 혹시 우리가 놓치건 없는지 주의하면서 끊임없이 수정을 했다."(한정석)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뮤지컬 '레드북'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오른쪽) 작곡가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2.05.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뮤지컬 '레드북'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오른쪽) 작곡가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나는 여성 예술가임에도 정석 씨보다 그간 더 둔해했다. 같이 작업을 하면서 찾아가고 공부를 했다. 30년 동안 저도 모르게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다. (여혐에 대한 부분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이선영)

Q. 사랑스런 팝 멜로디의 '사랑은 마치', 단숨에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낡은 침대를 타고' 등 넘버도 처음부터 귀에 척척 감긴다.

A. "처음부터 전체 넘버를 쓴 건 아니다. 트리트먼트가 나온 뒤 한정석 작가의 작업에 맞춰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특정 곡에 중심이 된 멜로디와 리듬을 테마로 잡아서 다른 곡에 모티브로 사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의미도 부여하고자 했다."(이선영)

Q. 각자 어떻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나?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 콤비가 됐나?

A. "문예창작학과에서 시소설을 배웠다. 그런데 시나리오, 극작을 비롯한 대중 서사에 관심이 많았다. 드라마, 영화 관련 일도 했다. 교내 뮤지컬 공모전이 있었는데 특전이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 수강이었다. 뮤지컬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흥미가 생겼다. 제가 쓴 가사에 멜로디가 붙으니 희열이 있더라. 더 진지하게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이 든 거다. 어릴 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음악을 혼자 자주 흥얼거렸다. 이선영 작곡가는 아카데미에서 만나 인연이 이어졌다."(한정석)

"클래식음악 작곡을 전공했다. 우연히 학교 연극영화과 내에 있는 뮤지컬 동아리에서 곡을 부탁해서 뮤지컬 넘버를 급히 쓴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작업을 하다가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이후 공부를 했다. 양주인 음악감독님이 학교 선배라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원래 기악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배우들의 목소리로 다른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더라."(이선영)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뮤지컬 '레드북'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오른쪽) 작곡가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2.05.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뮤지컬 '레드북'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오른쪽) 작곡가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Q. '레드북'에 앞서 성경 속 인물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카인과 아벨'을 먼저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안다(동생의 약혼녀를 사랑하게 된 형이 동생에게 누명을 씌워 파멸시키려 하는 이야기). 계속 진행 중인가?

"너무 우울한 작품이다(웃음). 우울하거나 죽음을 다루는 무거운 주제 의식을 책임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인식이 필요하더라. 기존에 어둡고 치명적인 것을 다룬 소극장 뮤지컬들과 차별성, 변별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도 들었다. 이선영 작곡가를 비롯해 스태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숙성시키고 있다."(한정석)

Q. 절친한 친구이자 작업 콤비로서의 장점은 무엇인가?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끊임없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것들이 작업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 때 자양분이 된다. 아울러 뮤지컬이 서로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아니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도 동의하게 됐다."(이선영)

"한계에 도달할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인다고 할 때 기꺼이 같이 갈 수 있는 파트너다.(한정석)

Q. 주로 참혹하고 비참하게 묘사돼온 6·25 동란을 밝고 따뜻하게 다뤄 주목 받은 '여신님이 보고계셔'도 그렇고, '레드북도'도 마찬가지로 판타지를 유용하게 잘 쓴다. 현실의 피난처로 사용하지 않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긍정적인 희망을 위한 창으로 잘 활용된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레드북'. 2018.02.05. (사진 = 스타라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레드북'. 2018.02.05. (사진 = 스타라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A. "판타지라는 것에는 저라는 사람의 기질이 반영돼 있다. 평소에 공상을 많이 한다. 이를 통해 현실과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있다. 기질 자체가, 걱정이 많으면 안 될 거 같다. 불안하면 힘이 안 난다(웃음).(한정석)"

"비싼 돈 주고 온 관객에게 이왕이면 좋은 영향을 끼치고 힘이 됐으면 하는 것이 한정석 작가의 마음이다(웃음)."(이선영)

Q. 주목 받는 젊은 창작진이지만, 뮤지컬 판이 청년들에게는 녹록하지는 않다.
 
A. "제도적인 것이 아직 잘 마련돼 있지 않다. 기반 역시 탄탄하지 않고 이상한 관행이 많다. 우리가 아직 신인이지만, 후배들이 계약, 처우 등에 대해 묻는다. 그런 것에 대해 아직까지 중구난방이다. 우리는 운 좋게 해나가고 있지만 표준계약서 등 당연한 것을 잘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한정석)

"말도 안 되는 계약도 많다. 작업을 하면서 뮤지컬 산업에 대해 한정석 작가와 같이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창작진이 존중 받는 직업군이 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이선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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