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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런던아트]써펜타인갤러리 이우환 "작품이란 무대의 재제시"

등록 2018.02.14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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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써펜타인 갤러리 앞에 설치된 이우환 신작 ‘Relatum-Stage’

【서울=뉴시스】 써펜타인 갤러리 앞에 설치된 이우환 신작 ‘Relatum-Stage’


【런던 =뉴시스】 박혜영 미술칼럼니스트 = “인간의 삶의 한토막은 무대의 연기와 같은 것이다. 작품이란 무대의 재 제시이다." (이우환 화백)

지난 6일 런던, 아침 10시, 써펜타인 갤러리에서는이우환의 신작 'Relatum-Stage'의 전시를 축하하기위해 영국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모였다. 써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한스울리히오브리스트 (Hans-ulrichObrist), 리슨 갤러리 큐레토리얼 디렉터( Greg Hilty)와 디렉터루이즈헤이워드( Louise Hayward)등 약 30명이 북적였다.

 런던 써펜타인갤러리는 1970년에 개관후 다이애나 비의 지속적인 후원으로 영국에서 중요한 미술기관으로 꼽히는 갤러리다.

 만레이를 비롯해 데미안허스트, 애니쉬카푸어, 울프강틸만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이 날, 아침식사와 함께 이우환 화백과의 만남이 열렸다.

 이 화백은  “작품을 통해 자연과 주변공간, 다른 물질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장을 표현하고 싶었다” 고 한국말로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필자는 행사 내내 ‘한국작가,이우환’이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자랑스럽다"며 이 화백에게 경의를 표하자, 여유있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는 "작품을 현재 설치되어 있는 바닥보다 조금 더 높은 판을 만들어 그 위에 두는 형식으로 제작하고 싶었었는데, 설치되는 곳이공원이다보니, 물리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아, 처음 생각대로 표현되지 못한점이 있다" 아쉬움을 표했다. 노장 화가의 식을 줄 모르는 작품에 대한 열정이 엿보였다.

 행사가 끝날무렵 유명인들의 생각이 담긴 메모를 모아 SNS에 올리기로 유명한 한스 울리히오브리스트가 이번에도 역시 이화백에게 메모를 요청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한편의 퍼포먼스인양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이 화백의 메모에 집중했다.

 그가 남긴 말은 “음, 그냥 기다려라! (Well, Just wait!)”

【서울=뉴시스】 이우환 화백이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에게 써준 메모.

【서울=뉴시스】 이우환 화백이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에게 써준 메모.

【서울=뉴시스】 한스 울리히오브리스트가 이우환 화백이 써준 메모를 보고있다.

【서울=뉴시스】 한스 울리히오브리스트가 이우환 화백이 써준 메모를 보고있다. 


 서울대 미대 재학중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이우환 화백은 화가이기도 하지만 철학가이기도 하다.

 초기작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바람과 함께,조응, 그리고 최근작 다이얼로그까지. 그의 작품은 선과 점 만으로 우리의 인생, 생각을 다룬다. 특히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의 작품에서 뚜렷한변화가 보이는데, 이를 보면 결국 작가의 목소리는 같은 이야기를하고 있지만,작품의 형식 안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작품으로 몸소 실천함이 오롯이 느껴진다. 예를 들자면, 그렇게도 올곧고 바른 선을 한숨에 내려가다가  자유로운 바람을 그리며 몸과 마음에 여유를  품은 것과 같이 말이다.

 올해 82세의 노장의 화가가 이번 런던 서펜타인갤러리에 전시한 ‘관계항’ 시리즈의 조각 제목은 'Stage'(무대)는 커다란 돌이 거울앞에 우뚝 서있다. 거울은 큰 자연과 어우러져 그 큰 돌을 품고 있고, 그 속에 우리가 있다.

 제목처럼 작가는 인생이라는 무대위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비춰 회상해 보는것만 같다. 여든이 넘은 화백이 제시한 작품은 돌과 나무와 하늘의 순간 순간을 담아내며 또 그 풍경을 반사하고 있다. 물론 그 풍경은 내가 들어가야 보이는 풍경이고, 내가 함께 서야 완성되는 작품이다.  이 화백이 평생 몰두한 '관계항'은 결국 문명과 자연,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긴장감있게 보여준다. 커다란 바위 하나, 철판 그리고 거울로 이뤄진 단순한 작품이지만 극찬받는 이유 아닐까. 전시는 7월 29일까지.
 
【서울=뉴시스】 이우환 화백이 써펜타인 갤러리 앞에 설치된 신작 ‘Relatum-Stage’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박혜영

【서울=뉴시스】 이우환 화백이 써펜타인 갤러리 앞에 설치된 신작 ‘Relatum-Stage’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박혜영


박혜영(Sophie Park) 미술칼럼니스트=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과를 졸업하고, 10년간 서울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런던 시티대학교에서 아트 경영과 정책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영국 국립초상화 미술관에서 근무했고, 현재 아트 어드바징 회사 SophiePark Contemporary대표로,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아트 어드바이저로 활동중이다.

[email protected]인스타그램: sophie_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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