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기자수첩

[기자수첩]"물건만 만들어 팔던 시대는 지났다"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8-02-20 08:00:00  |  수정 2018-02-26 10:28:36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이제는 가치를 보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우리는 그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가능할 거라고 봤습니다."

작년 '2017 세계기업가정신주간 한국행사‘ 토크콘서트에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50대 질문자의 "물건 만들어서 팔기도 바쁜데 현실적으로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제조업 기반의 기업활동에 멈춰있는 기성세대와 지식 기반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극명한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질의응답이었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생을 조명한 플라워 패턴을 만들어 각종 디자인 제품에 적용해 판매하는 업체다. 사회적 기업 성격 탓에 비즈니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업체는 설립 이후 5년 만에 100억원에 가까운 연매출을 달성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경공업과 중공업으로 대표되는 저부가 가치 산업으로는 더 이상 발전이 어렵다는 주장 말이다. '신지식인', '지식기반사회' 같은 구호들은 2000년대부터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특히 걸핏하면 '4차산업 혁명'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최근 환경에서 기업인들은 기술이나 아이디어 등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토크콘서트에서 질문을 던진 50대의 모습처럼 사회의 인식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지난 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7년 연간 및 12월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신설된 법인은 21%를 차지한 제조업 분야였다. 도소매업(19.8%), 건설업(10.1%), 부동산임대업(9.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지식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볼 수 있는 정보통신·과학기술 등의 분야는 각각 7.3%, 7.6%에 불과했다. 지식 기반 산업이라는 구호는 허울일 뿐, 우리 산업 생태계는 몇 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처럼 지식 기반 사회로 나아가기 힘든 산업 환경, 제조업 수출로 생계를 이어 온 국내 경제 시스템 등 다양한 구조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혁신적이지 못한 창업 아이템만 추구하는 기성 기업인들에게 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중기부에 따르면 법인 대표자의 연령은 35.7%를 기록한 40대와 27.0%를 기록한 50대가 가장 많았다. 당연히 이들은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에서 가장 많은 신설 법인을 냈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게 사업의 전부이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 기업인으로 살고 싶다면 기업인다운 혁신적인 아이템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wrcmania@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