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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체 폰트·활자' 시초 한자리...백악미술관 '김충현과 최정호'

등록 2018.02.26 10:45:30수정 2018.02.26 14: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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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악미술관 궁체활자전

【서울=뉴시스】 백악미술관 궁체활자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궁체 폰트의 시초와 궁체 활자를 살펴볼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안국동 백악미술관은 3월 1일부터 '궁체 활자-김충현과 최정호'전을 개최한다.  최정호(1916~1988)의 궁체 도안과 김충현(1921~2006)의 궁체 글씨를 한자리에 선보이는 전시다.

 최정호는 '활자 디자인 분야 대부'로김충현은 '서예계의 대부'로 통한다.
  
 최정호는 1934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일본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 광고에 사용된 완성도 높은 글자를 보고, 한글도 이렇게 아름답게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한글 활자체 디자인에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다. 동아출판사체를 제작 인쇄계와 출판계에 활자 개혁 바람을 일으켰다. 이후 일본 모리사와와샤켄도 최정호에게 한글 원도 제작을 의뢰했고, 이때 제작된 글꼴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명조체와 고딕체의 원형이 되었다. 1988년 최정호가 남긴 원도를 바탕으로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최근 최정호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최정호가 디자인한 궁체 활자의 구조 요소

【서울=뉴시스】 최정호가 디자인한 궁체 활자의 구조 요소


  김충현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저항하며 신학문으로부터 철저히 단절된 환경 속에서 한글서예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던 서예가다.  '우리 글씨 쓰는 법'(1942)을 저술했고, 해방 후에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등의 옛 판본체에 전서와 예서의 필법을 가미한 한글 고체를 통해 한글 서예의 새 지평을 열었다. 특히, 김충현의 고체는 인쇄전용체와 필사의 경계를 과감히 허문 서체로 평가 받는다. 현재 그의 글씨는 '한강대교', '동호대교', 경복궁 '영추문'과 '건춘문'등의 현판에 남아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두 사람은 1970년대 궁체에 대한 관심으로 만나게 됐다.

 김충현은 궁체를 한글서예의 근간으로 여겨 궁체 서법을 정리한 서예 교본을 다수 편찬했고, 최정호는 한글 고유 글꼴에 대한 갈증에서 김충현에게 자문을 구해 궁체를 개발했다.

 이번 전시는 궁체가 형성된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김충현이 자신의 서법을 완성하는데 참고한 한글 문서들을 선보인다. 또한 김충현과 최정호의 궁체비교를 통해 글씨가 활자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반영, 변화되었는지 보여준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궁체 폰트들이 최정호가 개발한 궁체를 어떻게 계승, 보완하고 있는지를 소개해 무심코 지나쳐온 폰트 안에 담긴 옛 매체의 기억을 되새겨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김충현의 글씨와 최정호의 활자(좌) 김충현 (우) 최정호

【서울=뉴시스】 김충현의 글씨와 최정호의 활자(좌) 김충현 (우) 최정호


 궁체는 한글이 지니고 있는 붓글씨로서의 멋과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글씨체다. 세로쓰기에 최적화되어 현재 쓰기 문화에서 그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가장 오래된 한글 서체인 만큼 앞으로의 한글꼴 개발을 위해서도 그 역사를 지나칠 순 없다.

 전시를 기획한 김현일씨는 "최정호는 김충현의 글씨를 참고해 궁체를 디자인했고, 결국 그 특징이 활자에 반영되어 현재 우리가 디지털매체에서 사용하는 궁체로까지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다"며 "궁체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루는 서예가와 디자이너 사이의 작은 교류를 살펴보는 이 전시가 보다 다양한 한글꼴 개발을 위해 서예가와 디자이너가 서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전시는 3월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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