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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의 BOOK소리] "성폭력 잔인함, 영혼까지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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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3/0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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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을 낸 최형아 작가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3.01. mangusta@newsis.com
■장편 소설 '굿바이, 세븐틴' 최형아 작가 인터뷰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중에서 가장 끔찍한 게 성폭력입니다. 그런 경험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말하기가 어렵죠. 끔찍한 고통을 지닌 여성을 통해 말과 침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침묵은 금이 아니라 독입니다."

 첫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새움)을 낸 최형아 작가는 "우리 삶을 힘들게 하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가장 극단적인 예로 성 문제를 이야기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고통에 대해 봉인해버린다"고 말했다.

'굿바이, 세븐틴'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성폭력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열일곱 살의 끔찍한 상처를 괄호 속에 감춘 채 표면적으로만 잘 살아가던 여자가, 마침내 진심으로 '괜찮아' 말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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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각계 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맞물려 이 책은 여성의 삶, 더 나아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최 작가는 "요즘과 같은 사회 분위기를 예상하고 쓴 것은 아니지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하는 여성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들 사회적 명예가 있고, 애인이나 남편에게 밝히지 않고 싶은 부분인데 모두 드러내야 하는 것이 속상하다"며 "가장 개인적인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2005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 작가가 등단 13년 만에 낸 첫 장편소설이다. 초고 탈고 후 3년간 여러 번 고쳐 썼다.

"상처를 가진 분들의 마음 속 풍경을 그리는 게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고통스러운 마음을 잘 대변하고, 위로를 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소설에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 한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살아남은 이는 그 죽음의 이유를 파헤친다. 불안과 분노를 감추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그를 찾아나선다.

 성폭력의 잔인함은 그것이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파괴한다는 데 있다. 영혼이 상처 입은 피해자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자책하면서 울지만은 않는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복수를 실행한다.

"다만 저는, 이 세상 어딘가에, 끝까지 놈을 지켜보는 눈동자가 있다는 걸 분명히 알려주고 싶었던 것뿐이었으니까요."(299쪽, '진술'에서)

"성폭력 경험 이후의 상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얼마나 그녀의 인생을 얼마나 파괴했는지 초점을 뒀습니다. 가해자 남성에게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하는지 그 부분을 놓고 많이 고민했고, 법조인들 자문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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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을 낸 최형아 작가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01. mangusta@newsis.com

 책은 육체를 넘어 그 사람의 영혼까지 파괴하는 폭력이 얼마나 악한 것인지, 그 폭력에 맞서 연대하는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말해야 한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말해야 한다. 그리하여 남자에게 고스란히 자신이 고통스럽게 기억하고 있는 말들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찰거머리처럼 자신의 생에 붙어 떨어지지 않은 과거의 어두운 기억으로부터 스스로를 건져낼 유일한 방법이었다."(286쪽, '되돌려주다'에서)

"다만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불편하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알아봐야 서로 기분만 나빠질 뿐이니까. 그게 세상이다."(226쪽 '무대에서 내려오다'에서)

여성의 성폭력 경험과 상처의 극복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가 택한 장소는 여성 성형 전문 병원이다.

취업·결혼·사랑·콤플렉스 등 여러 이유로 자신의 얼굴과 가슴, 심지어 성기까지 성형하려는 환자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성형외과와 환자들의 풍경은 생생하면서도 씁쓸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성형'이라는 현대인의 욕망이 어떻게 여성들의 절망적 상황과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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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을 낸 최형아 작가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01. mangusta@newsis.com

 작가는 "왜 여성들이 자신의 성(性)을 그렇게 타자화할까 싶었다"며 "치료가 목적이 아니고, 몸매를 바꾸는 성형수술까지 하는 욕망 속에는 남성들의 성적 만족이나 여성성과 관련된 사회적 압력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건 단지 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이 주는 어떤 고통이나 반작용까지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다. 나아가 다시는 눈을 감지 않겠다는 다짐일 수도 있다(131쪽)". 무관심이 미덕처럼 포장되는 이 시대에 '굿바이, 세븐틴'은 두 눈 부릅뜨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는 "올해 말에 리얼리즘 계열의 소설을 낼 예정"이라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성들이 어떻게 나쁜 여자들이 되는지 그런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위중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침묵 속에서 마음의 병을 키우는 여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성폭력 피해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제도 개선도 이뤄지길 바랍니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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