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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성폭력 권력 아닌 일상서도 반복…이젠 끝내야"

등록 2018.03.07 22: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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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두 번째)이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관으로 열린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 토크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8.03.07. (사진 = 서울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두 번째)이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관으로 열린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 토크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8.03.07. (사진 = 서울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세계여성의 날 기념 토크쇼
박원순 시장 "남자로서, 시장으로서 책임감 무거워"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저는 성교육 강사인데 강의를 할 때마다 성희롱 발언을 듣곤 합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저를 소개하는 선생님이 '젊은 선생님이 오니 좋지, 예쁜 선생님이 오니 좋지?'라고 소개하셨어요. 그 때 남학생들은 '선생님 해봤어요?' '성폭력 예방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7일 오후 7시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2층 성평등 도서관 '여기'.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하루 앞두고 200명의 여성들이 "이제는 끝"을 외치며 일상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털어놨다.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이라는 이름을 걸고 열린 이날 토크쇼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하루 앞두고 생활 속 퍼져 있는 성차별·성폭력과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제는 끝(#TimesUp)'은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이은 운동이며, '변화를 위한 압력(#PressforProgress)'은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캠페인 주제다.

 참석자들은 고통스러웠던 경험이나 사회에 요구하고 싶은 대안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며 성차별과 성폭력 종식을 요구했다. 밤길을 걸을 때 통화하는 척하며 걷는 일, 여학생을 '아이 엄마'로 설명하는 대학교수 등을 예로 들며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을 외쳤다.
【서울=뉴시스】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관으로 열린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 토크쇼 참석자가 이제 끝내야 할 일을 표현한 그림. 남성 교수로부터 여학생을 '애 엄마'로 표현하는 등 여성 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2018.03.07. (사진 = 서울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관으로 열린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 토크쇼 참석자가 이제 끝내야 할 일을 표현한 그림. 남성 교수로부터 여학생을 '애 엄마'로 표현하는 등 여성 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2018.03.07. (사진 = 서울시 제공) [email protected]



 토크쇼에는 성폭력 관련 시민단체와 영화감독, 청년활동가 등도 패널로 참석해 ▲노동 ▲몸과 건강 ▲사이버 성폭력 ▲폭력과 안전 등을 놓고 경험을 공유했다.

 패널 토론에선 '미투' 운동과 관련된 목소리가 나왔다.

 "'미투' 운동이 불길이 이어질 때 여러 언론사에서 저희 단체에 동참하려는 피해자가 없는지 등을 물어왔다"고 운을 뗀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동영상을 동의하에 찍었는지, 사진을 셀피(Selfie·자신을 스스로 찍는 사진)로 찍었는지에 따라 유포됐다 하더라도 피해가 다르게 구성되는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은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어렵다"고 딱 잘라 말했다.

 서 대표는 "얼굴과 신상을 드러내는 순간 피해 촬영물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 누군가의 스마트폰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올라와 성적으로 소비되고 모욕당할 것"이라며 "의식 개선이 이뤄지고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을 듣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투' 운동을 권력 문제로 규정하는 것을 문제 삼는 패널도 있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상담소 지난해 통계를 보면 전체 성폭력 중 86.3%가 아는 관계이고 성인은 직장에서, 청소년은 학교와 가족에서 피해를 보고하고 있다"며 "권력이 특정 대권 주자라든지 노벨문학상 후보, 특정 연출가, 교과서에 나오는 극작가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생활 동선을 따라가면서 작은 구조를 이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미투' 운동을 남녀를 떠나 권력 문제로 바라보는 의견에 대해 "어떤 포인트를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고 있지만 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의 94.5%는 여성이다. 5.4%의 남성 피해자도 피해를 경험하는 현장에서 여성화되면서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를 본다"며 권력과 상관없이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비판했다.

 토크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함께했다. 참석자들과 패널들은 경험 공유를 넘어 박 시장을 향해 '성평등이 당연한 서울'을 위한 정책들을 제안했다.

 영화 '피의 연대기'의 김보람 감독은 "공공 화장실의 물과 비누, 휴지, 인건비 등을 서울시에서 세금으로 내는 것이 공동체 시민의 안전과 위생을 위하는 일이라면 (생리대 무상공급도) 같은 맥락"이라며 "오히려 비싼 백화점이나 레스토랑을 가면 생리대, 탐폰을 주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들의 손에는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시의회가 2016년 무상 생리대를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를 들며 김 감독은 "당시 뉴욕시장이 '경제력과 상관없이 피를 흘리는 모두가 생리대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뉴욕시가 추진해 온 치안, 안전, 평등, 시민 행복을 위한 가장 위대한 진보'라고 못을 박았다"며 박 시장에게 무상 생리대 공급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중요한 내용을 틈틈이 적어가며 참석자들과 패널들의 발언을 들었다.

 발언을 들은 박 시장은 "앉아 있는 시간 내내 힘들었다"며 "한 사람의 남자로서, 시민으로서, 무한 책임을 지는 시장으로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왜 이런 일들을 미리 하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법상 박 시장은 이날 토크쇼에서 어떤 정책도 약속할 수 없었다.

 대신 박 시장은 "제도나 기구도 중요하지만 (성 관련) 교육이 중요하다"며 "오늘 서울시의회에서 만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좋은 교재와 강사를 확보하는 데 돈이 든다면 서울시가 절반을 지원하겠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다"며 "조 교육감도 좋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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