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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가짜뉴스 악용 속출…여권 고위 관계자 등 겨냥

등록 2018.03.16 1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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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출범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미투 이 싸움의 끝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과 닮아있을 것입니다' 라는 대형피켓을 들고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는 끝났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8.03.15.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출범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미투 이 싸움의 끝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과 닮아있을 것입니다' 라는 대형피켓을 들고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는 끝났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선거 앞둔 정치권에 미투 가짜 뉴스 논란
특정 인물 겨냥 흑색선전, 신상정보 유출
미투 악용이 피해자 고발 위축시킬 수 있어
"캠페인 약화시켜…피해자들 가십으로 소비"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성범죄를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그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가짜 뉴스'들도 속속 등장해 캠페인의 본질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흑색선전을 통한 정치적 악용 시도까지 심상치 않게 벌어진다.

 최근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학창 시절 주변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SNS에 피해자의 폭로 글이 이미 게재됐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삽시간에 돌며 소문은 기정사실화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이는 출처가 불분명한 루머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문에 등장한 피해자의 신상 정보가 실제와 다른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실로 의심할 만한 폭로 글 같은 것도 없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짜 뉴스가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벌써부터 미투 고발의 진위 여부와 얽혀 곳곳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봉주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정 전 의원에 대한 성추행 폭로자로 특정인을 지목해 사진과 동영상까지 게재하며 '신상털이'를 했다가 피소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를 입은 A씨는 정 전 의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최초 보도한 기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폭로 당사자로 소문이 퍼졌다. 그는 사건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에 실명과 출신 학교, 직장 등을 비롯한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누리꾼들의 악플에 시달렸다. 이에 견디다 못해 경찰에 최초 유포자를 고소했다.

 팟캐스트를 통해 미투가 정치적 의도로 이용될 수 있다는 공작 발언을 한 방송인 김어준(50)씨와 관련해서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김어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가 거짓으로 판명나 삭제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2018.03.15.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 같은 미투 캠페인과 관련한 가짜 뉴스 논란이 실제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적으로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들이 확산될 경우 피해자들은 더 많은 노출과 평가를 감당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렵게 용기를 내 나선 고발자들을 위축시킬 염려가 있다.

 특히 정치권 내 대립에 미투가 끼어들었을 때 성범죄 폭로 자체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논리가 연결돼 진짜 피해자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공격 당할 공산이 크다.

 이소희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유독 성폭력 사건이 언급됐을 때 피해자의 목적과 의도가 다르다는 의심이 팽배해서 그런 가짜뉴스가 도는 것 같다"며 "실제 일반 직장 성희롱 피해자들도 문제를 제기한 이후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국면을 맞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투를 악용해 캠페인 자체의 힘을 약화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경우 피해자들의 용기가 그저 가십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미투가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빠른 구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미투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경우 피해자들은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더한 고통을 겪는다"며 "그야말로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고, 정말 필요한 것은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형사조치들이다. 이런 현상들을 볼 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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