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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억울하게 맞은 사람에 "왜 맞냐" 조롱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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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3-16 13:26:23  |  수정 2018-03-27 1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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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성범죄 피해를 고백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한 달을 훌쩍 넘기며 이어지고 있다.

 미투운동은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이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전역에서 미투 해시태그(#)가 물결을 이룰 때만 해도 한국에서 미투운동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 피해 의혹을 제기했을 때 지지받을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면 회의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여성계가 '혁명'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한국 사회가 바뀐 시기는 지난 1월이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 이후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나도 당했다' 고백이 줄지었다. 오랜 기간 사회 각계에서 억눌렸던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에 호응하는 여론도 거세게 일었다.

 문제는 이윤택 사건처럼 극단적인 사례가 공론화하는 와중에도 2차 피해가 속출했다는 점이다. '몇 번이나 당한 것은 이상하다'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 등의 2차 가해가 질문의 탈을 쓰고 이어졌다.

 이 같은 2차 폭력은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김지은(33)씨를 향해 절정으로 치달았다.

 '왜 4차례나 당하고만 있었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개인 신상에 관한 여러 뒷말까지 떠돌자 급기야 피해자가 자필 편지를 통해 "예상했던 일이지만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여성계는 유독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고 우려한다. 폭행을 당한 사람에게 '왜 맞고 있었냐'고 묻는 것은 조심스러워 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왜 거절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거리낌 없이 한다는 것이다.

 거절과 저항에 초점을 맞추면 비난의 화살은 피해자에게 돌아가기 십상이다. 강한 일격으로 맞선 사람만 폭행 피해자로 인정해준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맞고도 호소할 곳이 없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가해자를 비호하면서 피해자에게 저항을 왜 안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묻지 말라"며 "가해자가 어떤 권한을 행사해왔는지, 어떤 위력을 구축했는지 낱낱이 살피고 그 위력의 구조에 대해 묻자"고 촉구했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나름의 '합리적인 의문'들이 또 다른 가해는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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