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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국가들 '美中 헤지 전략'…인도·호주 새 구심점 움직임

등록 2018.03.16 18: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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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필리핀)=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3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11.14. amin2@newsis.com

【마닐라(필리핀)=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3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1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치열한 군사적, 경제적 패권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동남아 국가들이 새로운 헤지(위험회피) 전략으로 인도와 호주 등 제3의 세력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혹은 미국에 기대지 않고도 새로운 힘의 구심점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CNBC뉴스는 16일(현지시간) 그동안 미국과 중국 간 패권다툼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던 동남아 지역 국가들이 최근 인도와 호주 등 새로운 대안세력들과의 동맹을 모색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유력한 싱크탱크인 외교협회(Th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는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 국가들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양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이냐 미국이냐 중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CFR 보고서는 인도는 동남아 국가들에게 G2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갈수록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가장 강력하게 맞서고 있는 나라일 뿐 아니라 미국을 대신하는 “헤지(위험분산)”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시아 전문가인 탄비 마단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만을 택하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 있다. 양대 강국으로부터 최대의 이득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어느 한쪽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국의 독립성을 보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구심점으로 호주를 꼽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 10개국과 호주는 16~18일 호주 캔버라에서 특별 정상회담을 갖는다. 제프 래비 전 중국주재 호주대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호주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이유는 “중국에 대응하는 여러 가지 헤지(위험분산) 전략을 모색하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지난 8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체결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Pacific Partnership, CPTPP)’은 이 지역 국가들이 미국의 리더십 없이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의 외교∙통상 장관들은 이날  칠레 산티아고에서 CPTPP에 서명했다.  CPTPP는 환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이다. CPTPP는 인구 5억 명의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전 세계의 13.5%에 달한다. CPTPP는 회원국 가운데 최소 6개국이 국내 비준절차를 완료한 시점으로부터 60일 이후에 발효된다. CPTPP는 내년 초 공식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10월 CPTPP의 전신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추진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아메리카 퍼스트”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TPP를 전격 탈퇴했다.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중국과 갈등을 빚어온 베트남은 특히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 남사군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은 양국 간 갈등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른바 ‘아시아 중심전략(Pivot to Asia)’을 통해 베트남과 미얀마 등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가들과의 유대관계도 대폭 강화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날로 증대하고 있는 중국의 세력에 대한 힘의 재균형 전략을 추구했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6년 5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엠바고를 전면 해제했다. 1995년 양국 간 국교가 회복된 이 후 20여 년 만에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후임으로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미국으로 눈을 돌리던 아시아 국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최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미국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핵무기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스펀드(Ploughshares Fund)의 사무총장인 필립 윤은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는 태도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즉흥적인 정상회담 결정 등은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동남아 국가들이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를 자랑해 왔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미 정상회담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아세안이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힘의 균형에 적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세안이 미국보다는 중국과 인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앞세워 날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을 우려스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동방정책(Act East)'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와 베트남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4일 인도를 방문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맞아 인도-아세안 국가 관계 형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베트남과 인도가 중국 견제를 위해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을 위한 협력 강화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양국 정상은 특히 방위시설 협력 확대와 공동 국제수로 개발 등을 약속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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