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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한국 60년...'이성자: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등록 2018.03.20 15:42:17수정 2018.03.20 16: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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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1월 4, 90, 1990,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cm,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소장

【서울=뉴시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1월 4, 90, 1990,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cm,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소장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전을 오는 22일 과천관에서 개막한다.

 이성자(1918~2009)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신여성 도착하다'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아온 한국 여성미술가들을 연구하고 조망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전시명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작가의 작품 제목에서 차용했다. 이성자의 행적과 작품세계의 개념을 아우르는 명제로 프랑스와 한국에서 활동했던 작가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작용한다.

 이 화백은 1951년 도불하여 프랑스에서 회화의 기초를 배우면서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파리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 (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에서 회화의 기초를 배웠고 주변 여행을 통해 경험과 안목을 높이면서 작품세계를 확장해 갔다.

 1950년대 도불한 작가 중 유일하게 미술전공을 하지 않고 프랑스에 건너간 이성자는 기법과 표현에서는 철저하게 프랑스 화단의 영향 아래 있었다. 그러나 타국이었기에 작가가 택한 소재와 주제는 오히려 더 한국적이었고, 주로 어린 시절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했다.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자연과 인공’, ‘자연과 기계’ 등 대립적인 요소의 조화를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이는 이 화백의 60여 년간 작품세계의 주요 개념이자 철학으로 구축됐다.

【서울=뉴시스】 투레트의 밤 8월 2, 79, 1979,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cm, 개인소장

【서울=뉴시스】 투레트의 밤 8월 2, 79, 1979,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cm, 개인소장


화백은 "작품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프랑스 화단의 모더니즘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에 철저하게 자신의 주관과 의지로 작품 양식과 소재를 선택하여 자신의 심경과 철학을 화폭에 담았다.
 
【서울=뉴시스】 이성자 화백(1918-2009).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도불을 꿈꾸었던 1950년대 가장 먼저 건너간 이성자(1918~2009)는 프랑스에서 기초를 배웠고, 한국보다 프랑스 화단에 먼저 알려졌으며, 프랑스 화상에게 눈에 띄어 프랑스인에게 처음으로 작품이 소장되었다. 파리에서는 주로 유화를, 프랑스 남부의 투레트에서는 판화를, 프랑스에서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는 도자를 하면서 열정적인 60여년을 보냈다.

【서울=뉴시스】 이성자 화백(1918-2009).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도불을 꿈꾸었던 1950년대 가장 먼저 건너간 이성자(1918~2009)는 프랑스에서 기초를 배웠고, 한국보다 프랑스 화단에 먼저 알려졌으며, 프랑스 화상에게 눈에 띄어 프랑스인에게 처음으로 작품이 소장되었다. 파리에서는 주로 유화를, 프랑스 남부의 투레트에서는 판화를, 프랑스에서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는 도자를 하면서 열정적인 60여년을 보냈다.

1980년대부터 작고할 때까지 하늘 혹은 우주로 향했다. ‘극지로 가는 길’ 혹은 ‘대척지로 가는 길’과 같은 의미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작가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여정 속에서 본 극지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극지’ 혹은 ‘대척지’를 작가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즉, 프랑스에서는 한국을, 한국에서는 프랑스가 작가에게 지구 반대편이 된다. 1994년까지 이어지는 이 작업에 대해 이성자는 ‘동과서의 극을 오가는 내 생활의 그림일기’라고 언급하였다. 프랑스와 한국간의 항로가 변경되면서 이성자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에서 ‘우주’로 시각을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을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구성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와 병행하여 작품세계 변화의 궤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초기 1950년대 ‘조형탐색기’, 1960년대 ‘여성과 대지’, 1970년대 ‘음과 양’, 1980년대부터 작고할 때까지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로 크게 구분했다. 특히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작고할 때까지 제작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시리즈와 '우주'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와함께 작가가 “내 인생의 완성을 시도한 작품”이라고 표현한 투레트의 아틀리에 ‘은하수’를 본뜬 아카이브 공간에서 작가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총 127점의 작품들은 변화와 실험을 거듭한 이성자 작가의 작품세계와 작가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이 전시를 통해 국제적인 흐름과 입체적인 시각에서 한국미술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7월 29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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