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베니스비엔날레서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최초 조명"

등록 2018.03.21 16:38:31수정 2018.03.21 16:57:3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박성태 예술감독.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서울=뉴시스】 박성태 예술감독.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 주제 기획안 공개
박성태 예술감독 총괄·3인 공동 큐레이터 기획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2018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한국의 현대 건축과 국가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자 한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계획안이 21일 공개됐다. 올해 한국관 전시는 작년 5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모 절차를 통해 선정한 박성태(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며 최춘웅, 박정현, 정다영 공동 큐레이터가 기획한다.

 한국관은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Spectres of the State Avant-garde)’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박성태 예술감독은 "한국 개발 체제의 싱크탱크이자 당대 최고 건축가들의 집합소였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 작업 최초로 조명한다"고 밝혔다. '국가'와 '아방가르드'라는 형용 모순적인 단어의 병치를 통해 권력과 상상력 사이의 간극, 정치체제와 유토피아적 이상 사이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이 전시는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이하 기공)에 주목한다는 것.

 실제로 서울의 도시 구조와 한국의 여러 제도와 체제의 가까운 기원이 되는 1960년대 말은 국가의 계획 이데올로기가 건축가의 비전이 뒤엉켜 있던 시대였다.

  1965년 설립된 국영 건축 토목 기술 회사인 기공은 항만, 수도, 교량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에서 세운상가, 박람회 파빌리온 등의 건축물에 이르는 국가 주도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뿐만 아니라 김수근, 윤승중, 김석철, 김원, 유걸, 김원석, 전상백, 기흥성 등 이후 한국 건축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들이 모두 거쳐 간 기공은 당대 최고의 용역 설계회사였다.

  한국 도시 계획의 원형이 되었지만 '기공'의 역사와 활동, 인물들에 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기억의 파편으로만 남아 있다. 이 쓰이지 않은 역사, 기록되지 못한 기억에서 이 전시는 시작한다.

【서울=뉴시스】 설계회사(강현석, 김건호), 빌딩 스테이츠(개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서울=뉴시스】 설계회사(강현석, 김건호), 빌딩 스테이츠(개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박성태 예술감독은 "기공은 한강연안개발, 삼일고가,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중문관광단지, 보문관광단지 등 현대 한국을 형성한 주요 개발계획을 도맡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충실한 아카이브는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한국관은 그 실체가 온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한국 건축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공의 유산을 ‘유령’으로 설정함으로써 이러한  상황 자체를 문제 삼고 전시의 조건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힘이 미약하고 시민 공간(civic space)이라는 개념이 부재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도시와 건축 유산을 파헤침으로써 건축의 보편적 가치이자 당위적 요구로서 제시된 ‘자유공간’에 대한 오늘날 건축가들의 대답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국관 전시는 두 개의 기공 아카이브와 7인(팀)의 참여 작가들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부재하는 아카이브’와‘ 도래하는 아카이브’로 이름 붙인 아카이브는 전시의 배경과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위한 맥락을 제공한다. ▲김성우(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는 세운상가(1967)를 대상으로한 '급진적 변화의 도시'를, ▲바래(전진홍+최윤희)는 구로 산업박람회(1968)를 대상으로 '꿈 세포'를, ▲설계회사(강현석+김건호)는 엑스포70 한국관(1970)을 대상으로 '빌딩 스테이츠'를, ▲최춘웅은 여의도 마스터플랜(1969)을 대상으로 '미래의 부검'을 선보인다.

 또한 미디어 아티스트 서현석의 '환상도시', 사진가 김경태(EH)의 '참조점', 소설가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등 장르를 넘나들며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전진홍, 최윤희(바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서울=뉴시스】 전진홍, 최윤희(바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 전시는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은 시대와 주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한다. 개발체제의 프로젝트와 건축가들의 유토피아적 열망을 함께 다뤄 산업화와 민주화로 양분된 시대 인식을 극복하고자 한다.

 박성태 예술감독은 "충실한 아카이브가 부재하는 가운데 한국 현대 건축의 신화적 기원과 파우스트의 거래 사이를 오가는 기공의 작업을 유령으로 호명했다"며 "동양의 유교적 전통에서 유령의 존재를 호출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현재의 책임을 묻는 일이다. 즉 이 전시는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거나 회고적으로 상찬하는 대신, 문제의 기원을 경유함으로써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성우, 급진적 변화의 도시(세운상가 옥상 통경축), 2018

【서울=뉴시스】김성우, 급진적 변화의 도시(세운상가 옥상 통경축), 2018

【서울=뉴시스】 최춘웅, 미래의 부검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서울=뉴시스】 최춘웅, 미래의 부검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편 2018년도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은 5월 26일부터 11월 25일 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현지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열린다. 이본 파렐(Yvonne Farrell), 셸리 맥나마라(Shelley McNamara) 두 총감독의 기획 아래,‘Freespace(자유공간)’를 주제로 펼친다. 한국관은 현지 시간으로 5월 24일 오후 3시 공식 개막식을 개최하며 6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