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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친일 논란 '나혜석' 독립운동가로 세워 말썽

등록 2018.03.22 17: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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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뉴시스】김경호 기자= 경기 수원박물관이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 발굴 조사를 진행하면서 친일 경력 논란이 있는 나혜석(1896~1948년) 서양화가를 독립운동가로 규정해 말썽이다.

 22일 수원박물관,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수원박물관은 2016년 경기도로부터 '경기도 독립운동 인물 발굴사업' 명목으로 1억 원을 지원받아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 발굴 조사사업에 착수해 23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결과 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수원박물관은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에 대한 발굴·조사사업 용역을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에 의뢰했다. 용역은 인물발굴사업, 사적지 조사, 열전 편찬사업 등으로 나눠 진행됐고, 성주현 청암대 교수, 박종연 서강대 교수, 유현희 수원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수원박물관은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 113명을 추렸고, 이 가운데 의병으로 활동한 안춘경 등 32명을 우선대상자로 선정해 국가유공자로 서훈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원박물관이 용역기관을 통해 조사대상에 친일 경력 논란이 있는 나혜석도 포함시켜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 113명으로 규정, 말썽을 빚고 있다.

 나혜석은 3·1운동으로 5개월 복역한 게 전부다. 그 뒤 친일파로 일본 외무성 부영사가 된 남편 김우영과 만주로 이사한 뒤 조선총독부 주최 제1회 조선미전에 입선해 오히려 친일 논란을 부추겼다.

  1930년 이혼할 때까지나 이혼한 뒤 사망할 때까지 독립운동과 관련한 조직활동이나 창작활동 등이 전무하다. 독립운동가들과 교류나 활동도 없었다는 게 사학계의 중론이다.

 그런데도 수원박물관은 친일파 집안에서 자란 나혜석이 일본에 건너가 유학생들과 독립운동에 가담한 것과 3·1운동으로 복역한 것 등을 들어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로 규정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시민사회 등은 구체적인 친일 행적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짧은 기간 독립운동에 가담한 것만으로 독립운동가로 분류하거나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수원시는 2015년 2월 4일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안전기획조정실 정례브리핑을 통해 나혜석을 '여성해방의 선구자'로 규정했을 뿐 독립운동가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이력 재조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수원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그 행적을 볼 때 나혜석을 독립운동가로 보긴 어렵다. 운동은 조직성, 목적성, 지속성 등이 명확해야 하는데 친일파와 결혼해서 이혼한 뒤에도 그런 게 전혀 없다"며 "그냥 신여성 정도에 가까운 것 아니냐"라고 했다.

 민족문제연구 한 관계자는 "짧은 기간 행적이 있는데 그 뒤 독립운동을 한 경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있지 않다. 독립운동가로 볼 수 없다"며 "결과 발표 때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나혜석을 넣었는지를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수원박물관 관계자는 "용역에 참여한 분들은 당초 나혜석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초기 독립운동을 한 행적이 있고, 친일을 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기 때문에 조사대상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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