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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 질병 분류 계획...업계 "과학적 근거 없어" 반발

등록 2018.03.25 06:23:00수정 2018.03.26 02: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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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 질병 분류 계획...업계 "과학적 근거 없어" 반발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게임업계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WHO(세계보건기구)는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는 WHO가 발간하고 있는 인간의 모든 질병과 사망에 대한 표준 분류법이다.

 ICD-11 초안에는 게임 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행위의 패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애 진단기준으로는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ICD-11 개정안의 관련 내용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약 20억 명에 달한다. 이런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게임 장애'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정신질환 관련 기준이 되는 DSM에서는 게임 장애와 관련해 '인터넷 게임 장애는 정식 장애로 간주하기 이전에 더 많은 의학적 연구와 경험이 요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는 "WHO의 최근 움직임이 게임 장애와 관련된 과학적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게임 장애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실험을 통한 데이터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상 그룹을 이루는 구성원이나 해당 그룹의 모집 과정이 타당한지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과학적 엄밀성이 부족한 자의적 판단에 따라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장애’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권위의 정신 건강 전문가, 사회 과학자, 각국 연구 센터 및 대학 교수진(옥스포드 대학교, 존스홉킨스 대학교, 스톡홀름 대학교, 시드니 대학교) 등 36명도 WHO의 게임 장애 항목 신설 계획에 반대할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행동 중독 논문(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에 게재될 논문을 통해 게임 장애에 대한 부족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주요 쟁점은▲해당 진단을 지지하는 연구진 간에도 게임 장애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
▲기존 근거들이 빈약하다는 점▲연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도로 질환을 공식화하는 것은 광범위한 범위의 비 임상적인 사회 맥락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덕적 공황'이 질환의 공식화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로 인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질병 분류 시스템 상 새로운 질환을 공식화하기 이전에 중독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한다는 점 등이다.

 세계 각국의 게임 관련 협회와 단체들도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WHO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를 비롯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의 게임 관련 협·단체들이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강신철 K-GAMES 협회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증명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장애를 질환으로 분류하려는 WHO의 계획에 대해 전 세계에서 반발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WHO의 게임 장애 분류 시도는 투명성이 부족하고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으며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즉각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오는 28일 '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이 진행을 맡고 강경석 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한다.  

 패널들은 게임의 질병화 시도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 게임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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