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한국인 입맛 기준은 라면?···7인의 코스소설 '파인 다이닝'

등록 2018.04.03 06:09: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한국인 입맛 기준은 라면?···7인의 코스소설 '파인 다이닝'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음식'과 '요리'라는 소재로 의기투합한 젊은 작가들의 테마소설집 '파인 다이닝'이 출간됐다.소설가 최은영·황시운·윤이형·이은선·김이환·노희준·서유미가 일상의 장면들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음식들과 이면에 숨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풀어냈다.

일곱 편의 코스를 여는 첫 작품인 최은영의 '선택'은 새벽녘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는 수녀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함께 수녀로서의 꿈을 키워오다 비정규직 열차 승무원으로 취직한 '언니'가 사측의 횡포로 긴 싸움을 시작하게 되고, 그런 언니를 먼발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나'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미역국 한 그릇에 담긴다.

황시운의 '매듭'은 불의의 사고로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된 남자와 그의 옆을 지키는 여자의 위태로운 나날들을 그린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몸으로 하루하루 고통스러워하는 남자 '윤'과 절망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뒤틀린 욕망을 분출하는 여자 '나'의 이야기가 끓어오르는 탕 속의 낙지처럼 격정적으로 읽힌다.

"제가 발에 맞는 신발을 이야기했었나요. 그렇게 눈을 뜨고 나니 수녀로서의 삶이라는 건 조금만 걸어도 물집이 잡히는 아픈 신발 같았어요. 아물면 다시 터지고 아물면 다시 터지는 거죠···."(최은영 '선택')

"살아 있는 낙지는 통증을 느낀다. 나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아마도 낙지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끔찍한 고통 속에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죽어서야 비로소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지. 통증과 함께 지속되는 삶과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죽음 중 낙지는 어느 쪽을 원했을까."(황시운 '매듭')

윤이형의 '승혜와 미오'는 싱글맘 가정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승혜'와 연인 '미오'의 복잡 미묘한 사연을 담은 작품이다. 지금 여기에서 평범한 커플로 살아가고자 하는 두 동성 연인이 처한 겹겹의 상황을 차분한 어조로 풀어나갔다.

이은선의 '커피 다비드'에는 각양각색의 사연을 품고 외딴섬에 하나뿐인 카페의 문을 두드린 섬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김이환의 '배웅'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설정이 돋보인다. 죽기 전, 도시로 기억을 저장하러 떠나는 '요한'과 그를 바래다주러 같이 길을 나선 '베드로'의 여정을 그린다.

노희준의 '병맛 파스타'는 발칙한 두 남자의 하룻밤 동상이몽을 실감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맛집에서 어떻게 하는 줄 알아? 재료 넣고, 육수 넣고, 양념 넣고, 불 확 켜버리면 땡. 조미료를 안 써? 젓갈 담글 때 이미 팡팡 넣었는데 뭔 조미료를 안 써. 한국 사람 입맛의 기준은 라면이야. 라면같이 만들어서 라면 맛을 잘 숨기면, 잘 팔려. 결과로 승부하는 거야 형."(노희준 '병맛 파스타')

코스 마지막에 놓이게 된 서유미의 '에트르'는 새해맞이용 케이크에 관한 '나'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집주인의 월세와 보증금 인상 요구 앞에서 나의 태평했던 고민은 이내 사치가 되고 만다. 한 해의 마지막 날 12월31일, 한 손에 케이크를 쥔 채 일생 최대의 사치를 저지르려 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이 공감을 자아낸다.

이 소설집은 은행나무 테마소설 시리즈 '바통'의 두 번째 책이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바통'은 소설가들의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독자들이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초판 1쇄분에 한해 특별가 5500원에 판매된다"고 전했다. 232쪽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