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종합]'할퀴고 칼휘두르고' 노인학대 위험수위…가해자 10명중 9명 친족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8-04-02 14:46:20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일 서울시는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과 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등 노인보호전문기관 2곳에서 접수한 노인학대 행위자 중 88.3%가 친족이었으며 그 중 아들이 202명(44.5%)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618tue@newsis.com

 서울시 노인보호기관 2곳 작년 1470건 신고 접수
 노인학대 440건 확인…10명중 4명이상 '아들' 최다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 70대 A할머니는 과거 외도를 했던 남편이 미웠다. 고통을 되갚아주고 싶었던 걸까. 우울증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피해망상에 휩싸였고 분노조절장애 증상까지 보였다. 남편의 옷을 모두 벗긴 채 온 몸을 손톱으로 할퀴고 물어뜯었다.

 "아내의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 상처와 함께 심리적 불안감이 커 병원 치료를 받던 남편 B 할아버지는 양로원 입소 권유를 뿌리쳤다. 할머니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남편에게 신체적·성적 학대는 물론 폭언 등으로 정서적 학대까지 서슴지 않았던 A 할머니도 "미우면서도 외롭다"며 함께 살기를 희망했다. 오랜 갈등에 자녀들은 이들 부부로부터 등 돌린지 오래다.

 #. 여든을 훌쩍 넘긴 C할아버지는 50대 딸 D씨가 무서웠다. 정신병증을 앓고 있는 딸이 '죽여 버리겠다' '이 집에서 나가라'는 등 폭언을 일삼는데도 갈 곳이 없어 참고 딸과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딸이 지배한 집은 고통 그 자체였다. 쓰레기를 가져와 방안 천장까지 쌓아두고 음식물은 썩어 악취가 나고 벌레가 들끓을 때까지 방치했다. 급기야 딸은 소리를 지르며 식칼을 휘둘러 C 할아버지 팔에 상처를 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경찰과 연계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피해 노인 C씨를 학대 행위자인 딸로부터 분리하고 4개월간 일시보호쉼터에서 신체·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확인된 노인학대 행위자 10명중 9명가량은 이처럼 자녀와 배우자 등 가까운 친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과 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등 노인보호전문기관 2곳에서 접수한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1470건이라고 2일 밝혔다. 2016년(1117건)보다 31.6% 증가한 수치로 월평균 35~40건가량 학대 피해가 신고됐다.

 학대로 최종 확인된 사례 440건이다.

 이 가운데 학대 행위자로 확인된 454 중 88.3%인 401명이 혈족과 배우자, 인척 등을 가리키는 친족이었다. 아들이 202명(44.5%)로 가장 많았으며 배우자 112명(24.7%), 딸 54명(11.9%), 며느리 14명(3.1%), 손자녀 12명(2.6%) 순이었다. 가족 간 갈등에서 비롯된 학대 사례는 2015년 84.1%, 2016년 85.0%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신고 1건에선 복합적인 유형의 학대가 이뤄졌다. 앞선 사례들에서도 정신적 신체적, 성적 학대는 물론 방임까지 다양한 학대가 동시에 가해졌다.

 학대 유형(복수 유형 포함)별로는 지난 3년 간 정서적 학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 학대 유형 1910건 중 정서적 학대는 지난해 46.4%인 887건을 기록했다. 이어 신체 710건(37.2%), 방임 177건(9.3%), 경제 88건(4.6%) 등이 뒤를 이었다. 2015년부터 최근 3년간 이 순서가 유지돼 왔다.

 학대 피해 발생 땐 즉시 전문가가 학대현장으로 출동해 학대 행위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한다.

 신고 이후에도 함께 살기를 바랐던 A 할머니와 B 할아버지는 노인보호전문기관 중재로 자녀들이 부양에 나서고 할머니가 약물관리를 받으면서 폭행이나 폭언이 줄었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C 할아버지의 집에 대해선 지역복지기관과 관공서가 청소 등을 실시했으며 딸도 병원 퇴원 후 정서지원과 중재상담 등을 받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학대 피해 노인에게는 시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 3곳을 통해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긴급보호가 필요한 학대 피해 노인을 위한 일시보호시설 4곳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학대 피해 노인 전용쉼터를 열어 심리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긴급보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학대 신고는 전문상담전화(1577-1389)로 24시간 가능하다.

 의사, 변호사, 경찰공무원, 관련학과 교수 등 전문인으로 구성된 사례판정위원회를 운영하고 학대사례 판정이 어려운 사건은 위원회 자문을 받아 법적조치 및 병원진료 의뢰 등 적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시는 전했다.

 시는 보호 조치를 위한 격리 후 신체·심리적 안정 회복지원, 학대재발 가능성을 평가한 후 사례 종결까지 정기적으로 관리해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현재 노인보호전문기관 2곳 외에 올 하반기 노인보호전문기관 1곳을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limj@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사회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