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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핫이슈]미중 '관세 폭탄' 난타전…무역전쟁 현실화 되나

등록 2018.04.07 08:00:00수정 2018.04.09 09: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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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09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09


【서울=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50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카드를 꺼내들자 중국도 같은 규모의 맞대응을 선택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배 규모의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패닉에 빠졌다.

지난 3월 초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며 보호무역 정책의 서막을 열었던 트럼프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중국에게 총구를 겨눴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행위를 이유로 들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항공우주, 정보통신기술, 로봇공학 등 첨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1300개 품목이 미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관세 명단에 올랐다.

미국의 대중 관세부과 조치는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제품들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제조업 육성 정책인 '2025 프로젝트'를 통해 ▲정보기술 ▲수치제어 장비 ▲로봇 ▲우주항공 장비 ▲해양 엔지니어링 및 첨단 선박 장비 ▲친환경 에너지 기술 ▲발전 설비 ▲신소재 ▲의료 및 의료장비 ▲농기계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 '전략적 평정(strategic composure)'을 유지해 왔던 중국도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중국은 4일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내놨다. 대두, 옥수수, 쇠고기, 자동차, 항공기(중형비행기) 등 500억 달러 규모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 2일 돼지고기, 와인, 과일, 등 30억 달러(약 3조 2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내놓은데 이어 본격적인 무력 시위에 나선 셈이다.

중국은 미국의 주력 대중 수출 품목을 정조준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들로 구성된 단체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hina Business Council)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중 수출 1위는 유지종자·곡물(Oilseeds&Grains), 2위는 항공기·항공기부품(Aerospace Products&Parts), 3위는 자동차(Motor Vehicles)였다. 세 항목에 해당하는 수출액만 해도 370억 달러(약 39조원)에 달한다. 이번 관세 명단에 포함된 제품들은 상당 부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 밖에도 중국은 면화, 수수, 쇠고기, 위스키, 담배, 오렌지 주스, 자동차, 화학 제품, 플라스틱 제품 등을 관세 부과 대상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농촌과 제조업 밀집 지역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 더 큰 규모의 보복을 예고했다. 백악관은 5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10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美 "적자 놔둘수 없다" vs 中 "반격하겠다"…강대강 대치

미국은 약 60일간 국내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 뒤 관세 조치를 발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구체적인 발효 시점을 아직 명시하지는 않았다.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양측 모두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하다. 또 추가적인 보복 조치가 오가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사이의 무역 갈등은 구조적으로 쉽게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된 미국의 무역 적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미국의 무역 적자는 5684억 달러(약 604조원)를 기록해 2016년(5048억 달러)에 비해 12.6%나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무역적자 증가세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8월부터는 올해 2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2월 미국의 대외 무역 적자는 576억 달러(약 61조 3000억원)로 2008년 10월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문제삼으며 연간 3700억 달러(약 393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무역 흑자를 1000억 달러 가량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계속 시장을 개방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무역 흑자를 단기간에 3분의 1이나 줄이라는 요구는 수용하기 쉽지 않다.

상대국의 위협에 움츠러들지 않겠다는 양측의 입장도 확고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전쟁은 이미 수 년 전에 멍청하거나, 무능력한 미정부 대표들에 의해 패배했다. 지금 우리는 연 5000억 달러의 무역 적자에다 3000억 달러의 지적재산권 손실을 보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계속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미국의 공세가 계속될 경우 같은 강도로 보복하겠다는 분명한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5일 러시아를 방문해 “미국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며 "미국이 고집을 피우며 중국 제품을 대한 과세 리스트를 공개했고 중국은 강요에 못 이겨 반격을 가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보호무역주의 세계로 확산…한국 경제도 비상

무역 전쟁은 미중 양국의 문제로 끝나지는 않을 조짐이다.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겠다는 결의는 이미 지난해부터 주요20개국(G20) 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사라졌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교역의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다는 배타주의는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70여년간 유지해 왔던 자유무역질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3일 한국과 중국산 탄소강 배관용 부품에 대해 최대 69.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7일부터 한국 등 4개국이 생산하는 철강 연결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 알렉세이 그루즈데브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지난 2일 한 연설에서 "러시아는 모든 진행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공식적인 추정치가 나오면 관련 성명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번 미국의 수입 제한 조치로 중국의 수출이 축소되면 중국에 많은 양의 가공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에도 간접 피해가 예상된다. 또 각국이 연쇄적으로 관세를 높이면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수출이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에 돌입해 미국, 중국, EU의 관세가 10%포인트씩 오를 경우 글로벌 무역량이 6% 감소하고 우리나라 수출은 6.4%(367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무역전쟁 우려에 글로벌 증시 뒷걸음질…"핵전쟁 만큼 위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증시와 금융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71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5% 이상 상승했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올해 들어 부진에 빠졌다. 다우지수는 1분기 2.5% 하락하며 2015년 2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스탠더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2%와 2.3%씩 떨어졌다.

올해 들어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 등으로 증시 급락 사태가 잦아지면서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는 1분기 81% 나 상승했다.

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분기 4.2%나 빠졌다. 영국 FTSE100 지수(-8.2%), 독일 Dax30 지수(-6.5%), 일본 닛케이지수(-5.8%) 등 세계 주요국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달러의 신뢰도에도 금이 가는 모습이다.

주요 1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WSJ 달러지수'는 올해 1분기 2.6% 하락했다. 달러 가치는 일본 엔화 대비 5.6%, 유로화 대비로는 2.5% 가량 절하됐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초 2.410%에서 현재 2.743%까지 높아졌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반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금 가격은 올해 들어 1.8%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모두에게 손실을 가져다주는 '치킨게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측에 중요한 문제들이 있지만 나는 그것들을 광범위한 전략적 맥락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핵전쟁은 시작해서도 안되고 그것을 통해 이길수도 없다'고 했는데 나는 무역 전쟁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 통한 해결 가능성은 열어둬

하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양국은 현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 간의 물밑 협상을 통해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무역전쟁 우려로 증시가 급락하자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며 시장 심리를 달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중에 있고, 몇 차례의 진전과 후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협상은 진행되고 있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중국도 대화를 통한 타결을 희망하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대화 협상으로 문제를 풀고자 충분한 성의와 노력을 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 조속히 일방적인 무역보호주의를 포기하고 대화 협상 방식으로 중국과 무역 갈등을 해소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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