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연예일반

[리뷰] TGIF? TGIP!…케이티 페리를 위한 금요일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8-04-07 00:48:02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케이티 페리 첫 내한공연. 2018.04.06. (사진 = PAPAS E&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앞서가는 패션 센스. 당당한 걸음걸이. 우렁차면서도 시끄럽지 않고 적확하게 파고드는 노랫소리.

 "당신은 저를 억압했지만 저는 다시 일어났어요(You held me down but I got up) / 이미 먼지를 털어내고 있어요(already brushing off the dust)"

6일 밤 고척스카이돔에 있던 1만5000명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은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한국의 이날은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34)를 위한 금요일이었다.

데뷔 17년 만에 펼쳐진 페리의 첫 내한공연 '위트니스 더 투어(WITNESS: The Tour)'에서 페리는 디바의 사자후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과시했다.

본 공연 마지막곡 '로어(roar)'는 '으르렁거림'의 결정체였다. 용기와 기운을 북돋는, 솟아오르는 감정적인 멜로디에 지정석 관객 모두 기립했다.

애드벌룬 여러 개가 관객 머리 위로 만화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처럼 옮겨다녔다. 무려 20곡을 쏟아낸 2시간 동안 페리의 감정은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뚫을 기세였다.

'TGIF'가 아니라 'TGIP'로 부를 만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오늘은 금요일이네요'로 해석되는 '생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Thank God It's Friday)'의 약어가 아닌, '신이여 감사합니다. 오늘은 페리네요(Thank God It's Perry)'의 약어다. TGIF라는 부제를 단 '라스트 프라이데이 나이트'를 부른 뒤 그녀는"오늘이 진짜 금요일"이라며 웃기도 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케이티 페리 첫 내한공연. 2018.04.06. (사진 = PAPAS E&M 제공) photo@newsis.com
'공연 연출의 여왕'답게 100t이 넘는 무대장비는 관객을 압도했다. 주사위를 비롯해 리드미컬하게 변하는 메인 무대 위 네모난 오름내림 무대 여러 개, 돌출 무대를 장식하는 거대한 장미 모형, 키 4m가 넘는 홍학 인형 두 마리. 하지만 그 이상으로 위압감을 넘어 경외심을 들게 한 것은 페리의 무대 매너였다.
 
사람 눈 형상의 거대한 스크린과 눈물이 흐르는 모양의 돌출무대는 그녀가 노래 또는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걸 거들 뿐이었다.

한국 여성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대표적 예장용 관모인 족두리를 자신의 의상에 맞춰 붉게 물든 것을 쓰고 나온 그녀는 '핫(HOT) '콜드(COLD)'를 한국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끊임없이 물으며 소통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케이티 페리 첫 내한공연. 2018.04.06. (사진 = PAPAS E&M 제공) photo@newsis.com
대표곡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걸스(CALIFORNIA GURLS)'를 부른 뒤에는 객석의 한국 관객에게 상어 옷을 입힌 뒤 무대 위로 불러와 포옹하고 함께 '셀피(selfie)'도 찍었다. 한국 관객이 한국식으로 '셀카'라고 하자 따라하기도 했다. 엄지와 검지로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을 '한국식 하트'라고 신기해하며 거듭 '손가락 하트'도 만들었다.

'체인드 투 더 리듬(CHAINED TO THE RHYTHM)' '아이 키스드 어 걸(I KISSED A GIRL)' 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히트곡 속에 객석은 혼미해졌다. 조용한 '와이드 어웨이크(WIDE AWAKE)'는 어떤가. 그녀가 단지 퍼포머가 아닌, 단단함이 똬리를 튼 노래 실력을 갖춘 디바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페리는 데뷔 이후 드디어 성사한 내한공연에 관해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며 "나 역시 한국이 그리웠다"고 했다. 객석은 스마트폰 플래시로 만든 불빛이 장관을 이뤘다. 

기하학적인 도형이 어우러진 의상, 블록버스터급 무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곳곳을 뛰어다니는 에너지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페리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였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케이티 페리 첫 내한공연. 2018.04.06. (사진 = PAPAS E&M 제공) photo@newsis.com
앙코르곡으로 드디어 흘러나온 '파이어워크(FIREWORK)'. 손가락을 살짝 구부린 채 손바닥이 위로 향한 모양을 딴 거대한 손아귀 형상 위에서 "그대는 폭죽이에요! 이리 와서 얼마나 가치 있는지 보여달라"고 노래할 때 그녀는 관객을 자신의 세계 또는 우리의 세계로 완벽히 초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저항' '여성 행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페미니즘, 연애를 해보지 못 했다는 오디션 참가자에게 키스를 날리는 위트. 그 모든 것이 이날 공연에 녹아 있었다. 공연 하나로 완벽한 드라마를 써내려 가는 페리는 대단함을 넘어 성스럽기까지 하다. 여성 디바 공연이 이토록 고결하다는 것을 그간 나는 잊고 살았다.

 realpaper7@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예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