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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정개혁특위, 보유세 논란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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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4-09 10:51:05  |  수정 2018-04-16 09: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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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부모를 해친 원수는 용서해도 내 재산에 손실을 입힌 자는 두고 볼 수 없다"

 우리에게 ‘군주론’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정치절학자 니콜로 마키아밸리가 남긴 말입니다. 이 이탈리아인만큼 인간 본성의 일면을 냉정하게 통찰한 인물도 없을 듯 합니다. 그는 정치가 이상을 지향하되 도덕적 가치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설파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당국자들은 마키아밸리의 이러한 통찰을 절감하고 있지 않을까요. 민심은 조변석개합니다.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릅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다르고, 거리에서 다릅니다.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정부의 권력 사유화에 맞서 촛불 항쟁에 동참한 시민 일부는 현 정부를 향한 지지를 이미 거둬들였습니다. 목동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주민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촛불을 들었던 손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극언까지 퍼붓습니다. 6.13지방선거에서 현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아파트 주민들의 분노는 차고 넘쳐서 지면에 일일이 옮기기도 힘겹습니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는 여러 갈랩니다. 하지만 공통분모는 아파트 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이렇습니다. 우선 서민들이 재산을 불릴 기회를 정부가 앞장서 막고 있다는 원성이 들끓습니다. 당첨만 되면 시세 차익 수억원이 예상되는 재건축 아파트 청약에 뛰어들 기회를 정부가 차단했다는 게 불만의 핵심입니다. 중도금 대출을 가로막아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서민의 정부가 결과적으로 부자들을 우대하고, 서민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게 그 골잡니다. 현 정부가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해 재건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는 불만도 늘 등장하는 단골메뉴입니다.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에 나선 아파트 주민들도 있습니다. 올해부터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반발해섭니다. 위헌소송에 나선 단지들은 강남, 강북, 지방에 골고루 포진했습니다. 이들은 초과이익환수제가 재산권, 행복추구권을 비롯한 헌법상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내 돈 들여 아파트를 다시 짓고 더 나은 환경에서 살려는데 국가가 왜 간섭을 하냐는 게 핵심입니다. 정부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내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정부 규제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부동산만큼 확실한 재부의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이 점차 힘을 잃으면서 부동산 신앙은 어느 때 보다 강해지는 분위깁니다. 정부가 규제를 쏟아내도 견본주택을 찾는 ‘순례 행렬’이 꼬리를 물고, 청약 경쟁률은 수십 대 일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정부의 고민도 깊습니다. 가계 부채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무려 1400조를 돌파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박 정부의 독려가 이러한 부채 증가에 한 몫했습니다. 부채가 늘면 소비는 위축됩니다. 소비가 위축되면 투자 주도의 성장문법을 고쳐 쓸 기회도 멀어집니다.  경제 체질을 강화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길도 요원합니다. 한국경제의 시스템 리스크는 커집니다.

 정부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흔드는 일입니다. 박정희 시대에 고착된 성장의 문법을 허물어야 합니다. 아파트 등 부동산에 잠긴 돈이 4차 산업 등 더 생산적인 영역으로 갈 수 있는 물길을 터줘야 합니다. 그 유력한 길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서민들 사이에서도 아파트는 더이상 축재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져야 합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특위)가 9일 출범합니다. 보유세 등 증세 문제가 논의의 테이블에 오릅니다.  조세정의, 그리고 산업 혁신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주길 기대해봅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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