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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명무실해진 배구 FA 우선협상, 폐지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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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4-12 06:04:00  |  수정 2018-04-30 09: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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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프로배구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팽창하고 있다. 케이블채널의 '대박' 기준인 시청률 1%를 넘긴 경기가 제법 늘었고, 빅매치에는 암표상까지 등장한다. 같은 겨울 스포츠인 농구가 더 이상 부럽지만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손을 봐야 할 규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오프시즌 팬들의 최대 관심사인 자유계약선수(FA) 협상도 이 중 하나다.

프로배구 FA 협상 교섭기간은 3차로 구분된다. 선수는 1차 협상에서 원소속 구단만 만날 수 있다. 2차 협상에서는 원소속 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과 협상이 가능하고, 2차에서 팀을 찾지 못한 선수는 다시 원소속 구단과 테이블을 차린다. 여기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1년 간 무적신세가 된다.

물론 정해진 날짜는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다. 원소속 구단에 우선권이 주어지는 1차 협상에서 타구단들이 해당 선수와 접촉하는 것은 배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명백한 탬퍼링, 즉 사전교섭이지만 누구도 공론화하지 않는다. 다들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어느 구단 관계자는 "벌써 누가 어느 팀으로 간다는 소문이 팽배하다. 탬퍼링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기가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2일 시작된 올 시즌 남자부 우선 협상 기간은 다음달 14일까지다. 2차 협상은 5월 15일~18일이다. 우선 협상은 43일이나 되지만 이적이 가능한 2차 협상 기간은 10분의 1 수준인 나흘에 불과하다. 어느 때보다 신중히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나흘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짧다.

또 다른 관계자는 "2차 협상 기간이 4일이라는 것은 사실상 탬퍼링을 하라는 것 아니겠느냐. 이미 마음이 떠난 선수가 계속 팀에 남아있는 것은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불편하다. 방출될 선수들도 빨리 새 구단을 찾아야 하는데 우선 협상 기간이 길어 힘들어 한다"고 토로했다.

프로배구 FA 제도의 모태가 된 프로야구는 2년 전 우선 협상 기간을 없앴다. 몸값 거품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탬퍼링을 둘러싼 불필요한 감정 싸움은 자취를 감췄다.

출범 14돌을 맞이한 프로배구는 그동안 비교적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였다. 프로야구에도 없는 FA 등급제를 도입해 선수들과 구단 모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있으나마나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사전교섭 제재 규정,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위반이 대놓고 성행한다면 제도의 개선을 생각해봐야 한다. 유명무실해진 낡은 조항을 굳이 내버려둘 이유는 없다.

 문화스포츠부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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