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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승부수 던진 청와대, 입 다문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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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4-16 11: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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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지난 2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가 금융개혁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주목했다. 대표적인 금융규제 강경론자로 꼽히며 19대 국회의원 시절 '저승사자', '재벌 저격수'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불명예 낙마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을 대신할 구원투수로 받아들여졌다.

보름이 지나 상황은 완전 뒤 바꼈다. 그가 날을 세웠던 피감기관과 기업의 지원을 받아 세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의혹이 불거져서다. 7건의 해명자료를 쏟아냈지만 여론도 돌아선 분위기다. 국민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뀐 듯 하다. 야권으로부터는 거센 사퇴 압박을 받으며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모두가 굳게 다물고 있는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두번 연속 수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허탈감에 빠진 모습이다. 금융권 현안들은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도 김 원장의 거취 이슈에 밀렸다. 이쯤이면 청와대의 개혁 의지가 되레 허투루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보다못한 청와대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원장에 대해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선관위는 이르면 오늘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한 위법 여부를 가린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그의 진퇴 여부도 가려질 전망이다. 위법 여부를 떠나 그의 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이었다면 괜찮은걸까. 관행이라 여겨져왔던 것도 깨질 때가 있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 인식이 바뀌고,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 과거 통했던 것도 안 통할 때가 있는 법이다.

김 원장이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하더라도 앞으로 금융권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공교롭게도 김 원장 취임 이후 미묘한 긴장감을 보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따끔한 한 마디가 떠오른다.

"과거에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의 기준과 시각에서 보면 잘못이다."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추천 채용은 당시 관행이었다"고 항변하자 던진 말이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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