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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일국교 정상화, 北이 파격적 양보하면 가능"日구출회 회장

등록 2018.04.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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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핵·납치문제의 일괄 타결 위해 트럼프에게 계속 강조

北과의 납치문제 협상, 메구미 포함 사망 통보 피해자 8명 포함돼야

2014년 북일 접촉 당시 이미 귀국한 5명 외 北이 알려준 생존정보 없어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북한에 납치당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구출회)' 니시오카 츠토무(西岡力)회장이 지난 10일 일본 도쿄(東京)내에 위치한 구출회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니시오카 회장은 아베 총리가 수시로 전화를 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로 아베 총리의 북한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2018.04.16.yuncho@newsis.com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북한에 납치당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구출회)' 니시오카 츠토무(西岡力)회장이 지난 10일 일본 도쿄(東京)내에 위치한 구출회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니시오카 회장은 아베 총리가 수시로 전화를 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로 아베 총리의 북한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만약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파격적인 양보를 한다면 납치문제에 대해서도 양보를 안 할 수 없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 핵보다는 납치가 양보하기 더 쉽지 않은가. 만약 북한이 핵·납치에 대해 파격적인 양보를 한다면 일본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할 수 있고 또 공적개발원조(ODA)를 북한에 지원할 수도 있다"

 니시오카 츠토무(西岡力) '북한에 납치당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구출회)' 회장은 16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에 나선 것은 "미·일이 대북 압력을 최대로 높인 결과"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니시오카 회장은 "북한을 오래 연구한 입장에서 가능성이 그렇게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김정은이 자기 생명 유지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북압력을 함께 해온 미·일이 만들어낸 협상인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납치 문제 해결'에 협력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니시오카 회장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오랫동안 도쿄기독교대학의 교수로 있었지만 1997년 구출회를 만들어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일본인 납치 피해자 구출 운동을 해온 운동가로 더 유명하다. 아베 총리가 수시로 전화를 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로 아베 총리의 북한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남북·북미회담이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북일정상회담도 부상하며 일본 내에 납치문제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베총리는 17~1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니시오카 회장을 만나 납치문제 및 북일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출회를 만들고 활동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구출회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먼저 설명해달라.

 "1997년 3월 요코다 메구미(横田めぐみ) 부모를 비롯해 피해자 가족들이 더이상 정부를 믿고 기다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공작원 출신 안명진씨가 북한에서 메구미를 봤다고 증언한 직후였다. 피해자 가족들이 먼저 가족회를 만든 뒤 이들을 돕는 구출회가 일본 각지에서 만들어졌다. 메구미가 실종된 니가타(新潟)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 이런 지역별 구출회가 모여 전국협의회가 만들어진 것은 1년 뒤인 1998년이다. 이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납치 피해자 구출운동을 해왔다. 구출회는 한마디로 가족은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 납치 피해자를 구하고 싶은 일본 국민들의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2002년 고이즈이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기 전부터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활동해왔다는 것인가?

 "맞다. 사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납치 피해자 5명이 귀국하기 전까지만해도 우리 이야기를 잘 믿어주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납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거나 "납치 의혹"이라는 표현을 썼다. 설마 북한이 13살짜리 어린 여자애를 납치했겠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행사에 기자들도 잘 취재하러 오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일본 정부는 북한의 납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1988년 3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가공안위원장이 하스이케 가오루(蓮池薫), 이치가와 슈이치(市川修一) 등 아베크 실종 사건은 북한에 의한 납치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때 요미우리, 아사히 등 일본 언론들은 하나도 보도하지 않았다. 1991년부터 외무성이 북한과 수교협상을 하는데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고 말했을 뿐 정식 의제로 삼지도 않았다.
 따라서 가족들은 더이상 정부만 믿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단체를 만들고 우리와 함께 운동해 왔다. 2002년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북한에 가서 김정일의 사죄를 받고 피해자 5명도 데려왔지만 북한은 일본 정부 인정자 중에 메구미를 포함한 8명은 죽었다고 했다. 북한의 사망통보 내용도 거짓으로 밝혀진만큼 우리는 피해자들이 살아있다고 믿고 지금까지도 가족들과 함께 구출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북일정상회담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는 염두에 두지 않고 납치문제만 해결하려고 하면 북한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대북 전략은 선 압박, 후 협상이다. 압박의 종류는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경제 제재인데 지금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제 봉쇄를 하고 있다. 또 하나는 군사적 압박이다. 이 두 가지가 효과가 나타나면서 김정은이 미국을 만나겠다고 나선 것이다. 즉 압박을 한 결과 김정은이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북한의 정책 변화다. 정책 변화는 두가지로 하나는 핵 포기고 또 하나는 납치문제 해결이다. 따라서 현재는 우리가 나서서 북한과 만나달라고 하는 단계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김정은에게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납치 피해자를 일본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해야하는 단계다.
 이러한 전략에 미·일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특사단을 만나고 난 뒤 바로 "신조에게 알려야 한다"며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아베 총리도 내가 직접 워싱턴으로 갈테니 만나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자고 해서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압박에 못 견뎌 나온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실제로 정책이 변화되는 단계까지 가면 일본은 그 다음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어떻게 전망하나? 납치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예상할 수 있는 전개는 세가지다. 하나는 애매한 타협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포기하고 핵 협상은 계속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이 파격적인 양보를 하는 것이다. 존 볼턴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으로 기용되고 국무부가 아닌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의 통일전선부와 협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파격적인 양보를 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번째는 협상이 결렬되는 것이다.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ICBM만 포기하고 핵 협상을 지속하는, 이른바 애매한 타협으로 끝나면 납치문제 해결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북한이 파격적인 양보를 하게 되면, 납치에 대해서도 양보를 안 할 수 없다. 사실 핵보다는 납치가 더 쉽지 않은가. 리비아는 파격적인 양보를 해서 얻은 것이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다. 그래서 석유를 팔아서 먹고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해도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핵·납치에 대해 파격적인 양보를 하면 일본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할 수 있고 또 공적개발원조(ODA)를 북한에 지원할 수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되게 하기 위해 아베 총리는 지난 1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 문제의 심각성을 계속 입력시켜 왔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도 납치 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해 유엔에서 메구미 관련 연설도 했고 일본에 와서 피해자 가족들도 만났다. 그리고 볼턴 보좌관은 피해자 가족들을 지금까지 여섯번이나 만났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 그리고 이번에 아베 총리가 미국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납치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을 하게끔 더 확실하게 하고 올 것이다."

-아베 총리가  급진전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일본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미국에 급하게 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일본만 고립돼 있다, '차는 떠났는데 일본은 타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압박을 했기 때문에 김정은이 먼저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함께 한 것이다. 애매한 타협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아베 총리에 대한 신뢰, 납치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자세, 그리고 볼턴 보좌관의 기용 등을 봤을 때 미·일이 함께 대북압박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북 특사단이 미국에 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말을 전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그 자리에서 응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올해들어서부터 북한의 통일전선부와 미국 CIA라인은 가동됐던 것 같다. 즉 이미 북한과 미국은 대화를 시작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카운터 파트너가 CIA라는 것은 북한이 파격적인 양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는 자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파격적 양보를 했다. 북한을 오래 연구한 입장에서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김정은도 자기 생명 유지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은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치 피해자 17명 중 5명은 돌려보냈으며 나머지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출회는 전원 일괄 귀국을 주장하고 있는데, 북한과 실질적인 협상에 들어간다면 합의하기가 어렵지 않나?
 
 "북한이 사망했다고 한 8명은 생존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은 8명의 사망 증거를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납치 피해자들은 엄격히 관리할텐데 이에 대한 사망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게 이상하다. 한 사람 정도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8명 모두 증거가 없다는 것이 우리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리고 나름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전혀 엉뚱한데서 나오는 정보가 서로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사망보다는 생존정보가 많다. 특히 죽었다고 한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恵子), 다구치, 메구미에 대한 생존정보가 많다.
 따라서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피해자가 포함돼 있을 수는 있어도 이 8명은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 그리고 북한이 메구미와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의 일본어 선생이었던 다구치와 같은 사람을 보내놓고 일본이 또 다른 피해자를 돌려보내라, 납치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걱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에 피해자들이 돌아오면 기자회견도 안하게 하고 일반인으로 조용히 살게 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북한과 협상해도 좋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 인정자 17명 외에 더 많은 납치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북한에 정말 피해자가 더 없냐고 물어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 북한과 납치문제로 물밑 협상을 하고 있나?

 "접촉은 하지만 실질적인 협상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대북 핵 협상이 먼저다."

-지난 3월 30일 총리관저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아베 총리와 만났을 때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베 총리와 따로 나눈 이야기는 없었는가?

 "아베 총리에게 “총리의 역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구미가 살아있다는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사망 증거도 납치문제 해결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그건 아니다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알았다. 지금까지 트럼프에게 북한은 쉽사리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해왔다”고 대답했다."

-최근 한 언론에서 북한이 2014년 일본과 납치문제를 협상할 때 가네다 다쓰미쓰(金田龍光)가 북한에 입국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새로운 납치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발표하지 않았는가?

 "가네다는 정부 인정자는 아니지만 북한의 납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특정실종자'로 분류된 인물이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당시 2014년 공식 회의에서는 북한이 이미 돌려보내준 5명 외에 생존 정보를 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왜 공개하지 않았겠느냐? 북한을 더 압박할 재료가 될 수도 있는데. 이는 북한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8명 이외의 피해자들을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납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기 위해 북한이 일부러 흘리는 정보라고 생각한다." 

-북일정상회담, 납치 문제 해결에서 조총련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고이즈미 전 총리의 두번째 방북 때에는 조총련이 역할을 했다. 당시 이지마 이사오(飯島勲) 일본 내각관방 참여와 허정만 조총련 의장 라인이 움직였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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