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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 보고서' 노동부의 정책적 균형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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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4-17 16:28:22  |  수정 2018-04-23 10:39:56
노동자 안전·국민의 알 권리 보장 VS 국가 기밀·기업 영업비밀 '상충'
핵심기술 해외유출·산업경쟁력 저하 따른 일자리 축소 부메랑 우려
정책·제도적 보완 조치 마련되길 바라는 경영계 목소리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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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놓고 정부와 삼성전자가 갈등을 빚고 있다.

 작업환경보고서는 산업재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꼭 필요한 자료이기에 ‘영업상 비밀’이라 해도 공개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견해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외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동원할 수 있는 행정적·법적 대응을 통해 정보공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사안은 핵심은 '노동자 안전 및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국가 기밀사항 및 기업의 영업상 비밀 유출 우려' 간의 충돌이다.

당장은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 신청이 접수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3개사에 국한된 내용이지만, 향후 진행 결과에 따라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삼성 이외의 반도체 관련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도 '기밀유출'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 할 수도 있다.

근로자의 노동과 인권 문제도 외면할 수 없지만, 작은 정보로도 기술 격차가 줄어들 수 있는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해 '국가산업 핵심 전략 문제''로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특히 보고서가 공개되면 중국 반도체 업계 등 후발주자들에게 공정기술이 고스란히 노출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상 국가 핵심기술로 보호받고 있으며,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공장에서 쓰이는 기술은 이미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삼성전자가 보고서 공개를 막고 나선 것도 그 안에 반도체 생산 공정 순서, 생산설비 배치도, 사용 장비, 장소별 사용 화학물질 이름과 사용량 등 제조공정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대응이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회피가 아닌 중요한 정보와 영업 기밀이 불특정 다수에게 아무 안전장치 없이 전파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임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라인, 공정 배치 순서 등을 담고 있는 기밀 내용이라 근로자나 유족 등 당사자만 열람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일반 공개는 안 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당사자 이외에 공개하는 것은 과한 조치란 주장이고, 일리도 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도 공개 범위를 두고 최소한으로 규정하고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삼성과 업계 및 전문가들의 절박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명분을 앞세우며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영·영업상 비밀이 포함되는 광범위한 안전보건자료의 공개를 명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현 정부의 노동 중시 방향성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로자의 인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수십년 막대한 투자를 통해 힘들게 쌓아올린 기술이 여과없이 공개되면 해외 유출은 물론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인한 일자리 축소 등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중국이 우리기업 인재 빼가기와 함께 생산노하우 확보를 노리는 현실에서 기업이 그렇게 걱정하는 기밀을 우리 스스로 알려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난해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의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0.9년으로 좁혀진 상태다. 잠시만 한눈 팔아도 세계시장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기업과 관련 산업의 경쟁력 악화가 가중될 것을 우려하며 정책적·제도적인 보완 조치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경영계에 절박한 목소리에도 노동부가 귀를 기울이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균형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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