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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인생 20여년' 신승원 "아직도 설레요"

등록 2018.04.17 18:57:20수정 2018.04.17 19: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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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승원, 수석무용수. 2018.04.17. (사진 = 국립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승원, 수석무용수. 2018.04.17. (사진 = 국립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6주가 6개월 같았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신승원(31)은 그동안 아픔을 참아왔던 무릎의 재활을 위해 올해 초 휴식기를 보냈다. 약 7년 만에 낸 병가였다. 그러다 지난달 5일 토슈즈 끈을 다시 동여맸다.

신승원은 "다시 첫 출근을 하는 날, 무용복을 챙기는데 너무 설렜어요. '내가 정말 발레를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죠"라고 싱긋 웃었다.

신승원은 발레를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빠져들었다. 독립문 근처에 살던 초등학교 2학년. 건강을 위해 수영을 권한 엄마를 따라 스포츠센터에 갔다가 투명 유리문 건너편에서 예쁜 선생님이 발레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반해 "엄마 나 저거 할래"라고 말했다. 이후 20여년이 지났지만 발레는 여전히 그녀에게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2009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신승원은 8년인 지난해 초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이후 탁월한 기량을 뽐낸 건 물론 한층 더 성숙해진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수석무용수가 된 이후 가장 먼저 출연한 마르시아 하이데 버전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를 연기하며 안정된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해 초연한 국립발레단 신작 '허난설헌 - 수월경화(水月鏡花)'에서는 타이틀롤을 맡았는데, 자신의 예술세계를 힘겹게 펼쳐낸 허난설헌에 감정 이입해 객석을 펑펑 울렸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허난설헌'을 같이 준비했어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밝고 재미가 있는 반면, '허난설헌'은 슬퍼서 실제 감정이 북받쳐 울기도 했죠. 색다른 경험이었죠."

그러는 가운데 수석무용수로서 책임감도 늘었다. 코르드발레, 솔리스트를 거치면서 차분하게 실력을 쌓은 그녀다. "수석무용수로서 해야 될 일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제 무대를 챙기는 건 물론, 후배들을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됐어요. 발레 작품은 혼자 할 수 없거든요. 갈수록 깨닫고 있어요."

2년 만인 19~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신승원이 더 성숙해졌음을 증명한 무대다. 비극이 많은 발레 장르에서 몇 되지 않는 희극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코미디 발레로 통한다.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이 바탕이다.

신승원은 2015년 국립발레단이 아시아 첫 판권을 따내 선보인 초연과 지난 2016년 공연 모두에서 카테리나를 맡아 총천연색 연기력과 춤 실력을 뽐냈다. 발레에 아름답고 사랑스런 역이 많아 오버스럽고 사실적인 이 캐릭터가 어색할 거라 생각했으나 싱그러운 기운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서울=뉴시스】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2018.04.17. (사진 = 국립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2018.04.17. (사진 = 국립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무대에서 좀처럼 해볼 수 없었던 걸 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발레의 많은 작품들이 슬프고, 아름답고, 절제된 데 반해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호탕하고 시원한 느낌이거든요. 내추럴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호호."

완벽주의로 유명한 신승원은 이전의 두 시즌에서 모두 호평 받았음에도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이번 세 번째 공연은 "그런 점을 채워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눈을 반짝였다.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을 단 이후에 처음 카테리나를 연기하는 것이라 부담도 있지만 "긴장감을 좋은 에너지로 승화하고 싶다"며 차분하게 각오를 다졌다.

발레리나로서 목표는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작품을 많이 접하고 싶어요. '로미오와 줄리엣' '마농'은 아직 안 해봤거든요. 사실 발레는 또 다른 삶을 간접 경험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이 매력이에요."

그런 신승원은 삶의 모든 경험이 발레로 수렴된다. "발레 작품에 모든 좋은 에너지를 담아요. 발레와 '폴 인 러브'인 거죠"라고 웃었다. 이것은 봄이 조용히 내뿜는 소리의 생동감이다. 시린 겨울을 투명하게 녹리는 햇살의 재잘거림. "발레가 안 되는 날에는 발레로 인해 극하게 스트레스를 받다가 발레가 잘 되는 날에는 또 발레 때문에 너무 좋아요. 이것 때문에 살고 죽어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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