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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켄드릭 라마, 새로운 형태의 시인

등록 2018.04.17 19: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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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켄드릭 라마, 새로운 형태의 시인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1세기 클래식'이 마침내 인정을 받았다. 미국 힙합가수 켄드릭 라마(31)가 앨범 '댐(DAMN)'으로 미국 최고권위의 언론·문화계 상인 '퓰리처상'의 음악부문을 받았다.

이미 젊은 세대에서는 메인 스트림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힙합을 뒤늦게나 존중한 것이다. 클래식과 재즈 이외의 음악 장르 가수가 상을 받는 건 퓰리처상이 1943년 수상 부문을 음악으로 확대한지 75년 만이다.

지난 2월 '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미국 R&B 팝 가수 브루노 마스가 주요상을 휩쓸었을 당시 봇물을 이뤘던 '라마와 힙합을 홀대'했다는 비판이 상쇄된 순간이기도 하다. 라마의 '댐'은 힙합의 구조뿐만 아니라 흑인의 삶에 대한 통찰로 곳곳에서 지난해 최고의 수작으로 추앙 받는 앨범이다.

라마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2013년 '힙합 디스 대란'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당시 라마는 미국의 래퍼 빅 숀이 협업한 곡 '컨트롤'에서 에이셉 라키 등 미국 유명 래퍼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을 디스했다. 실력에 기반한 파격적인 행보에 힙합팬들은 열광했다. 이는 한국 힙합신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특히 라마는 2015년 흑인으로서 뿌리와 정통성, 자의식을 담은 마스터 피스 '투 핌프 어 버터플라이(To Pimp A Butterfly)'를 통해 '문제적 글'을 쓰는 현대의 새로운 형태의 시인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 앨범의 3번 트랙 '킹 쿤타'가 흑인 소설가 앨릭스 헤일리가 노예로 처음 잡혀온 쿤타 킨테 이래 6대에 걸친, 자유를 위한 투쟁사를 그린 소설 '뿌리'를 기반으로 하는 등 문학성과 예술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잡지 '롤링스톤' 등이 최고의 음반으로 꼽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라마의 팬이라며 그를 백악관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라마와 함께 흑인 문화는 명실상부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의 첫 흑인 영웅 이야기인 '블랙팬서'는 흑인들이 중심이 되는 '블랙필름'을 주류 블록버스터로 끌어올린 수작인데, 라마가 참여한 이 영화 OST의 완벽한 짜임은 그가 자신이 몸담은 음악 장르의 견고한 성을 지었음을 새삼 상기시켰다. 무엇보다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닌 힙합과 흑인문화를 다른 문화와 동등한 위치의 마천루로 승격시켰다.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 씨는 라마의 퓰리처상 수상에 대해 "클래식이나 재즈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라는 점이 포인트"라면서 "꼭 켄드릭 라마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랩이라는 형식과 그것이 지닌 문학성, 전달력, 파급력에 대한 (뒤늦은) 존중"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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