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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 BOOK소리]"발달장애인, 동네바보형 아닌 친구·동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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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4-20 14:03:47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류승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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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작가 류승연이 11일 오후 서울 상수동 카페 블뤼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효령의 'BOOK 소리'

"제도가 먼저 바뀌면 사람들 인식 수준이 올라갈까요? 아니면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먼저 바뀌어야 제도도 정착될 수 있을까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상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승연(42)씨는 자신의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푸른숲)이 "장애 이해 교육을 대신해주는 수단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장애 이해 교육은 단순히 장애인을 이해하자는 교육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이 동등하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기본 인권에 관한 교육입니다."

류씨는 발달장애아(10)를 키우고 있는 전직 기자다. 정치부 기자 시절 현실의 삶을 배우고 40대 정치부장, 50대 편집국장을 꿈꿨으나 장애아를 낳고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전까지 자신이 알던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속도로 자라는 아이를 기르며 숱한 좌절을 겪었다. "집 밖으로 나설 때마다 수많은 시선을 받아왔다"며 "아이가 분노발작을 일으켰는데 '왜 저런 애를 데리고 나왔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사람들 시선 때문에 발달장애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곤 해요. 주변 시선을 감당하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를 강제로 제압해 그 상황을 모면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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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바보 형'은 발달 장애인을 대놓고 조롱하는 말이다. 어눌한 발음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유아기적 언어를 사용해 웃음을 주는 '바보'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삽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요, 제 아들이 발달장애인이 되고 나서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 것과 각종 미디어에서 '바보'를 웃음거리 삼아 놀리는 것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책 제명으로 정했습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발달장애인의 민낯과 가족의 현실, 그들이 사회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등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어쨌든 아들은 언어성 지능검사에서 '경계성' 진단을 받았는데 나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왜냐하면 아들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며, 말귀를 알아듣는 언어 수용 능력은 두 돌 된 아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건을 가져오라고 하면 화장실 불을 끄고, 방에 들어가라고 하면 거실 소파에 가서 앉았다."

 "지능은 조금 낮더라도 평온한 성격을 갖고 스스럼없이 남과 어울리는, 마음이 행복한 장애인으로 자라게 하면 안 되는 걸까? 특수교육의 목표가 그렇게 맞춰지길 바라면 나는 아이의 발달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나쁜 엄마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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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작가 류승연이 11일 오후 서울 상수동 카페 블뤼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0. chocrystal@newsis.com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25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10%가 발달장애인으로 추정된다.

류씨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현재가 아닌 미래로까지 이어질 대책이 없는 것을 꼽았다. "지금 발달장애인 아이를 낳으면 모든 것을 온전히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며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를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매년 발달장애인 자식을 살해하고 본인도 함께 죽는 노부모 기사를 접하곤 하는데요, 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자식을 험한 세상에 홀로 남겨두고 가느니 '차라리 데리고 가자'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절실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장애인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장애인 인권이라고 하면 '장애'라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인권이 돼야 하는데, '불쌍한 장애인'을 위해 무조건 잘해주고 도와주자는 것을 인권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물론 선의에 의한 그 마음은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선의가 때론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더 큰 공분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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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작가 류승연이 11일 오후 서울 상수동 카페 블뤼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4.20. chocrystal@newsis.com
그녀는 "우리 사회가 바뀌려면 발달장애인에 대해 갖고 있는 대중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높더군요. 우리와 다르고 낯설기 때문에 피하게 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는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동등한 사람으로 발달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지요."
 
"장애와 상관없는 대중적인 에세이, 소설 쓰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 류씨는 이번 책이 대중에게 널리 읽혀지기를 원한다.

"장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에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또 재미도 있어요. 웃긴 문장이 있어서가 아닌 내용 자체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많은 분들이 읽고 눈빛이 변하는 그 신기한 경험에 동참해 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문화스포츠부 기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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