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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드루킹 수사' 느긋한 검찰…실체 규명도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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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4-20 18: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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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경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만난 검찰 간부의 말이다. 여론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수사에 대해 묻자 이런 심드렁한 답변을 내놨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으니, 검찰은 잠자코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였다.

 이 말은 진심일까. 꼭 그렇지만 않은 것 같다. 드루킹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경찰이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두고서도 양측은 서로를 견제했다.  

 선방을 날린 건 경찰이었다. 경찰은 드루킹 텔레그램 대화방을 분석하던 도중 지난 5일 김 의원과 관련된 대화방을 최초로 확인했고, 지난 9일 검찰과 이 문제를 협의(법률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의혹의 책임을 검찰에 넘긴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즉각 반박했다. 지난 9일 경찰이 가지고 온 것은 A4 용지 3장 분량의 텔레그램 화면 5개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그 자료가 왔길래 보충수사를 지시했을 뿐 법률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이렇게 서로를 견제하는 사이 드루킹 의혹은 눈더미처럼 불어난 상태다. 야당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직접 나서 이 사안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검찰은 일단 미동도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는 눈치다. 사건 자체가 살아있는 권력을 겨눠야 할 판인데, 그런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경찰이 부실 수사로 불신을 자초하면서 "경찰 수사권 독립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여론이 조성되는 것도 검찰로선 반색할 일이다.

 실제로 검찰은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지는 경찰 수사를 제법 흥미롭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지방의 한 검사는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슈 때마다 자신들 역량이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는가"라며 "잘 해보라고 하라"고 말했다. 경찰의 뒤늦은 계좌 추적 등이 도마 위에 올랐을 때의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게 검찰에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뭇매를 맞는다고 검찰 신뢰도가 자동으로 상승하는 건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건 신속한 진실 규명이지, 수사 주체가 누구이냐가 아니다.

 이 와중에 국민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민생 법안 처리 등이 예정됐던 임시국회는 드루킹 사건 처리 방향 등을 두고 여야가 맞서면서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 혼선을 이유로 직접 나서기 어렵다는 검찰 입장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경찰보다 우월한 수사력을 갖췄다고 자신하는 검찰이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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