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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은 지금 김정은에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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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5-04 06:00:00  |  수정 2018-05-14 09:24:48
"핵무기 완성하고 남조선도 휘저어 놓았다"
"미군 철수할 것… 조국 통일 머지 않았다"
남북한 새로운 체제경쟁 시대로 들어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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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김성민 자유북한방송대표가 1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뉴시스 본사 사무실에서 김현호 상임고문과 인터뷰를 갖고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8.05.01. photothink@newsis.com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현호의 넛지인터뷰>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죽을 고비를 일상처럼 넘기며 살아 왔고 살고 있다. 북한 인민군 엘리트 장교였던 그는 1996년 한국에 있는 작은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이 보위부에 발각되자 북한을 탈출, 두만강을 건너면서 첫 사선을 넘었다.
 중국 다롄(大連)에서 한국행 배를 타려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에 넘겨진 뒤 평양 근처에서 포승에 묶인 채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리며 또 한번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 전국에 수배령이 내려진 가운데 밤에만 기차 지붕을 타고 함흥을 거쳐 다시 두만강에 이르러 강물에 몸을 던졌다. 이후 중국에서 3년 간 숨어살다 1999년 한국에 들어와 탈북자단체를 이끌며 북한민주화운동을 벌이자 북한은 그를 살해 대상으로 지목했고, 지금껏 경찰 경호를 받고 있다.
 그는 작년에 뇌종양에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그는 꺾이지 않았고 주위의 격려 속에 지금은 스스로 "90% 건강을 회복했다"고 말한다.
  그의 아버지는 북한의 유명 시인 김순석이다. 아버지로부터 문학적 재능을 이어받은 그는 평양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을 거쳐 북한군 예술선전대 장교로 복무했다. 북한 인민군 잡지에 많은 시를 발표했고, 사상 교육 교재를 작성했다. 한국에 온 후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탈북자로는 최초로 한국 문단에 시로 등단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KBS 대북방송이 시들해지자 그는 2004년 자유북한방송을 설립, 한국과 탈북자들의 소식을 북한에 전하고 있다. 그가 북한에서 외부세계에 눈을 뜬 것도 대북방송 덕분이었다. 인터넷방송으로 시작한 이 방송은 단파로 하루 5시간 송출 기록을 세울 만큼 실력을 키웠다. 돈이 없어 쩔쩔 매면서도 14년간 단 하루도 방송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
탈북자동지회 회장을 지낸 그는 한국 내 3만2000여 탈북자의 구심적 존재다. 대만에서 아시아인권상을 받았고, 국경없는기자회의 상도 받았다. 북한인권운동의 국제적 리더 격인 미국 수잔 솔티 디펜스포럼 회장은 그를 가리켜 "탈북자 사회의 지휘자 같은 존재"라고 했다.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김 대표에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응, 지금의 북한 현실과 앞으로의 변화 전망 등에 관해 들어봤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탈북자들이야말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변화를 가장 반길 것 같은데.

  "나는 허망함을 느낀다. 이런다고 북한 정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건 뭔가를 따져봐서가 아니라 북한 체제에서 살아 본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갖는 느낌이다. 탈북자들이야 말로 가족 친지들이 있는 북한에 하루라도 빨리 가보고 싶고 북한이 조금이라도 사람 살 만한 곳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김정은은 지금 기고만장해 있다. 한국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을 것이다. 내부 개혁은 고사하고 주민들을 더욱 억압할 것이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김정은 정권을 더욱 몰아붙여 항복시켜야 했다. 그래야 진정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절호의 기회가 사라졌다. 허망하다."

-북한 주민들은 어떤가.

"북한 주민들은 매우 들뜨고 고무돼 있다. 거의 광분 상태다. 김정은이 정말 대단한 지도자라고 믿게 됐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줄기차게 밀고 나가 핵무기를 완성하고 나니 남조선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이 모두 김정은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핵무기는 다 됐으니 경제발전에 진력하자는 김정은 선언에 열광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선전선동이 그대로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 주민 절대다수는 정권이 선전하는 대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겐 북한정권이 알려주는 사실 외에 다른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북한 노동신문 등이 그때그때 바로바로 알려주고 있는 일도 북한주민들에겐 전에 없던 일이다. 김정은 동지가 정말 대단하다, 남조선까지 휘젓고 있구나,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북한주민들은 조국통일이 가능하다고 믿게 됐다. 물론 적화통일이다. 김정은은 그걸 해 낼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 한국에서는 한국 주도하에 북한이 변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주도하에 노동당 대남전략에 의해 남한이 변할 거라고 믿고 있다. 평화협정을 맺고 미군이 철수하고 핵으로 위협하면 조국통일은 멀지 않았다고. 지금 상황은 내가 북한에서 교육받은 그대로 돼 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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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김성민 자유북한방송대표가 1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뉴시스 본사에서 김현호 상임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05.01. photothink@newsis.com


-북한 내부의 분위기와 소식은 어떻게 파악하나

"자유북한방송이 연락하고 있는 북한내부의 소식통만 십여 명이다. 이들과는 수시로 통화한다.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휴대폰을 쓰고 내륙지방과는 휴대전화→유선전화→휴대전화를 사용해 연계한다. 이런 휴대전화엔 우리의 카카오톡과 같은 중국의 워이신이 깔려 있어 실시간 문자와 사진 등이 전송되고 있다. 휴대 전화외에도 여기서 밝힐 수 없는 여러 방법으로 북한 내부와 늘 소통하고 있다.  우리와 연락하는 사람 중에는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뭔가를 바라고 우리와 연락하는 게 아니다. 이들도 몹시 답답한 것이다. 극소수지만 북한 안에도 세상 돌아가는 걸 알고 김정은 정권에 전혀 희망을 못 갖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일반주민들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에 매우 낙담하고 있다."

-'비핵화'에 대해 북한주민들은 어떻게 알고 있나.

"북한에서는 오직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말만 있다. 김일성 때부터 써 온 말이다. 이는 남조선에서 핵무기와 함께 미군이 물러가는 것을 말한다. 나도 북한에서 그렇게 교육받았고, 군대에서는 내가 그렇게 가르쳤다. 인민군의 학습제강(교본)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게 선대의 유훈이라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실체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한국에 미군의 핵무기가 있는 줄 알고 있다. 수백 수천 개의 '핵배낭'(소형 전술핵무기)을 미군이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번에 김정은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니 미국이 마침내 겁을 먹고 미군과 핵무기를 남조선에서 철수시키는 것으로 믿고 있다. 김정은이 대외적으로 '완전한 조선(한)반도 비핵화'라는 말만 쓰고 있는 점을 잘 새겨보아야 한다."

-김정은의 전격적 행보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데.

"6~7년간의 집권 기간 동안 대단한 자신감을 갖게 된 듯하다. 북한 3군단 사령부(평남 강서군 주둔)의 컴퓨터에 보관된 자료 1만2천여 건이 유출된 적이 있다.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거기에는 김정은이 군에 지시한 사항들도 시시콜콜 다 나온다. 그걸 보면 김정은은 집권 초기에 군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내용이 많았다. 그의 지적사항을 적은 문건 자체도 거칠었다. 김정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고지도자의 지시는 다듬고 다듬어서 문장도 완벽해야 한다. 한마디로 김정은이 군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였다. 장성택을 처형하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하면서 김정은의 권력은 확고해졌다. 앞으로 그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덩샤오핑식 개혁을 하려면 대외 개방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합법화해야 하는데 그러면 자신의 정권이 견딜 수 없다고 김정은은 생각할 것이다.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 북한도 일찌감치 덩샤오핑식 개혁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믿기 어렵다. 그건 자신의 아버지를 비판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의 국면을 잘 이끌고 가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제거할 뿐 아니라 한국과 해외로부터 지원을 받아 경제의 숨통을 연 뒤 다시 중앙통제 경제체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지금 북한이 장마당을 단속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장마당을 닫으면 인민들이 굶어죽기 때문이다. 단속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북한의 장마당 활성화 등을 보고 김정은이 경제 개혁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피상적 관찰이다. 지금 김정은은 인민생활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지경이다."

-북한 주민의 생활이 이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관찰자들이 많다.

"사실이다. 그게 모두 장마당 덕분이다. 현재 북한 전역에는 메뚜기시장(아주 작은 장마당)까지 포함하면  장마당이 4000~5000개로 파악된다. 모든 사람들이 뭐든 만들어 장마당에 내다 판다. 내가 아는 사람은 공장에서 실을 몰래 빼내 뜨개질을 해서 장마당에 팔아 먹을 걸 구한다. 일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집안의 냄비라도 내다 팔아 돈을 만든 뒤 그걸로 다른 물건을 사서 되파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이익을 낸다. 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돈이 되는 무엇이든 만들고 판다고 보면 된다.
 ‘돈주’라고 불리는 상당한 자본가들도 많다. 이들은 중국에서 컨테이너로 물건을 들여온다. 지금 북한 전역에는 버스가 잘 다니고 있다. 이것도 겉으로는 각 지역 운수사업소가 운영하지만 사실상 돈주들이 주인이다. 돈주들에 의해 운수 및 교통 사정이 나아지면서 장마당이 더욱 활성화 되고 인민들의 먹고 사는 형편도 훨씬 좋아졌다. 국가가 간섭만 안 해도 인민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언제까지 이런 걸 보고만 있을지는 의문이다. 몇 년 전 노동당 중앙당 강연 자료를 입수해 보니 핵무기 개발에 관한 내용인데 마지막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 '지금 우리나라가 부강하기 위해 장군님(김정은)이 이렇게 심려하시는데 돈 많은 놈들이 문제다. 국가를 위해 한 푼도 안 내놓는다. 이들을 언젠가 손보아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북한 경제가 지금처럼 자유방임식으로 흘러가 시장경제가 자리잡도록 북한정권이 절대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 간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 북한사회에 영향을 주지 않겠나.

"그것도 착각이다. 이번에 남북 간에 문화 예술단 교환 공연이 있었지만 일반 북한 주민들은 내용을 모른다. 김정은과 일부 당 간부들의 축제일 뿐이다. 남북 문화교류를 앞두고 북한은 오히려 '반사회주의 행위 척결 포고문'을 전국의 학교, 공공장소, 장마당 입구 등에 게시했는데, '불순 록화물'을 시청하는 행위 등을 엄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순 록화물'은 한국의 드라마나 노래 등을 담은 비디오를 말한다. 북한은 외부와의 교류에 대비해 주민들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부드러워질수록 안으로는 더욱 강경해져야 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을 한국에서는 너무 모른다. 북한주민들이 한국이 잘 사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대부분 주민들은 여전히 남조선이 어렵고 자본가만 잘 사는 썩은 사회라고 알고 있다. 드라마에서 보는 남조선의 모습은 세트라고 여긴다. 대부분의 탈북자들도 중국에 와서야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 북한은 여전히 극도로 닫히고 억압된 사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북한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나 노래에 익숙해 진 것은 사실이다. 10년 전인가, 평안남도에서 인민재판을 하는데 남조선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부른 사람을 처벌하려고 호명을 하는데 한 시간 동안 계속 이름을 불렀다.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면 인권은 좀 나아지지 않겠나.

“한국과 외부에서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인권 개선의 여지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체제보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북한 스스로 밝힌 걸 본 적이 없다. 북한 내부에서는 이에 관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말 자체를 쓰지 않는다. 짐작컨대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하라는 건 결국 경제봉쇄 등을 해제할 뿐 아니라 세습체제를 인정하고 인권문제 등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싶다. 전에 황장엽 선생이 미국과 일본이 북한더러 체제를 인정해 줄테니 핵을 포기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몹시 화를 낸 적이 있다. 북한 체제라는 것이 세습왕조를 유지하면서 주체사상으로 적화 통일을 이념으로 하는 체제인데 그 체제를 보장해 준다는 건 한국과 북한주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하셨다. 지금 서울서 북한 자유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04년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행사로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15회를 맞는 올해 행사가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로 많이 위축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 인권문제는 꾸준히 치열하게 제기돼야 한다."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변해 갈까.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젊은 김정은이 나름대로 의욕도 보일 것이다. 김정은 통치 방향과는 무관하게 한번 자라기 시작한 북한의 시장경제 싹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인민의 삶이 거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를 꺾으려고 한다면 권력과 시장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시장경제를 일정부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속도 조절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개혁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어서 북한정권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와 방향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정은이 이를 나름대로 잘 관리한다면 북한은 의외로 빠른 속도로 저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한국대로 대북정책과 안보문제 등을 놓고 내부 갈등이 치열해질텐데 결국 남북한이 새로운 체제경쟁을 벌이는 국면이 되지 않겠나. 지금까지는 한국이 남북 체제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글쎄..."   <상임고문>

 h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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