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존재감 없는 금투협회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다. 취임 100일을 맞아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도록 협회가 취했던 입장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이었다. 이날 권 회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장외시장(K-OTC) 활성화, 각종 협의체 발족 등 정책적 과제만 장황하게 설명했을 뿐 정작 시장이 궁금해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권 회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 발행어음 인가 문제에 대해서도 "당국에 포멀(formal)하게 의견을 전달하고 설득하고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최근 자본시장은 삼성증권 사태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 등 연이어 불거진 대형 악재로 난리다. 초대형 IB 발행어음 인가를 비롯해 중·소형 증권사 인수·합병(M&A) 관련 대주주 적격 심사 등 굵직한 현안도 줄줄이 대기해 있다.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 배당 사고 예방을 위한 모범 규준이 허술, 협회 차원에서의 대응이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 지 한 달이 넘었다. 해당 이슈에 대해선 감독 기관인 금감원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맞다. 다만 업계 대변자인 협회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부족했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금투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초대형 IB 사업은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 중 최초로 발행어음 인가를 얻어낸 후 반년째 표류 중이다. 더군다나 신임 감독원장이 과거 은산분리 규제, 소비자 보호 등을 들어 초대형 IB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 1월 협회장 선거를 앞둔 정견발표에서 "자본시장 정책을 결코 다른 국가 정책 목표에 밀리지 않는 우선 과제로 격상시키겠다"며 "정부든 국회든 청와대든 언론이든 손발이 닳도록 만나 당위성을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간담회에서도 여러 정부 부처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각종 협의체가 '협의를 위한 협의'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 회장은 그러나 이같은 호언과는 달리 여전히 금투업계의 핵심 현안들에 대해선 제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국의 심증을 거스르지 않고자 하는 눈치만 보일 뿐이다. 한마디로 아직은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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