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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남북화해, 공연무대가 앞장섰다…문화예술의 힘

등록 2018.05.20 09: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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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의 북.한.춤'

'안은미의 북.한.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지난달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화해무드로 접어들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북한을 재조명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현대무용계의 한류스타 안은미(56)가 6월 1~3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치는 '안은미의 북.한.춤'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2018 트레디셔널 & 컨템포러리-문 밖의 사람들: 문외한(門外漢) 이스(is)'의 하나다. '남북이 본래 같은 춤을 추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조선춤'의 정전이 되는 원조 무용 한류스타 최승희(1911∼1969)의 '조선민족무용기본'(1958)에 기록된 탈춤, 부채춤, 칼춤 등 다양한 춤사위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 전통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남과 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총련계 민족학교 계열의 강휘선조선무용연구소에서 춤을 배운 북한 재일동포 출신 무용가 성애순(43)에게 북한 춤의 기초를 배웠다. 유튜브 검색을 통해 익힌 북한 무용 레퍼토리를 응용한다.

안은미는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남북이 분단된 이후에도 춤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춤추는 용어나 안무하는 방식에서 서로 소통할 부분이 남아 있더라고요. 이번에 한민족의 맥락이 살아 쉼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극장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상주 예술가로 선정된 안은미는 내년 2월 이 극장에서도 '북.한.춤'을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은 남북 화해 분위기에서 화합을 가속화하기 위한 북한 음악 연구를 강화한다. 

북한민족무용 '쟁강춤'

북한민족무용 '쟁강춤'

우리나라는 국악의 전통을 이어 받아왔고, 북한은 전통 악기의 저변을 넓혀왔다. 1950년대 후반부터 전통악기 개량 사업을 시작했다. '민족악기'라는 이름으로 해금(소해금·중해금·대해금), 피리(대피리), 대금(고음저대·중음저대·저음저대), 가야금(21현 가야금), 태평소(장새납) 등 전통악기를 개량해 실제 연주에 활용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옥류금, 어은금 등 새로운 형태의 악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들 악기는 서양악기와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개량된 것이 특징이다.

임재원 국립국악원 원장은 "북한음악에도 전통음악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활성화는 안 됐다"면서 "개량을 많이 해서 정체성 있는 음악은 우리보다 적다. 연구와 교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계획은 있는데 아직 성사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는 북한의 가극에 대한 학술회의와 자료 발간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남북 전통음악 교류 등을 시도해 국악으로 한반도의 평화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예술단은 6월29일부터 7월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창작가무극(뮤지컬) '국경의 남쪽'을 공연한다. 영화 '국경의 남쪽'(감독 안판석·2006)이 원작이다.

분단된 남과 북의 이야기는 일찌감치 공연계에서 단골 소재였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JSA' '여신님이 보고계셔' '로기수' 등이 호평 받았다. 6·25 동란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갈등을 그렸다.

'국경의 남쪽'의 결은 살짝 다르다. 순수한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정통 멜로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나오 작곡가의 서정적인 넘버, 정영 작가의 우리말의 맛을 살린 대사도 극의 감성에 기여한다. 반능기 연출은 "정서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인물 간의 감정과 호흡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국경의 남쪽'

서울예술단 가무극 '국경의 남쪽'

이러한 공연계 일련의 흐름은 급조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것이 최근 정세와 맞물려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안은미는 "몇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솟구쳤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갈 수도 없고, 실행에 옮길 수 없어 늦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북한을 향한 마음을 닫고, 무서워했던 시간을 되돌려야 하는 때가 됐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국립국악원은 이미 북한 음악을 연구하고 있다. 2014년 '제1회 북한음악 연주회'를 열었고, 북한 월간 '조선예술'에 게재된 악기 개량 관련 연재기사를 분석했다. 북한의 무용, 공연, 교육 등과 관련한 학술회의도 열어왔다.

서울예술단은 '국경의 남쪽'이 "1986년 남북문화교류를 위해 창단한 서울예술단의 설립 취지를 상기시키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2016년 초연했고 2년 만에 공연한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분단 73년 냉랭했던 한반도에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성큼 다가왔고, 많은 이들이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이야기 하는 오늘. 사랑이야기를 통해 이쪽과 저쪽의 '나뉨'이 아닌 너와 나의 '만남'에 대해, 그리고 넘을 수 없는 국경 앞에 선 사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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