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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E.A.T', 4차 산업혁명시대 융복합 영감 제공할 것"

등록 2018.05.24 16: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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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예술과 기술의 실험:또다른 시작'전시

1960년대 뉴욕 예술가+공학자 뭉친 'E.A.T' 국내 첫 조명

【서울=뉴시스】 24일 박덕선 학예연구사가가 E.A.T디렉터 줄리 마틴과 함께 '예술과 기술의 실험'전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24일 박덕선 학예연구사가가  E.A.T디렉터 줄리 마틴과 함께 '예술과 기술의 실험'전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이야기하며 국내에서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50여 년 전 이러한 융합을 개척한 E.A.T.를 기리고, 이들의 활동을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오늘날 다학제적 연구와 실험에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1960년대 뉴욕을 기반으로 예술과 과학 기술의 융합을 선구적으로 이끌어낸 그룹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의 활동이 50년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재조명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을 26일 서울관에서 개막한다.

 이 전시를 기획한 박덕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 융복합 예술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박 학예연구사는 "E.A.T.는 ‘인간적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협업하며 독창적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며 "이들의 끝없는 도전은 현대 기술이 가져다 준 일상의 변화와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능동적 인간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도전 중 일부는 재정적 한계나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실현될 수 없었지만 시대를 앞서 E.A.T.가 추구했던 모험은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열린 결말로서 유효하다.

  재생하고 무한 변주되는 세상. 50년전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이 뭉쳐 만든 '예술과 기술의 실험'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박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 타이틀을 '또 다른 시작'으로 지었다.

◇E.A.T.는 무엇

 1966년,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휘트먼, 벨 연구소 의 공학자 빌리 클뤼버 와 프레드 발트하우어가 결성한 비영리 단체로 예술과 과학기술, 나아가 산업의 영역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과 교류를 선도했다.

 ‘기계 시대의 끝’이라 명명되었을 만큼 새로운 기술적 시도가 범람했던 1960년대 사회적 상황은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던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술과 기술의 실험을 의미하는 E.A.T.는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던 6000명이 넘는 예술가와 공학자가 이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포스트모던 무용의 대표적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 등을 포함한 현대 예술의 유명 인사들과도 교류하며 서로 다른 영역의 협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환상적인 예술적 성취를 이끌어냈다. 
 
 박덕선 학예연구사는 "예술과 과학 기술의 협업을 통해 인간 창의력의 최전선을 실험하면서 동시에 과학기술에 의해 인간이 소외되지 않도록 예술 및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인간적인 상호교류를 바탕으로 협업을 이끌어냈다"며 "E.A.T.가 추구했던 가치의 중심에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그들이 협업을 통해 이뤄낼 멋진 신세계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트레이서(Tracer), 1962년, 자전거 바퀴와 금속판, 전기 모터, 목재에 플렉시글라스, 69.90×57.20×15.20㎝, 페이스 갤러리 서울 소장

【서울=뉴시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트레이서(Tracer), 1962년, 자전거 바퀴와 금속판, 전기 모터, 목재에 플렉시글라스, 69.90×57.20×15.20㎝, 페이스 갤러리 서울 소장


  ◇ 예술가+공학자 융합 '협업의 시대'

  예술가들과 공학자들의 '협업의 시대'는 왜 만들어졌을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미국으로 망명하기 시작하면서 예술의 주도권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때 유럽을 기점으로 시작된 미술가와 무용가의 협업처럼 장르 간 경계를 흐리는 실험적인 흐름 역시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전이된다.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는 안무가 머스 커닝햄, 폴 테일러, 스티븐 팩스턴, 트리샤 브라운 등과 어울리며 퍼포먼스가 더해진 매체 실험을 이어나갔다.

  존 케이지, 백남준 등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은 즉흥적인 행위와 슬라이드 상영이 혼합된 새로운 기술의 실험극을 시도했다.

 1960년대는 그 어느 때보다 예술가들이 활발히 협업하고 교류한 시기였다. 또한, TV와 라디오가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과학기술이 일상의 영역으로 보편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예술가와 과학자의 협업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8명이나 배출한 벨 연구소 소속 공학자 빌리 클뤼버는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관장이었던 폰투스 훌텐과 어울리며 뉴욕의 예술가들과 협업했고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1960년대의 실험 정신과 협업 정신이 깃든 장 팅겔리의 '뉴욕 찬가'(1960), 앤디 워홀의 '은빛 구름'(1966), 존 케이지의 '변주곡 V'(1965) 등과 같은 현대미술 작품들이 탄생했다.


【서울=뉴시스】 백남준, 자석 TV(Magnet TV), 1965년(1995년 재제작), TV 수상기, 자석, 50x90x12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울=뉴시스】 백남준, 자석 TV(Magnet TV), 1965년(1995년 재제작), TV 수상기, 자석, 50x90x12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번 전시는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작가들 사이의 공동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1960년대를 ‘협업의 시대’라 지칭하여 E.A.T.가 탄생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이번 대규모 회고전에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을 주도한 33점의 작품과 단체의 활동과 작업 등을 담은 아카이브 100여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협업의 시대’에서는 영역 간 경계를 허물고 작가들 간의 공동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1960년대를 돌아본다.

 앤디 워홀과 공학자 빌리 클뤼버의 기술적 조언으로 완성된 풍선 오브제 '은빛 구름'(1966)도 볼수 있다. 전시장을 부유하며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되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협업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예술의 권위와 관습을 깬 시도로 혁신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백남준의 '자석 TV'(1965)도 선보인다.  TV에 자석을 대면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해 화면에 다양한 추상 패턴이 맺히는 작품이다.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대중매체를 관람객이 완성하는 작품으로 당시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작품은 비디오 아트의 신기원을 열어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앤디워홀이 만든 '은빛구름' 작품이 서울관 천정에 달라붙어있다. 앤디워홀 미술관에서 노낸 은색 스카치팩을 이용해 재현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앤디워홀이 만든 '은빛구름' 작품이 서울관 천정에 달라붙어있다. 앤디워홀 미술관에서 노낸 은색 스카치팩을 이용해 재현했다.



 두 번째 섹션 ‘E.A.T.의 설립’에서는 E.A.T.가 비영리 단체로 출범하여 예술가와 공학자 간 체계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협업의 범위와 영향력을 확장해 나간 과정을 소개한다.

  세 번째 섹션은 E.A.T.의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여준 실험의 장이자 역사적인 퍼포먼스 ‘아홉 번의 밤: 연극과 공학’(1966)으로 채워진다. 총 10개의 퍼포먼스로 기획된 이 이벤트는 현대무용, 순수예술, 미디어, 음악, 영화 연극 등의 장르를 수용한 다원예술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섹션 ‘확장된 상호작용’은 E.A.T.의 활동이 예술과 기술의 협업에서 출발하여 교육, 에너지 생산과 재분배 그리고 환경 문제를 다루는 등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까지 확장되는 과정과 주요 활동들을 담는다.

 전시에는 E.A.T.의 창립 멤버인 로버트 휘트먼이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서울 - 뉴욕 아이들 지역 보고서'(2018)도 선보인다. 서울과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11~ 13세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이용해 각자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촬영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디어랩과 뉴욕의 ‘컬쳐허브(CultureHub)’스튜디오에서 실시간 영상통화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장 뒤피의 심장 박동 먼지 기계. 전기 청진기를 심장 박동에 대면 진동시켜 먼지를 일으킨다. 1968년 E.A.T.가 개최한 공모전에서 예술가와 공학자의 협력을 통해 제작한 작품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으로 선정되어 1등 상을 받았다. 같은 해 공모전과 연계된 뉴욕 현대미술관의 '기계시대의 끝에서 본 기계'와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더 많은 시작: 예술과 기술의 실험'에 전시됐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장 뒤피의 심장 박동 먼지 기계. 전기 청진기를 심장 박동에 대면 진동시켜 먼지를 일으킨다. 1968년 E.A.T.가 개최한 공모전에서 예술가와 공학자의 협력을 통해 제작한 작품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으로 선정되어 1등 상을 받았다. 같은 해 공모전과 연계된 뉴욕 현대미술관의 '기계시대의 끝에서 본 기계'와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더 많은 시작: 예술과 기술의 실험'에 전시됐었다.



  전시 개막일 26일 오후 2시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는 E.A.T.의 디렉터겸 대표 줄리 마틴과 E.A.T. 연구자이자 에콜 드 루브르(Ecole du Louvre) 강사인 크리스토프 르클레르크의 강연이 열린다. E.A.T.의 역사와 활동에 대해 짚어보는 자리다. 또한 1970년대 <텔렉스: Q&A (Telex: Q&A)>(1971)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스웨덴 출신의 작가 안나 룬드(AnnaRundh, 1979년 ~ )의 렉처 퍼포먼스(2018)도 만날 수 있다. 9월 16일까지. 관람료 4000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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