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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고 수억 챙긴 중구 공무원들…임우재는 무혐의

등록 2018.05.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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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주무관, 뇌물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핸드폰 끄고 1년 도주했다가 경찰에 덜미

경찰 "임우재, 공무원에 뇌물 준 흔적 없어"

【서울=뉴시스】명동·남대문·을지로 일대 건축·용도변경 공사를 특정 설계업체에 몰아주고 약 3억원을 대가로 받은 서울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덜미를 잡혔다. 2018.05.30. (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서울=뉴시스】명동·남대문·을지로 일대 건축·용도변경 공사를 특정 설계업체에 몰아주고 약 3억원을 대가로 받은 서울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덜미를 잡혔다. 2018.05.30. (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명동·남대문·을지로 일대 건축·용도변경 공사를 특정 설계업체에 몰아주고 약 3억원을 대가로 받은 서울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덜미를 잡혔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았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중구청 건축과 소속 전모 주무관(7급), 도심재생과 소속 임모 전 팀장(6급)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뇌물수수 혐의, 도심재생과 소속 최모 전 과장을 형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건축 설계 업체 관계자와 중구 공무원 11명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임 전 팀장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중구청 관내 건축설계 및 감리 업체에게 건축 인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도와준 대가로 4개 업체로부터 총 약 1억4000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주무관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3개 업체로부터 총 2000만원, 최 전 과장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1억2000만원 상당을 뇌물로 받은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소위 '허가방'을 만들어 특정 설계업체를 통해야만 인허가를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법으로 설계업체들과 유착 관계를 유지해왔다. 공무원들은 이 같은 유착 관계를 이용해 건축 민원인들이 특정 설계업체와 계약을 하도록 유도하고 그 대가로 설계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겼다.

 '허가방'에 참여한 6개 설계 업체는 이 같은 수법으로 '일감'을 몰아받고 5명의 공무원에게 총 3억1358만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시스】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해 6월13일 서울 중구청을 압수수색했다. 2018.05.30. (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서울=뉴시스】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해 6월13일 서울 중구청을 압수수색했다. 2018.05.30. (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전 주무관과 최 전 과장은 유착 관계에 있던 업체에 부인을 허위로 등재해 급여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업체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 임 전 팀장에게는 7개월분 급여 2500만원, 최 전 과장에게는 20개월 급여 7200만원을 뇌물로 주기도 했다.

 특히 전 주무관은 2000만원을 뇌물로 받았음에도 업체에 추가로 금품을 요구해 3000만원을 더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지난해 7월 육아휴직을 내고 수천만원의 현금을 출금한 뒤 휴대폰을 끄고 1년 가까이 잠적하며 도주 생활을 해오다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앞서 중구청 공무원에게 거액의 뇌물을 공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에 대해 불기소 처분키로 결정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서울시 감사위원회로부터 임 전 고문이 2014년 3월께 임 전 팀장에게 수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수사의뢰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돈이 오갈 당시 임 전 고문은 삼성전기 부사장 이었으며 그의 부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장충동 전통호텔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경찰은 임 전 팀장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출처가 불분명한 총 7억5000만원을 발견했다. 경찰은 임 전 팀장이 임 전 고문에게 받은 돈으로 의심하고 추궁했지만, 임 전 팀장과 임 전 고문은 "호의로 준 것"이라고 부인했다.

 경찰은 임 전 고문과 임 전 팀장 사이의 돈거래에 대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임 전 고문의 자택과 사무실, 핸드폰, 금융계좌 등을 압수수색하고 3차례 불러 소환조사를 실시했지만 임 전 고문이 임 전 팀장에게 현금을 건넨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혼 및 친권자 소송중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혼 및 친권자 소송 2차 변론준비기일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은 지난해 12월 초 계약해지 통보를 받아 비상근 자문역이 됐으며 통상적으로 임원이 상임고문에서 비상근 자문역이 되면 퇴사로 간주된다. 2017.02.0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2017.02.09. [email protected]

또한 임 전 고문은 부인 이 사장과 지난해부터 이혼 소송 중이기 때문에 삼성가(家)와 호텔신라를 위해 불법행위를 할 만한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한옥건축 관련 인허가는 임 전 팀장이 소속된 중구청의 업무가 아니라 서울시의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임 전 고문이 중구청 공무원에 뇌물을 줄 이유도 없다고 봤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임 전 고문이 임 전 팀장의 설계업체 뇌물 수수 의혹을 덮어주기 위해 '돈을 호의로 줬다는' 진술한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임 전 고문의 뇌물 공여 혐의는 무혐의로 처리하고 불기소됐다.

 경찰은 명동, 을지로, 동대문, 남대문 일대에서 증·개축, 용도변경 민원과 관련해 공무원들과 설계 업체 등과의 유착이 수년간 계속돼 온 것으로 보고 서울시에 공무원 인사시스템과 뇌물공여 업체들에 대한 행정처분 등에 대한 개선을 건의했다.

 경찰은 구속된 전 주무관은 지난 24일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13명에 대해서도 오는 31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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