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포럼세미나

[안민포럼]북한의 비핵화 쟁점과 과학기술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8-06-01 17:51:03  |  수정 2018-06-11 09:19:11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정보관리 실장은 1일 안민정책포럼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의 비핵화 쟁점과 과학기술’이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사진제공=안민정책포럼)
【서울=뉴시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 검증과 미신고 농축시설의 존재를 탐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검증과 평가 단계에서 상당히 격렬한 갈등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정보관리 실장은 1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의 비핵화 쟁점과 과학기술’이란 강연을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안 전 실장은 핵기술과 핵통제 관련 최고 전문가로서 그동안 북핵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안 전 실장은 북핵폐기의 검증과정에서 북한의 협조가 관건이지만 북측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진다 해도 장기간에 걸친 핵물질 생산, 취급, 사용에 관한 사항이 한 점 의혹 없이 해소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결과에 대한 의혹과 신뢰사이에 어느 선에서 타협할 것인가가 우리에게 남겨진 정치적 숙제라고 내다 봤다.

  안 전 실장은 북한의 협조로 검증이 원활하게 이루어 진다해도 종합평가 도출까지는 2~3년 이상의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시스는 이날 안 전 실장이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 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 핵활동 검증이란, 과거와 현재의 모든 핵무기 및 원자력관련 활동에 대해 신고된 사항을 확인하고 미신고 활동의 부재를 확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북한의 핵무기개발 활동은 크게 나누어 플루토늄 생산 프로그램,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핵탄두(기폭장치) 개발 프로그램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 프로그램은 다시 관련시설, 기기, 물질, 인력 등의 세부 항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요 검증방법은 문서검증, 핵물질 계량, 시료채취/분석과 종사자 인터뷰를 통한 확인 등이 있다. 문서검증은 핵시설의 가동기록이나 운영일지 등을 조사해서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이고, 현장사찰은 핵물질의 생산, 가공, 사용 및 재고량 확인, 비파괴 방사선 측정을 비롯한 물질수지 확인을 뜻한다. 아울러 시료채취와 종사자  인터뷰 등도 뺴놓을 수 없다.

 핵활동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핵무기용 핵물질(플루토늄, 고농축우라늄)의 생산량, 사용량 및 재고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플루토늄 생산에 사용된 원자로가 흑연감속로이기 때문에, GIRM(Graphite Isotope Ratio Method)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GIRM은 흑연로의 감속재인 흑연에 함유된 ppm준위의 여러 가지 불순물 원소의 동위원소들이 중성자 조사(照射, irradiation)에 의하여 변환된 정도를 측정하여, 원자로의 누적 가동률을 계산하고 이로부터 플루토늄 생산량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6개월∼1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시료채취가 쉽지 않고, 고성능 질량분석기(mass-spectrometer)가 필요하다는 등의 문제가 있으나, 미국이 이미 실증을 거친 방법이며, 오차한계가 3 % 이하의 정확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이 최대 70 kg 정도이므로 최대 오차가 약 2 kg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북한 측이 협조한다면 플루토늄 생산량 검증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 검증, 중요하지만 어려운 사안

  그러나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 검증은 어려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신고 농축시설의 존재를 탐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미신고 농축시설 탐지는 정보에 의한 것과 대규모 광역 환경시료를 주기적으로 채취/분석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서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다. 또한, 이미 상당기간 운영된 농축시설에 대하여 완전한 검증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우라늄 농축시설은 검증/평가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에 농축시설에 대한 물질수지 검증에서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지만 남아공의 경우 정황상 의도적인 전용은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종결처리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국제사회가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질수지 검증에서 불일치가 발생하면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상되는 문제는 우리나라 참여 제한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핵무기의 비 보유국이기 때문에 핵무기 설계, 제조 등 핵무기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검증에는 참여가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처리나 농축과 관련된 검증에도 일정부분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검증을 주도할 주체(미국 단독, 4자, 6자, IAEA, CTBTO(핵실험장))에따라 참여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검증과정 참여 배제 혹은 제한 가능성 있어

 아울러 물질수지의 불일치 문제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검증이 진행될 경우 북한의 협조가 잘 이루어질 것인지에 관한 우려가 있지만,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하여도, 검증결과 북한이 수십년간 생산, 사용, 폐기, 보유 중인 핵물질의 물질 수지가 신고한 내용과 일치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확인되지 않은 핵물질의 양이 크다면 신고 결과를 신뢰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럴 가능성의 매우 높다.

 검증을 통하여 모든 의문사항이 해소되면 바람직한 일이나 실제로는 장기간에 걸친 핵물질 생산, 취급, 사용에 관한 사항이 한 점 의혹 없이 해소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의문사항이 해소되지 않거나 일부사항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핵확산에 대한 우려해소에 충분한 경우, 검증은 성공적으로 완료된 것으로 판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가 이러한 사례이다.)

 검증이 북한의 협조로 원활하게 이루어 진다하여도 검증활동과 종합평가 도출까지는 2∼3년 이상의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최종 결론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문제의 핵심인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 생산량과 고농축 우라늄 생산활동을 확인하는 것은 북한이 협조만 한다면, 6∼12개월 정도면 가능할 수 있다. 미국이 원하는 검증은 이러한 형태의 검증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장시간이 소요되는 상세한 검증 보다는 실제로 핵무기 제조에 사용된 수 있는 Pu와 HEU의 생산량을 확인하고 이를 반출하는 것에만 직접 참여하고, 그 이상의 상세한 검증은 차후 IAEA가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 종합평가 도출까지 2∼3년 이상의 시일이 필요

 핵시설 폐기는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시설을 모두 파괴․제거하여 핵프로그램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만들거나 해체(Decommission)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관련시설 중에는 핵무기 개발이 아닌 평화적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거나, 오히려 평화적인 용도가 더 일반적인 것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이중용도를 가진 시설들은 파괴하기 보다는 용도전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용도전환에는 시설과 물질만이 아닌, 종사자들의 직업전환도 포함되어야 한다.
 
  종사자들의 직업전환에는 구 소련이 무너질 때 사용된 협력적 위협감축(CTR : Cooperative Threat Reduction) 프로그램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은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러시아는 군축으로 인하여 실직한 핵개발 인력의 해외 유출로 인한 핵확산 방지가 목적이지만,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하여 모든 핵개발 인력을 더 이상 핵개발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목적임) 프로그램도 다르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종사자 직업전환에는 개성공단을 활성화시켜 취업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yunghp@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