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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의심받는 민주당의 지방분권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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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6-04 15:43:31  |  수정 2018-06-11 09: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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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6·13 지방선거때 개헌 찬반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는 방안도 무산됐다.

 집권 민주당은 개헌 무산 책임을 자유한국당에 돌리며 강력 규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을 보면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폐기된 개헌안을 되짚어보자. 개헌안 내용중 큰 주목을 받았던 부분은 지방분권이었다. 지방분권 공화국 규정, 지방정부 명칭 부여, 지방조직권과 지방재정권 확대 등 지방분권 관련 사항은 지역 정치권에서 상당히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됐다.

 이같은 내용의 개헌안을 통과시키려 했던 정당이라면 마땅히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지방분권에 입각한 조치들을 취했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럴 생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첫발을 '4인 선거구 무산'으로 내디뎌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당초 서울시는 이번 자치구의회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1개 선거구에서 2명을 뽑는 '2인 선거구'는 줄이고 4명을 뽑는 4인 선거구를 대거 신설하는 내용의 획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상임위와 본회의를 거치며 4인 선거구를 없앴다. 민주당 중앙당이 시의회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이같은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이같은 행태는 자치구의회에서 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1개 선거구에서 2명만 뽑으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각 1명씩 선출돼 나눠먹기(?)가 가능하다. 반면 4명을 뽑으면 소수정당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커져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의석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 결국 4인 선거구 백지화는 철저히 민주당 자당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

 돌이켜보면 중앙당이 시의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선거구 획정에 개입한 것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게다가 지방분권을 표방하던 민주당이 지역유권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4인 선거구' 신설에 반대했다는 점은 더 큰 문제였다.

 지방선거 후보를 추천하는 공천과정에서 민주당의 지방분권 거부 행태는 더 심각했다.

 서울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자치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 적극 개입했다. 국회의원들이 특정 구청장·시의원·구의원 예비후보를 지원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예비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한 대형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로인해 국회의원 자신과 가까운 예비후보, 그리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예비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국회의원들이 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들을 각종 행사에 동원하고 보좌진처럼 부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탓에 이같은 행위는 자기편 줄 세우기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후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50%를 웃돌아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줄세우기는 한층 더 위력적이었다. 실제로 현역 국회의원이 미는 예비후보 대부분이 공천을 받았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중을 내비치는 것을 뛰어넘어 직접 공천심사에 개입하기까지 했다는 소문도 돈다.

 이처럼 민주당은 앞에서는 지방분권을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해가 걸린 영역에서는 거리낌 없이 지방자치를 저해하고 중앙집권적 행태를 보였다. 마치 2014년 당지도부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추진할 당시 이를 온몸으로 거부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민주당이 행정영역에서는 지방정부 명칭 부여, 지방조직권 확대, 지방재정권 확대 등 지방분권을 주창하면서 반대로 입법영역에서는 지방자치를 부인하는 중앙집권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는 점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으므로 토호세력의 지자체·지방의회 장악을 막기 위해 중앙당과 국회의원이 개입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본회의장에서 패싸움을 벌이기 일쑤였고 지금도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는 국회의원들이 기초의원들을 상대로 '자격 없는 토호세력'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통제를 강화하고 일단 잡은 것은 놓지 않으려는게 권력의 속성이다. 이 때문에 권력을 나눠주는 '분권'은 지극히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정권을 쥔 집권여당이 지방분권을 주창하려면 제 살을 깎아낼 만큼의 각오가 필수적이다. 만약 이를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이를 무시했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의 오만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그럴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민주당이 자주 언급한 문구인 '군주민수(君舟民水)'가 떠오른다. 임금은 배, 백성은 강물과 같다.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누리당 정권이 무너질때까지는 민주당도 '물'이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지금의 민주당은 '배'다. 그런데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자신을 물로 여기거나 물이 영원히 자기 편인 줄 안다.

 그렇게 착각하고 권력을 독점하며 과욕을 부리고 전횡을 휘두르다 민심의 격랑에 휘말린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님을 다시한번 깨달아야 할 것같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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