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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행정처 '미스 함무라비' 주목 …"젊은 법관들 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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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6-07 14:34:59
행정처 기획조정실 작성 '법원 미디어 설립방안'
'법원,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법 연구회 신설' 제시
"특정 연구회의 법관사회 이슈 독점 방지 필요"
"영화사·연예기획사 등 방문, 법관 화제 중심으로"
"국풍81, 3S정책 같은 우민화 정책 비판될 위험"
"인지도, 젊은 법관 선호도 등 문유석 판사 최적"
"추가 구성원 포섭 과정은 문 부장에게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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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미디어 분야 연구회 설립 추진 로드맵 예시. 2018.06.07 afer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양승태(70)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의 '대항마'로 엔터테인먼트 연구 모임을 만든 뒤 이를 전폭 지원하려한 정황이 드러났다.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정치적 비판 세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우민화 정책을 썼던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스스로도 "우민화 정책으로 비판받을 위험이 있다"고 적시해 충격을 준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작가로 대중적 유명세를 얻은 문유석(49·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민사25단독)를 '첨병' 격으로 이용하려 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양 전 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서들 중에는 '법원 미디어 설립방안 로드맵'(2016년 5월31일 작성)이 포함돼 있다.

 이 문건은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다"라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지난달 25일 공개)에 부분 인용된 90건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바람직한 법원 모습을 미디어에 효과적으로 노출시키기 위한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법원,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법' 연구회 신설 필요성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처는 "특정 분야 연구회가 인권 보편성을 비롯한 광범위한 활동범위 및 인적 네트워크를 내세워 법관사회 이슈를 독점하는 현상을 방지할 필요→대안으로서 법관사회 이슈화될 수 있는 주제의 연구회"라고 적었다.

 설립 추진의 이면에 국제인권법연구회 견제와 소속 판사 등의 '관심 빼앗기'가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행정처의 이런 의도는 '설립 기본 착안사항'에서 두드러진다.

 이 항목에서는 "명분이 세련되지 못할 경우 '국풍81' '3S 정책' 등과 같은 愚民化(우민화) 정책으로 비판받으면서 설립 배후 및 배경이 의심받을 위험이 있음"이라고 나와있다.

 또 "법관 이목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요 영화사·방송사·연예기획사 방문 등을 통해 법관사회 화제 중심에 서는 등으로 단기간에 현행 연구회 판도에 가시적 변화를 유도하고 조기에 안착시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처가 소장 판사 '포섭'을 위해 전면에 세우려 했던 인물은 '미스 함무라비'를 쓴 문 부장판사였다. 이 작품은 현재 TV드라마로도 제작·방영 중이다.

 행정처는 설립 준비 법관 선정과 관련해 "전국적 인지도, 젊은 법관 선호도 등을 고려할 때 문유석 부장판사 외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평판사급 추진 법관 후보군을 거론하면서 "추가 구성원 포섭 과정은 문 부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함"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문유석 부장이 위와 같은 젊은 법관 후보군들과 어차피 긴밀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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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행정처는 문 부장판사 성향분석도 했다.

 행정처는 "행정처가 원하는 정답대로만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최근 성향(자신의 출판, 집필, 익명카페, 활동 등에 대한 대법원 및 행정처 평가에 관심이 상당함) 등을 고려할 때 행정처와 전면 대립할 가능성도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행정처는 "자체적으로 30명 가입 동의를 받은 후 신청하면 즉시 허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이 상당", "9월 이전에 완료되도록 행정처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 있음"이라면서 설립을 서둘렀다.

 로드맵 예시에서는 "예술인 또는 대중적 스타와의 간담회, 주요 영화사·방송사·연예기획사 방문 등 다소 자극적이더라도 임팩트 있는 아이템 준비 필요" 등 월별로 구체적 일정과 방안들이 나온다.

 다만 행정처의 의도는 실현까지 되지 않았다.

 특별조사단 관계자는 "그런 연구회가 실제로 설립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법관들의 진보 성향 학술단체인 인권법연구회 사건은 양승태 사법부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물꼬 역할을 했다.

 인권법연구회는 올해 초 전국 법관들을 대상으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통해 행정처에 대한 의식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학술행사를 기획했다.

 하지만 행정처가 이를 축소시키기 위해 소속 판사들을 압박, 사법개혁 등에 대한 목소리 통제에 나섰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행정처 컴퓨터에 판사들의 '성향 분석' 명단이 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등장했고, 특별조사단 조사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행정처는 '법원 미디어 설립방안 로드맵' 문건이 나오기 약 2개월 전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을 두 차례(3월10일·15일) 작성하기도 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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