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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롯데월드타워 등반' 알랭 로베르 "김정은이 초청해주길"

등록 2018.06.08 13: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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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유명한 '맨손 등반가' 돌연 한국에

"남북 화해 분위기 형성 축하하려고 오게 됐다"

"빌딩 오르기는 좀 힘들지만, 한국은 좋은 나라"

"롯데월드타워 어려운 빌딩…힘든 순간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안전은 밧줄 아닌 정신에 달려"

"유치장서 거의 13시간…다시 오르진 않을 것"

"한국인 교통신호 왜 그리 잘 지키나" 질문도

"초청하면 북한 호텔 기쁜 마음으로 오르겠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프랑스의 유명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8.06.08.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프랑스의 유명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8.06.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박민기·김가윤 수습기자 =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올랐던 프랑스인 알랭 로베르(56)씨는 자유분방했다. 이번에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빌딩을 오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로베르씨는 도심의 고층 건물을 보호 장비 없이 맨손으로 오르는 이른바 '어반 클라이머'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남북 관계가 개선 국면으로 접어든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해 한국을 방문할 생각을 했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 로비에서 뉴시스와 만난 로베르씨는 'New World Together'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밝은 표정으로 등장했다. 그는 땅콩을 안주로 스파클링 와인을 연신 들이켜면서 한국을 찾게 된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지난 25년 동안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는데, 최근에 '뉴 월드 투게더'라는 비영리기구(NGO)를 운영하는 남자를 만났다. 이 단체가 추구하는 것들이 현재 남한과 북한의 상황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도 그걸 의미한다. 남북화해 분위기가 형성된 것을 축하하려고 한국에 오게 됐다. 그동안 김정은에 대해서는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많은 게 바뀌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그가 생각을 바꿨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로베르씨는 1994년부터 고층건물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선기금을 모으거나 반전 또는 평화적 메시지를 전달할 목적으로 빌딩을 오른 일도 있었다.

 그가 오른 대표적인 건물은 ▲1994년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99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1997년 프랑스 파리 에펠탑 ▲1999년 윌리스타워(당시 시어스타워) ▲2004년 타이완 타이베이 101 ▲2005년 홍콩 청훙 센터 ▲2008년 홍콩 포시즌 호텔 등이다.

 2011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의 828m 높이 부르즈칼리파(Burj Khalifa)를 6시간 만에 오르는 등 7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면서 다수의 고층 빌딩을 맨손으로 정복해왔다.

 로베르씨는 한국에서 등반할 빌딩으로 롯데월드타워를 점찍었다. 지난 2009년 착공해 2016년 12월 완공된 지상 123층 555m 높이 건물이다. 그는 롯데월드타워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높고 깨끗한 건물이라고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라면서 "지난해 한국 사람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들어 한 번 올라보기 좋은 건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프랑스의 유명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8.06.08.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프랑스의 유명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8.06.08.   [email protected]

"인생 통틀어 약 150개 빌딩에 올랐는데, 공학적으로 봤을 때 롯데월드타워도 굉장히 좋은 빌딩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은 약간 오르기 힘든 빌딩이라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힘든 빌딩도 많이 올라봤는데, 한국은 날씨가 많이 습하고 더워서 이번에 오를 때 힘든 순간이 많았다. 올라갈 때부터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써서 물도 수시로 마시고 50~60m 오를 때마다 쉬었다. 끝까지 오르는 것이 목표였는데 경비원이 많아 도중에 멈춰야 해서 결국 다 오르지는 못했다. 후회는 없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로베르씨는 안전장치 없이 건물을 오름으로써 사람들에게 일종의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나 글로벌 기업 등에서 강연도 했다. 열정과 도전하는 인생에 관한 내용을 연설했다고 한다.

 "안전장치 없이 고층빌딩을 등반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안전은 나의 정신에 달렸지, 밧줄을 하나 맨다고 갑자기 생기지 않는 것이다. 줄이 없이 빌딩을 오르려면 강한 정신력, 의지 등 다른 준비물이 필요하다. 나의 이런 행동으로 영감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옥스퍼드에 초청 받아 갔을 때 받은 편지를 보면 마치 나를 간디나 만델라처럼 반겨주고 있다. 은행 고위직이나 사업가들에게도 연설할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영감을 얻지는 않는 것도 안다. 경찰들하고 얘기할 때는 대화가 잘 안 통할 때도 있다. (웃음)"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면서 어반 클라이밍을 하다가 미국이나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현지 치안당국 손에 붙잡힌 경우도 많다. 이번 롯데월드타워 등반에서도 소방당국에 의해 75층에서 '구조'된 뒤 서울 송파경찰서에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유치장에 거의 13시간 정도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내 행동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다른 법과 규율이 있기 때문에, 한국 경찰들에게 골치 아픈 일을 만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한국에서는 그저 빌딩 등반하는 한 사람 때문에 소방관과 소방차가 많이 왔다. 나로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만약 두 명이면 두 배가 필요한 거냐. (웃음) 그래서 롯데월드타워에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다. 프랑스에서는 하루에 빌딩 두 개를 올라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홍콩에서도 건물을 여러 번 올랐는데 문제없었고, 싱가포르에서는 5시간 정도 유치장에 있었다. 중국에서는 감옥에서 6일을 보내기는 했지만…."

 로베르씨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당신의 취미를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보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나는 빌딩 오를 때도 방해가 되기 싫어서 행인들이 없는 쪽을 선택한다. 혹시 물건을 떨어트릴까봐 핸드폰 등 소지품도 줄로 몸에 다 묶어 놨다. 하지만 내가 떨어지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그건 인간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 아닌가. 물론 경찰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한국의 법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따르는 법이 있기 때문에 나라가 안전하고 깨끗하고 부유하게 잘 사는 것 아니냐. 나는 내가 한 일로 인한 결과를 마주하는 것뿐이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프랑스의 유명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8.06.08.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프랑스의 유명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씨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8.06.08.   [email protected]

대화 중간 로베르씨는 돌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길을 건널 때 굉장히 신호를 잘 지킨다. 도로에 차가 없어도 빨간불이면 길을 건너지 않는다. 나에겐 굉장히 놀라운 광경이었다. 왜 그러는 건가"라고 질문을 던져왔다.

 기자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자 그는 "사실 그게 맞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한국 사람들은 예의도 바르고 정중하며, 서로를 항상 존중하는 것 같았다. 빌딩을 오르긴 힘든 나라이지만, 그래도 한국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가이고 평생에 걸쳐 많은 나라들도 가봤는데 굳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을 한국에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로베르씨는 이후 계획을 묻자 "일단 집에 돌아간 뒤에 나의 다음 범죄(어반 클라이밍)를 계획할 것이다"라면서 웃었다. 염두에 둔 등반 장소에 대해서는 "계획은 항상 있다. 9월에는 아마 파리에 있을 것이다. 다른 계획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북한 빌딩도 올라보고 싶다. 북한에 피라미드 모양의 300m 높이 호텔이 있다고 들었다. 만약 김정은이 나더러 그 빌딩에 오르라고 초청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초대'를 받아야 한다. 자발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몰래 가서 올랐다가 총이라도 쏘면 어떻게 하나. (웃음) 나는 내 몸과 정신이 허락하는 한 계속 빌딩을 오를 것이다. 나이까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65~70세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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