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기자수첩

[기자수첩]18년 방치한 무차입 공매도, 불신 키웠다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8-06-11 12:10:27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또 꼬리가 밟혔다. 무차입 공매도 이야기다.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착오 사태에 이어 골드만삭스에서도 국내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현실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골드만삭스는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했다가 미결제 사고가 발생했다.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다. 규모는 138만7968주, 60억원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단순 착오'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아니면 빙산의 일각일까.

공매도는 1996년 9월 도입됐다.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가 공매도 한뒤 결제 불이행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2000년 4월부터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했다.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판단에서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달 28일 삼성증권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를 발표하며 "차입공매도는 우리는 없다. 그리고 컴플라이언스에서 적절하게 제어가 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법적으로만 금지했을 뿐 전산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관행적으로 주식을 대차했다는 말만 듣고도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공매도를 한 뒤 결제일인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구해 결제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골드만삭스는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게 됐지만 사실상 적발조차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18년간 무차입 공매도 금지의 칼자루를 증권사에 양심에 맡겨온 셈이다.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무차입 공매도 위반은 68개사가 적발됐다. 하지만 제재 수준은 대부분 주의에 그쳤다. 골드만삭스가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데 그친다.

금융시스템은 신뢰가 생명이다. 당국이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불법 행위조차 막지 못한다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구고 있는 '공매도 폐지' 목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법망을 피해 암암리에 무차입 공매도를 해왔던 금융투자업계가 "골드만삭스가 헛짓을 했다"는 볼멘 소리를 내지 않도록 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lgh@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