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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향·정연, 요절시인 이상 속으로···뮤지컬 '스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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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6-14 11:06:34  |  수정 2018-06-14 20: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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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스모크' 배우 정연(왼쪽), 김소향이 서울 동숭동 타스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김해경(이상)의 글이 외면을 당하잖아요. 배우로서 그런 비슷한 심정을 느끼죠. 표현한 것을 관객들이 봐줬으며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의 좌절감이 큽니다."(김소향)

"자신이 하고 있는 예술에 대해 남들이 비난을 하면 도피하고 싶고, 때로는 그만두고 싶기까지 하죠. 연기하면서 노래하면서 춤을 추면서도 그런 순간들이 찾아와요. 제가 만드는 캐릭터, 부르고 있는 노래의 진심이 친구, 관객, 제작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마음이죠."(정연)

7월1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스모크'는 시인 이상(김해경·1910~1937)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품 발표 당시 천재성과 개성을 인정받기보다, 난해하다는 비판에 시달린 이상의 고뇌와 작품이 무대 위에 구현된다.

3인극으로 순수하고 바다를 꿈을 꾸는 '해(海)',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 세 사람이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카페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두 번째 시즌에서 홍을 번갈아 연기하는 뮤지컬배우 김소향(38)과 정연(36)은 이상에 푹 빠져 있다. 

'스모크'는 공연계 새로운 콤비로 부상한 추정화(45) 작가 겸 연출과 허수현 작곡·음악감독이 협업했다. 시 '오감도' 외 '건축무한육면각체' '거울' '가구의 추위' '회한의 장'과 소설 '날개' '종생기', 수필 '권태' 등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개성 있는 발상과 표현을 선보인 이상의 대표작을 대사와 가사에 담아냈다. 재작년 트라이 아웃을 거쳐 지난해 초연 당시 객석 유료점유율 86%, 누적관객 2만7500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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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스모크' 배우 정연(왼쪽), 김소향이 서울 동숭동 타스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2018.06.13. chocrystal@newsis.com
극의 그로테스크 정서와 사색적인 분위기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갈등 구조가 뚜렷하지 않은 관념적인 작품이어서 배우들에게는 어렵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두 배우 역시 "관념적인 작품이라 처음에 이해가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김소향과 정연은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출연하는 정연은 "김해경의 인생에 자신을 투영했어요. 제가 만난 사람일 수 있고 그가 느끼는 감정이 제가 겪은 감정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소향도 "극의 분위기처럼 시공간 사이에 갇혀서 이틀 정도 이것을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라면서 "결국 그런 고민을 내려놓고 저로부터 시작을 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고 할까요"라며 웃었다.
 
 김소향은 '천재 시인' 이상을 공부하려고 들어갔다가 '인간 김해경'을 만난 기분이다. "작고 소중하며 부서질 듯한 이상을 만났다"는 것이다. 정연도 "평범한 인간 이상을 계속 느꼈어요. 그를 이해할 수는 없었어도 '아팠겠구나'라고 공감을 하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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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스모크' 배우 정연(왼쪽), 김소향이 서울 동숭동 타스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13. chocrystal@newsis.com
'시스터 액트' 내한공연, '더 라스트 키스' 등 주로 대형 뮤지컬에 출연해온 김소향이 대학로로 돌아온 지 7년 만이다. '스모크' 출연 직전까지 너무 긴장돼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며 설렜다.

"대극장은 앙상블 넘버도 많고 세트도 커서 숨 돌릴 곳이 그래도 있는데, 대학로 중소극장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대극장에서 연기와 몸짓을 좀 과장했다면, '스모크'에서는 저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정연은 연극 '헬멧'과 '카포네 트릴로지', 뮤지컬 '틱틱붐' 등에 출연하며 대학로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다. 이런 그녀에게도 홍은 다시 만나도 어려운 캐릭터다.

"더 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강박이 있어요. 어떤 면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공연까지 가야 할 것 같죠. 모든 작품의 재연은 쉽지 않아요. '스모크' 역시 마찬가지죠. 다시 만나는 설렘이 분명 있지만, 책임감이 더 다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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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스모크' 배우 정연(왼쪽), 김소향이 서울 동숭동 타스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13. chocrystal@newsis.com
김소향과 정연은 같은 역을 맡고 있지만 성격과 취향 그리고 노래와 연기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정연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소향은 시폰 창법, 정연은 청바지 창법이다. 김소향이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반면, 정연은 시원하고 털털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팀워크는 어느 뮤지컬보다 좋다. 

정연은 "모니터를 하면서 서로에게 싫은 소리를 해도 곡해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죠"라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소향도 "저와 같은 역을 아끼는 배우가 저만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빛나길 바라는 존중이 있어요"라고 했다.

김소향과 정연은 남자배우들이 강세인 뮤지컬계에서 존재감을 뽐내온 이들이다. 가창력과 연기력 그리고 연기와 뮤지컬 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맞물린 결과다.

정연은 "운이 좋고 좋은 창작진을 만나서 여성 서사가 좋은 작품들에 출연해왔어요.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거나 더 크게 내줄 수 있는 장르의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랐다. "저 스스로를 패러디 않고, 제가 가진 깊이를 더 보여주거나 변주를 잘 했으면 하죠"라며 연기 욕심도 드러냈다.

최근 개인적으로 힘들었다는 김소향은 '스모크'에 개인적인 감정들을 많이 투영했다. "한동안 거기서 벗어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너무 사랑하는 소극장 작품을 만나서 좋은 기운을 받고 있죠. 좀 더 이 작품을 통해 저에 대해 더욱 고민해나가고 싶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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