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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지금 글로벌 무역전쟁 중…中·G7·NAFTA 전방위 전선

등록 2018.06.14 12: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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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25% 관세 부과 강행

EU·캐나다·멕시코 등 G7 우방국들과의 갈등 격화

G7 갈등으로 NAFTA 협상 판 뒤집힐 가능성

【라말베(캐나다 퀘벡주)=AP/뉴시스】8일 캐나다 퀘벡주 라말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뒷편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18.6.10

【라말베(캐나다 퀘벡주)=AP/뉴시스】8일 캐나다 퀘벡주 라말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뒷편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18.6.10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글로벌 무역질서와의 전면전을 벌이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주요 우방국들을 상대로 좌충우돌 전 방위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제2 경제대국인 중국을 상대로 50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의 관세폭탄을 준비하고 ▲우방국인 주요7개국(G7) 국가들을 상대로 고율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하며▲이웃 캐나다 및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CNBC뉴스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와 전 세계 주요 무역 파트너들 간 무역갈등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대외 무역관계가 바닥을 치고 있을 뿐 아니라 NAFTA 탈퇴 등에 따른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의 선임 국장인 카를로스 하타산체스는 C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너무나 많은 전선을 열어놓고 있다. 그들은 중국과의 전선을 열었다. NAFTA 전선도 열었다. 이제 유럽 전선도 열었다. 이렇게 되면 한 쪽과의 협상이 다른 쪽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25% 관세 부과 강행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전 방위 무역전쟁의 가장 큰 전선은 중국을 상대로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들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을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현재 관세 대상 품목에 대한 막바지 정리 작업을 하고 있으며, 15일까지 최종 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의 정면 무역충돌을 피하는 행보를 여러 차례 보여 왔다.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 저지를 위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 중국의 협력이 절실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유보하는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으며 이에 무엇인가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관련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대중국 무역압박과 북한 이슈를 별개의 사안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대 중국 관세 부과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중국 역시 미국과의 무역 문제와는 별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협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 대상 품목의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 분석기관인 스트래티거스(Strategas)의 댄 클린턴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관세부과 대상 중국산 제품의) 오리지널 리스트는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25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스트를 줄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10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에 지시했다.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10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에 지시했다.  [email protected]

그는 “처음의 관세 부과 규모는 경제적으로 감당할 만한 규모이지만 관세가 부과될 경우 훨씬 불편한 단계로 옮겨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G7 우방국들과의 갈등 격화

 미국은 6월부터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와 멕시코, 캐나다 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1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우방국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방국 지도자들의 감정은 지난 8~9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때 고스란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머지 G7 정상들 간 갈등은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G7 공동성명에서 보이콧 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G7 정상회의 개최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9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회담장을 먼저 떠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트윗을 통해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를 ‘모욕적’이라고 말하며 보복 조치를 예고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공동성명에 조인하지 말라”고 미 대표단에 지시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 같은 비난에 “캐나다는 동맹국에 인신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불법적이고 모욕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10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지옥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배신의 외교'를 펼치고 등 뒤에 칼을 꽂으려는 외국 지도자를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며 트뤼도 총리를 비난하기도 했다.

 나바로 국장은 이틀 후인 12일 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강한 단어를 사용했다. 너무 과했던 면이 있다. 내 잘못이자 실수이며, 모두 내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오타와(캐나다)=AP/뉴시스】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31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166억 캐나다달러(약 13조7785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6.1

【오타와(캐나다)=AP/뉴시스】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31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166억 캐나다달러(약 13조7785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6.1

◇ G7 갈등, NAFTA 협상 판 뒤집을 가능성

 CNBC뉴스는 이처럼 미국과 캐나다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NAFTA 협상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4년 역사를 지닌 NAFTA 협정을 탈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G7정상회의 이후 NAFTA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더욱 불분명해졌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클린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귀국 후 NAFTA 탈퇴를 선언할까?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주말 (G7) 이벤트는 무역전쟁의 위험을 증폭시켰다”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해 캐나다 정부의 보복 관세로 맞서면서 NAFTA 협상은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인터내셔널 거버넌스 이노베이션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패트릭 레블론드(Patrick Leblond)는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레버리지(지렛대)로 생각한다면 그들은 반격을 할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NAFTA를 탈퇴할 의향이 있다고 그들에게 알리면 캐나다와 멕시코는 모두 ‘그렇게 하라. 어떻게 될지 한 번 해 봐라’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블론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 없이 NAFTA를 탈퇴할 경우 법적 권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NAFTA 협약이 법으로 규정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레블론드는 “의회가 트럼프에 맞설 수 있다. 오랜 동안 법정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대법원에 가서야 최종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G7 국가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멕시코가 엉뚱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타산체스는 “모든 것은 서로 연관돼 있다. 멕시코는 G7 국가가 아니지만 G7 주최국이었던 캐나다와 미국 간 갈등이  NAFTA 협상에서 멕시코를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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