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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김창열 물방울과 달리 내 '물방울'은 우주 품어"

등록 2018.06.18 16:59:42수정 2018.06.18 17: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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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작업...'무당벌레' 작가로 아트페어서 인기

선화랑서 20일부터 개인전...양귀비꽃등 신작 35점


【서울=뉴시스】 Natural Image II 130 x 70 cm Oil on canvas 2018

【서울=뉴시스】 Natural Image II 130 x 70 cm  Oil on canvas 2018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물방울'은 미술시장에서 '김창열'이다. 1970년대 파리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물방울은 김창열 화백의 독자적인 브랜드가 됐다. 2000년대 후반 국내 미술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물방울'은 돈이 됐고, '물방울은 그냥 김창열'로 통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물방울'을 그린다는 것은 화가들에게 무모한 도전이었다. 어느 장르보다 차별화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영수(59) 작가가 물방울을 그렸을때, 주변 반응도 시큰둥했다. 가장 가까운 지인조차 "김창열 '물방울'이 떴는데, 그걸 왜 그리냐며 말리기도 했고, 소재를 바꾸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갈등도 했다. 하지만 작가는 "내가 유명해지려고 소재를 바꾼다? 그러면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라면 내가 좋아서, 내가 느껴서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인데, 소재를 바꾼다는 것은 내 자신을 속인다는 느낌이었다."
 
 15년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한 물방울은 이슬방울의 영롱함이 빛을 발한다.

 "김창열 물방울과, 제 물방울은 완전히 다르죠. 김화백의 물방울이 명암있는 규칙적인 물방울이라면, 제 물방울은 자연 그대로, 우주를 품은 물방울입니다."  

 물방울을 담아낸 건 유년시절 추억때문이다. 정원있는 집, 막내딸이었다. 아버지가 퇴근해서 정원에 물을 주면, 막내딸은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 나뭇잎 가지에서 물이 똑똑똑 떨어지면서 찰나의 햇빛이 비추면 보석처럼 변하는 물방울 모습에 흠뻑 빠졌다.

 숙명여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화가가 되면서 그 기억이 화폭으로 이끌었다. "물방울은 빛을 받으면 주위에 반사되는 우주를 담아요. 주변의 모든 것을 둥글게 다 품고 있죠. "

 이영수 작가는 "미세한 자연이지만 커다란 우주를 품고 있는 것에 매료됐다"며 "물방울을 보면 내 마음이 착해지고 순수해지는데 그 느낌, 우주를 그대로 나타내는 순수함, 정화된 세상을 꿈꿔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8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이영수 작가가 무당벌레를 입체로 제작한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8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이영수 작가가 무당벌레를 입체로 제작한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파리나 꽃잎에 맺힌 물방울은 해질녁이면 마법을 부린다. 벽에 걸린 물방울 그림은 마치 햇빛을 받은 것처럼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 강렬하다. 입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건 제작 기법에 있다.

 마치 한지에 채색하듯, 밑작업을 수십번 칠하는게 특징이다.  바탕 화면인 캔버스 올조차 보이지 않게 판판한 화면은 어깨가 빠질 정도로 붓질을 반복한 노동집약적인 행위의 결과다. 덕분에 유화지만 수채화같은 맑은 느낌을 전한다.
 
  자연의 생명성과 순수함을 담아내는 작가는 물방울에서 양귀비, '무당벌레' 시리즈로 이미 국내 아트페어서 인기작가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마니프아트페어 '한국 구상대제전'에서 관객이 뽑은 우수 작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5년전부터 선화랑과 아트페어로 인연을 맺은 작가는 선화랑의 전폭적인 지지로 24회 개인전을 선화랑에서 열게됐다.

 선화랑 원혜경 대표는 "오랫동안 지켜보니 쉽게 작업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작가"라며 "완벽하고 치밀한게 특징이다. 성실한 작가"라고 소개했다.

 20일부터 'Windy day'를 타이틀로 여는 개인전에는 자연의 찰나의 결정적 아름다움을 작가만의 분위기로 담아낸 신작 35점을 전시한다.
 

【서울=뉴시스】 Natural Image (Poppy garden)I 53x53cm oil on canvas 2017

【서울=뉴시스】 Natural Image (Poppy garden)I 53x53cm oil on canvas 2017


 어린시절 정원 연못에서 봤던 양귀비꽃과 사인 대신 그렸던 무당벌레를 주연으로 내세운 작품을 선보인다.

 양귀비꽃 시리즈는 이전에 화면에 꽉 채웠던 것과 달리 여백 처리가 변화됐다. 사진의 아웃포커싱 한 것 같은 분위기로 어린시절 보고 반했던, 야들야들하게 흔들리던 양귀비의 가녀린 느낌을 담아냈다.

 붓으로 그렸던 무당벌레는 입체로 변신했다. '동'을 두드려 직접 제작해 화면에 붙인 무당벌레는 풀잎에 있는 진짜처럼 착시를 선사한다.

【서울=뉴시스】 Natural Image (Poppy garden) 53x33.4 cm Oil on canvas 2018

【서울=뉴시스】 Natural Image (Poppy garden)  53x33.4 cm Oil on canvas 2018


 꽃그림과 극사실화로 무장한 이번 전시는 추상과 설치 입체작품이 강세인 화랑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몇년간 꽃그림전은 화랑가에서 쉽게 볼수 없어, 오히려 신선하게 보이기도 한다.

 선화랑도 "어쩌면 트렌드와 달리 거꾸로 가는 전시"라면서도 "청초함 영롱함 편안함으로 마음을 정화시키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평화로운 쉼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화랑 원혜경 대표는 "현 시대는 늘 현재를 뛰어넘는 새로운 것, 최첨단의 것을 좇아가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느리지만 집요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밀고 나가는 작가들을 조명하고 발굴하는게 선화랑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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