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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여성 10명 중 6명 "성폭력 직접 경험"

등록 2018.06.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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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연예 52%…전통예술·만화·영화 등 순

고용불안한 프리랜서·계약직이 피해자들

선배예술가, 감독에 의한 성적 농담·추행

문화예술계 여성 10명 중 6명 "성폭력 직접 경험"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 60% 가까이가 성희롱 등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구성·운영하는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이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응답자 2478명 중 과반수 이상인 57.5%(1429명)가 이 같이 응답했다고 19일 밝혔다.

 분야별 응답결과를 보면 연극분야가 52.4%(787명 중 412명)로 가장 높았다. 연예분야가 52.0%(75명 중 39명), 전통예술 42.7%(192명 중 82명), 만화 및 웹툰 42.7%(186명 중 60명), 영화 42.4%(488명 중 207명), 미술 41.6%(707명 중 294명), 음악 33.2%(497명 중 165명), 문학 26.1%(387명 중 101명), 무용 25.3%(170명 중 43명)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가 불안할수록 피해를 입은 비율은 더 높았다. 프리랜서 응답자 2624명 중 1173명, 44.7%가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계약직 34.7%(380명 중 132명), 정규직 27.1%(280명 중 76명)이 그 뒤를 이었다.

 피해 유형(복수응답)을 보면 음란한 이야기나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가 28.8%로 가장 많았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를 하거나 평가를 하는 경우는 27.1%였다.

 예술 활동과 상관없이 신체 접촉을 하거나 요구하는 행위도 34.7%나 됐다.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가 21.5%, 예술 활동을 이유로 노출 또는 신체접촉을 강요하는 행위도 11.0%로 적지 않았다.

 가해자는 대체로 선배예술가(64.9%)이거나 기획자 및 감독(52.5%)이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들의 87.6%는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69.5%가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활동에 불이익이 우려돼서'라는 응답도 59.5%나 됐다. 2차 피해가 걱정돼 문제제기를 꺼렸다는 의미다.

 문화예술계 내에서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 예술계 특유의 분위기'를 지적하는 응답률이 64.7%로 가장 높았다. 대다수의 문화예술인이 프리랜서나 임시직으로 활동하는 만큼 이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는 목소리도 57.2%를 차지했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프리랜서 또는 임시직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정비'가 68.2%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에 대해 공공기관 채용 제한'이 60.4%로 그 다음이었다.

 문화예술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36.5%도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대학 선·후배나 동료(75.5%)이거나 교수(44.2%)였다. 

 한편 인권위와 문체부는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 걸친 성희롱·성폭력 사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지난 3월12일부터 100일간 한시적으로 특조단을 운영해 왔다.

 특조단은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과제로 ▲전담기구 설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행위자에 대한 공적지원 배제를 위한 법령 등 정비 ▲성희롱 등 예방조치가 포함된 표준계약서 마련 등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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