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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준희양 사건' 1심 선고공판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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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6-29 17:38:21  |  수정 2018-07-10 09: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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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피해 아동은 따뜻한 사랑이나 보호를 받기는 커녕 인생을 제대로 꽃피워 보지도 못한 채 극도의 육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처참하게 생을 마감해 우리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아픔, 상실감을 안겨줬다."

 29일 전주지법 2호법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박정제 부장판사는 이 같이 판결하며 '고준희양(당시 5세) 아동학대·암매장'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친부 고모(37)씨와 동거녀 이모(36)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준희양 발목을 수차례 밟아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 빠뜨리고 방치해 준희양이 숨지자 같은 달 27일 오전 2시께 동거녀 어머니 김씨와 함께 시신을 군산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회부 기자로서 그동안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을 지켜 봐왔지만 이번 사건처럼 경악스러운 적도 드물었다. 웬만한 범죄 드라마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였다.
 
 아버지가 가정이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약자이자 아픈 자녀를 지속해서 학대한 것도 모자라 숨진 아이를 암매장한 뒤에도 죄책감 없이 살아왔다는 점에서 분노를 느꼈다.

 게다가 친부는 딸을 땅에 묻은 다음날 태연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건담' 사진을 올리고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등 인면수심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딸의 생일에는 "아이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다"며 이웃에게 나눠주고 머리카락을 방 안에 뿌려놓는 등 마치 아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꾸몄다.
 
 그의 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실종 당시 친부는 "딸을 찾아달라"고 고성을 지르며 오열하고, 직장 동료들에게 전단을 돌리는 등 '열연'했다.
 
 아무리 막가는 세상이라지만 자신의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낸 뒤 이 같은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 같은 인간으로서 자괴감이 들 뿐이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의 범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로부터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자녀가 가장 믿어야 할 아버지로부터 끔찍하게 학대받고 사망한 이 사건은 충격 그 자체이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가정불화 등으로 불행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거나 정서적 인격을 갖추지 못한 채 사회로 나와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과 준비가 덜 된 어른들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모두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반인륜적인 사건을 통해 '부모의 자격'이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yns465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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